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디자인으로 소통하는 LOUD 캠페인 2] 당신은 임산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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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테디베어 프로젝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서울특별시의 여성정책 일환으로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로교통공사가 2013년 12월부터 도입했다. 노약자석과 별개로 일반석 7석 중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쪽 좌석 2곳을 지정해 임산부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좌석이다. 교통약자인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5년 서울지하철을 시작으로 전국의 임산부 배려석이 분홍색 시트로 교체했다. 바닥에는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리는 분홍색 스티커를 마치 카펫처럼 깔아 놓았다. 또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패치를 붙이고 다국어 문구로 이를 안내했다. 이듬해부터 서울도로교통공사는 ‘비워두기’ 홍보 캠페인을 시작해 ‘임산부 배려송’도 발표했다.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은 당연하게도 임신 초기 배가 나오지 않은 임산부부터 만삭 임산부까지 배려하고자 만든 좌석이다. 하지만 이곳에 일반 시민들이 먼저 앉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소통연구소 <임산부 배려석 테디베어 프로젝트-2016>
2016년 화제였던 공공소통연구소의 <임산부 배려석 테디베어 프로젝트> 사진이다. 임산부 배려석 위에 작은 테디베어가 앉아있다. 이곳에 앉으려면 테디베어를 안고 있어야 한다. 테디베어 목에는 '임산부 배려석입니다. 저를 안고 앉으세요. 내릴 때는 제자리에'라고 적힌 팻말을 걸어 뒀다. 공공소통연구소는 테디베어가 아이들의 인형 친구로, 사람들에게 흐뭇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산부 배려석의 벽면에는 ‘제가 바로 임산부입니다’라는 말풍선을 붙여두었다.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넛지(Nudge) 효과가 나타나면서 승객들이 배려석을 비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테디베어를 안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신기해했다. 사람이 꽉 찬 지하철 칸에서도 테디베어가 앉아있는 임신부 좌석은 비어 있었다. 무엇보다 티가 나지 않아 양보받지 못했던 임신 초기 여성들이 당당히 테디베어를 안고 앉기 시작했다. 내리면서 테디베어는 다시 자리에 놓아두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접수된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만7589건에 달했다. 이들 민원은 “임산부 배려석에 일반 승객이 앉아있다”, “임산부 배려석 안내 방송을 해달라” 등의 내용이다. 1월부터 그해 11월까지 하루 평균 약 80건에 달하는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임신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2018년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출산한 경험이 있는 20~40세대 임산부 총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불편을 느꼈다는 응답이 88.5%로 조사됐다. 임산부 10명 중 9명은 임산부 배려석에 불편을 느낀 것이다. 이들은 불편을 느낀 이유는 ‘일반인이 착석 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가 5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임산부 배려석이 모자라서(자리가 없어서)’도 15.5%로 나타났다. |
공공소통연구소는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문제, 일가정 양립 등을 논의하는데 배려에는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어 <임산부 배려석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메시지를 던져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출산이라는 거대 담론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임산부 배려석을 우리 사회에 필요한 '누군가를 배려하는 작은 마음의 공간'이라고 규정하고, '앉더라도 주변을 살피고 임산부가 있거나 초기 임산부로 느껴진다면 자리를 양보하는 배려'를 살며시 유도했다.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 두는 일, 그것은 그 자체로 '배려'를 상징하는 실천적 행위다. 노약자·장애인 보호석을 비워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그 자리를 왜 비워야하냐’고 묻는다. 따지고 보면 일부러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사회가 선진화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서로를 품고 배려하는 여유의 공간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선진화의 척도가 된다.
넛지디자인이란? 넛지디자인은 넛지(Nudge,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의 개념을 적용하여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디자인을 말하는 것으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넛지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편리성을 개선하며, 국가와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디자인을 외관 스타일링이 아닌 문제해결 및 사회 혁신 도구로 활용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디자인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활용 예시 :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남자화장실 소변기 파리 그림을 그린 결과,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 감소함 * 출처 : 넛지디자인프로젝트 추진단 발대식 발표자료, 2023.8.31. 산업통상자원부 |
* 관련 영상 :
공공장소 배려문화 만들기 LOUD. 말풍선 프로젝트 임산부 배려석 youtube.com/watch?v=Za4wO64awjA
* 더 자세한 내용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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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디자인으로 소통하는 LOUD 캠페인] 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공소통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