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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태양광 디자인의 마침표는 에너지 덜 쓰는 세상”

 


 

태양광 혁명에서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일 또한 이들의 중요한 임무라고 Making Design Circular 설립자 Katie Treggiden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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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과 손목시계, 자전거와 “양산단계의 이른 첫 태양광 자동차”까지, 태양광을 활용한 수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올해 쏟아져 나왔다. 2022년은 또한 Solar Biennale가 네덜란드에서 발족한 해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태양광 디자이너”라 부르는 Marjan van Aubel과 Pauline van Dongen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창조 분야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그렇다면 태양광 발전이 마침내 변곡점에 이른 것일까? 태양에너지가 주류가 되는 시점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의견을 분명히 해 왔다.

 

2021년, 태양광은 마침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발전 연료가 되었다.

 

재생에너지 전문가 Dainel M Kammen은 2011년 National Geographic을 통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력 공급원은 태양광 에너지라는 글을 발표했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태양광 발전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영국의 에너지 절약 자문 기관인 TheGreenAge가 선언했다. 이들이 말한 변곡점이란 태양광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의 발전 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1년, 태양광은 마침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발전 연료가 되었다.

 

그리고 2021년 유럽을 강타한 길고 추운 겨울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국의 가스보유량 감소 등 피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태양광 혁명을 위한 준비가 끝난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 청정 재생 에너지원의 진정한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 디자이너와 건축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Solar Biennale를 주도한 이들은 태양광 발전의 대중화를 핵심 과제로 꼽는다. Van Aubel은 지난해 디진과의 인터뷰에서 “태양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전환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입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태양광 제품 Sunne는 창가에 걸어둘 수 있는 조명등으로, 뒷면에 있는 광발전 전지를 이용해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외부의 빛을 모방한다. Central Saint Martins 디자인 졸업생 Mireille Steinhage이 만든 담요도 태양광 접근성을 높이는 제품이다. 소비자가격 10파운드(약 1만 5천 원) 이하가 목표인 이 제품은 “식사와 난방”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생계비 위기가 예고된 올겨울, 많은 사람에게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디자인은 효능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한 장미 나비의 날개구조를 본떠 만든 박막 형태의 태양전지는 기존의 고정식 태양전지판과 비교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빛을 산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호주 연구진의 결과물은 더 놀랍다. 이들이 개발한 태양광 페인트는 물을 흡수하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수증기를 분해하고 수소를 만들어낸다. 수소는 가장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기대받는 물질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과학계의 조력을 얻은 디자이너는 고가의 첨단 물질을 가져다 더 보기 좋게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접근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그대로 남는다.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 (IEA) 보고서에 따르면, 청정 에너지 공급은 “앞으로 2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가 충당할 수 있는 전력량은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결국 나머지 절반은 화석연료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증가할지라도,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는 한, 화석연료 사용 역시 늘어나게 된다.

 

우리가 그릴 세상에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 이상을 담아야 한다.


그린 에너지 전환은 분명한 흐름이고, 디자이너와 건축가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제품과 건물을 디자인하고 문화적인 전환을 끌어내는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산업의 임무는 이보다 훨씬 더 막중하다. 환경 컨설턴트인 Mark Shayler는 “창조성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릴 세상에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 이상을 담아야 한다. 디자인산업은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도시 계획가는 녹음이 우거진 걷기 좋은 도시를 설계해 차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Fab Cities 모델에서처럼 한발더 나아갈 수도 있다. 이 모델은 도시의 근본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한편, 순환적 제조 모델을 사용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드는 도시를 제안한다. 이곳에서 이동해야 할 유일한 것은 데이터다.

건축가들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 냉난방 방식을 도입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인도 자이푸르에서 폐기되는 위생도기를 이용해 패시브 쿨링 타일을 만든 Disharee Mathur의 사례처럼, 패시브 기술은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냉난방 설비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주차장 대신 자전거 보관소, 잔디밭 대신 공동의 텃밭, 지하 체력단련실 대신 옥상 육상 트랙을 갖춘 건물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실험적 디자이너라면 비행기 타고 멀리 여행하는 대신 가까운 곳을 천천히 음미하며 여행하는 일에 사람들이 푹 파져들게 할 수 있다. 산업디자이너가 제품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안 쓰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거나 물건을 고쳐 쓰도록 사람들을 유도할 수 있다. 제조업자와 생산자는 익일 배송이 가능한 대량 생산 제품 대신 핸드메이드가 갖는 느림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청정에너지로 빨리 전환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청정에너지로 빨리 전환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고 Solar Biennale의 주최자들은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은 태양광 디자인을 정의하는 일부일 뿐이다. 태양광 디자인은 사람과 환경 간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바로 여기에 건축가와 디자이너, 메이커의 진짜 역할이 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되, 상호 연결된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인식한 터 위에서 자신의 생활과 공간과 시스템을 세워나가는 세상을 그리는 일이야말로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Katie Treggiden는 작가이자 언론인, 팟캐스터, 강연자로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디자인 접근법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제품으로 건강한 지구 만들기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메이커들의 모임인 Making Design Circular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The design industry needs to imagine a world where we use less energy" (dez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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