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09] 지방행정의 서비스 제고를 위한 사례분석 및 정책방향
월간지방자치, 2012.05.
* 출처 : 지방자치연구소
이 글은 과거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지방행정의 서비스 제고를 위한 사례분석 및 정책방향
: 보건복지분야의 서비스 설계를 중심으로

조소연 기획조정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행정서비스의 의의
역대 정부에서는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위한 기본적인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주권재민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정신(헌법 제1조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부합하는 행정부의 기본적인 책무이자, 행정의 존립 근거가 국민의 복리증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국민 서비스를 높인다는 목표 설정과 대외적인 천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경험하고 느끼는 현실적인 행정서비스 중에 개선의 여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근린공원에 있는 약수터에는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사한 결과를 정기적으로 약수터를 이용하는 주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적합성 여부를 알리는 게시판이 취수지 뒤편에 10미터 이상 멀리 떨어져 있어 사용자가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물을 마시게 되는 사례가 2011년도 하반기에 지방방송국에서 보도된 바 있다. 수요자 중심으로 행정서비스를 하려면 취수지(수도꼭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먹는 물 적합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법규에서 정한 일을 정확히 수행한 것이 되지만,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약수터 이용자가 추가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보는 약수터에서 취수한 물이 상온에서 어느 기간 동안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인데, 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행정기관이 최소한의 서비스를 하고 있고, 수요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점검하고 설계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개별적인 사안을 가지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다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천명되고 의도된 행정서비스는 행정 공급자가 설계한 것이나, 이러한 행정서비스를 받은 국민은 공급자의 의도와 달리 독자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면서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러한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점과 목표치의 차이는 행정서비스 개선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국민의 행정에 대한 신뢰도와 체감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나 지자체의 구체적인 정책 수준(미시적인 수준)에서부터 국민과의 의사소통 등과 같은 정부 운영에 대한 방식과 관련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수준(거시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보건복지 분야의 행정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한 미시적 수준에서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거시적인 수준에서 향후 정책 방향(과제)에 관해 논의하기로 한다.
보건복지분야 사례분석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상급식 등으로 촉발된 보편적 복지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와중에 지방자치단체가 대국민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차분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수요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수요자 중심의 사례관리사업, 정신보건사업의 핵심적 결과 지표로 나타나는 자살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치열하게 펼쳐지는 자살예방사업 등이 있다. 또한 저소득층의 기초적인 생활 기반을 지원하는 성격을 지니면서도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을 지니는 재활용 나눔센터 운영 사례, 복지 관련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정부 운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 사례,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의 첫마을에 설치된, 이용자의 편의성을 제고한 복합 커뮤니티 사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을 차례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 사례관리사업
보건복지 예산의 증가와 국민의 보건복지서비스 체감 수준이 정비례의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경험한 바 있다. 그간의 보건복지정책과 사업에 대한 보완과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 발생, 부정수급권자의 문제, 일부 수급권자의 과잉 또는 과소 지원 문제 등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정하는 보건복지 사업과 수급 자격 기준, 지원 규모 등의 통일성이 보건복지 현장에서의 현실과 괴리될 소지가 상존한다는 것을 대변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는 개별 보건복지사업에 대한 '사례관리(Case Management)사업'이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료급여 관리 제도를 통해 사례관리사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산시가 전문 인력인 의료급여 관리사를 현장에 직접 투입,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의료급여 예산 절감 등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시는 2012년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신규 의료급여 수급권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올바른 의료기관 이용법과 개인위생 및 건강관리법, 약물 오남용 예방법 등을 교육했다. 순회 교육으로 실시된 이번 교육은 경제적인 이유로 그동안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다가 새로이 의료급여 대상자가 된 이들에 대한 교육으로 호응도가 높았다. 교육은 시청 주민지원과에 근무하는 의료급여 관리사(2명)가 실시했는데,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의료급여 관리사는 질병 대비 의료기관 과다 이용자, 특히 비합리적 의료기관 이용 및 중복투약 등이 의심되는 대상자를 선정, 연간 600여 명의 의료 수급권자에 대해 적정 의료 이용 및 건강관리 행태 변화 유도를 통해 의료급여 재정 건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의료기관 과다 이용자 155명을 대상으로 중점 관리를 통해 2010년 대비 11%의 진료비 절감으로 1억 1천 2백만 원 예산 절감과 함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통해 대상자의 복합적인 욕구 해결에도 도움을 주었다.
사례관리사업은 개별적인 보건복지 단위 사업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이러한 개별 단위 사업이라는 칸막이를 넘어서서 수요자 중심으로 필요한 보건복지 수요는 무엇이며, 서비스 연계가 가능한 사업의 발굴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실질적인 사례 관리를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에서 시도하고 있다. 당진시의 경우 국비와 충남도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 사업비를 통해 2개의 행복나눔복지센터를 운영하여 보건과 복지 분야에서의 복지 대상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공 가능한 서비스 연계를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대전시 등에서 독자적으로 출연하여 설립한 광역자치단체별 복지재단을 통해 복지 정책의 개발, 복지 사업에 대한 점검, 사회복지사에 대한 교육 훈련, 사례관리사업 등을 통합적으로 담당하여 광역자치단체의 보건복지 업무 수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자살예방사업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31.2명(2010년에 자살 사망자 수 15,56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광역자치단체로 보면 충청남도가 2009년, 2010년 연속으로 자살률 1위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어 충남도에서 종합적이고 진지하게 정책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0년에 충남도가 마련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충청남도는 ‘자살예방 조례’를 제정하고 민관이 참여하는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까지 전국 평균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또한 광역·지역 정신보건센터의 자살예방 기능 인력을 보강하고 자살예방센터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농약 안전 보관함’을 제작, 농가에 보급하고 독거·자살 고위험군 노인 8만 명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우울증 선별검사를 확대 실시하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교육 및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종합 대책의 특징을 보면, 보건 분야의 조직은 물론 복지 관련 단체 등도 참여시켜 자치단체에서 조직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살예방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자살예방 관련 전문화된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청소년,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특별 관리 등 정신보건 대상자별로 맞춤형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1년 단위로 자살 관련 통계나 자료가 생성되어 익년도 9월경에 자살자의 소재지 기초자치단체, 연령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의 유의미한 자살 유형, 원인, 연령층 등에 대한 최신의 세부 정보 없이 일반화된 자살예방 사업을 시행할 수밖에 없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현재의 통계 관리나 미구축된 자살 사례 관리 체제로는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특정 지역의 비극적인 자살에 대한 교훈과 시사점 그리고 유사 사례의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국가의 정확한 통계 산출과 사망자 및 유족의 프라이버시 등으로 적시성 있는 자료 접근이 제약되고 있어 맞춤형 자살예방 사업의 시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재활용(나눔)센터
각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고 물품의 재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재활용센터를 운영(주로 위탁 방식)하고 있는데, 특히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지원함으로써 복지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광주시의 사례를 먼저 소개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2012년 3월, 경기도 광주시 재활용센터가 기초생활 수급자나 홀몸노인 등 저소득층에게 재활용품을 무상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원 대상 물품은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구류, 의류, 도서 등으로 재활용센터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중고 물품이다. 특히 재활용센터는 지원 대상자에게 직접 운반 및 설치까지 해준다. 지난해 1월부터 추진한 이 사업으로 현재까지 가전제품 34, 가구 11, 기타 7점 등 시가 540여만 원에 이르는 재활용품을 지원했다. 지원을 희망하는 저소득층 가구는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신청하면 된다. 한편, 주위 불우이웃을 위해 물품 기증 의향이 있는 시민은 시와 협약을 맺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재활용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재활용 나눔센터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환경과 복지가 융합된 행정서비스 영역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 재활용 나눔센터를 대형화하고 이용자를 확충함으로써 사회적인 나눔을 활성화하는 한편, 수탁기관을 사회복지법인으로 하여 판매 수입을 해당 사회복지법인의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거버넌스 운영사례
보건복지정책과 사업의 내용적 측면에서 사례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보건복지사업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각종 보건복지사업을 관통하고 있는 원리나 이끌어가는 작동원리를 과정이나 절차적인 관점에서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 관점이 투영되어 있는 운영 원리 중의 하나로, 정책 고객들을 행정 파트너로 삼아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정책 고객과의 협치를 전문적인 용어로 거버넌스 체계라고 부르고 있다. 2011년 충청남도에서 시행한바 있는 거버넌스 운영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충청남도는 현안 과제 발생 시에만 활동하는 일시적인 소통체제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복지보건국 내 5개 과에 15개 주요 과제를 선정, 14개 거버넌스를 구축·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각 과장 책임하에 분기별 1회 이상 소집회의를 개최하고 도의 정책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 중심으로 분산형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등 실용적인 소통을 위해 추진하게 된다. 그동안 복지보건 분야별로 기관·단체 등 다양한 정책 파트너가 있었으나, 각각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가운데 먼저 행정이 결정하고 민간은 행정에 끊임없이 요구하는 구조 체계와 관주도 정책 과정에서 한계를 느껴왔다. 이와 관련 도에서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수요자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시로 반영할 수 있는 분산형 거버넌스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해당 정책 고객들과의 소통·참여를 일상화해 민관 협력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도 전체 관점의 통합적인 거버넌스도 필요하지만, 현안 과제에 따라 수시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분산형 거버넌스 운영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정책에 대한 대응성과 구체성을 갖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은 보건복지 관련 단체들과의 업무 공조와 협력을 통해서 보건복지 정책의 신뢰성과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어 수요자 중심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직 내부의 이해는 물론 관련 단체의 대표성과 대외적 공신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가 있다.
- 세종시 첫마을 복합 커뮤니티 사례
세종시 첫마을에 조성된 관공서와 주민 이용 문화 및 복지시설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 번의 방문으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집적화시켜놓은 복합건물로 조성했다는 점이다. 관공서와 공공시설을 집적화한 데 따른 이점은 주민의 편리성 외에도 관공서와 공공시설 간의 업무 협조가 원활히 이뤄져 현장에서 실질적인 융복합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으며, 또한 건물의 유지관리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첫마을에 조성된 복합커뮤니티에는 면사무소 출장소, 보건지소, 우체국, 도서관, 문화의 집 등을 복합화하였고, 경찰지구대와 119안전센터는 별도의 장소에 집적화시켜놓고 있다. 첫마을의 관공서와 공공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행정서비스를 유도하기 위해서 행정중심도시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에서는 공공기관 거버넌스를 올해 초부터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체 세종시의 1/6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행정기능 등이 배치되어 있는 예정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권자로서의 행복청이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적 운영을 통해 대국민서비스를 제고하여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향후 정책방향
향후 정책방향으로서 다음 네 가지의 전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① 정책 대상자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정책에 대한 문제는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밝히는 제도 진단의 상시적인 실시
② 행정서비스의 최종 목표가 정책 고객의 만족도 제고에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대변하기 위한 수요자 중심의 성과 지표 설정
③ 보건과 복지를 망라한 통합적인 사례 관리의 유도
④ 보건복지 사업의 현실 적합성과 통일성 확보 등의 가치가 구현될 수 있는 구조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합리적인 역할 정립. 이상의 전략을 통해 보건복지 사업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와 만족도를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책과 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
행정서비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체계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진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민을 섬기는 경쟁력 있는 정부를 실현하려면 정부 조직의 기능·구조뿐만 아니라 행정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즉, 행정서비스의 소프트웨어적인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방법을 정책과 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제도 진단의 결과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품질 좋은 행정서비스가 제공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각 중앙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보건복지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건과 복지는 동전의 앞·뒷면같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전산망과 사업이 각각 운영되는 등 융합행정체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민간 복지 자원과의 협력적 관계의 미흡 등으로 아쉬움을 주고 있다. 부정 수급권자를 막기 위해 수급자 적격성 조사와 복지급여 지급은 시군에서, 사후 관리는 읍면동에서 담당하는 조직 개편이 이뤄졌으나, 종전보다 일선 읍면동 담당자와 복지 대상자 간 소통과 관계 등의 단절 현상이 심화되고 조직 이원화에 따른 행정의 연계 부족 등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충청남도에서는 2011년 상반기에 자체적으로 복지보건 전달체계에 대한 진단에 착수한 바가 있었는데, 추진체계와 방식 등을 소개하기로 한다.
산적해 있는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보건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진단하고 분석하는 첫 단계의 과제가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도와 시군 공무원 및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달체계 진단 TF팀을 구성, 3월부터 6월까지 본격적으로 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충남 실정에 맞는 전국 표준의 수요자 중심의 복지보건 융·복합적 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충남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복지보건 행정서비스에 대해서 관계 공무원과 각계의 전문가들이 진솔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복지보건 서비스의 제공 수준과 도민의 기대 수준에 비추어 적정한지, 효율적인지를 논의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민선 5기 도정에서 강조하는 참여와 소통이라는 가치와 부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수요자 중심의 성과 지표 관리
행정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각 기관의 성과관리계획은 공급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수요자 관점에서 의미 있는 지표를 설정하여 관리함으로써 공직사회의 대고객 서비스 정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경로당이나 응급의료센터의 신규 설치를 통한 공급량을 목표로 세우는 것은 서비스의 기반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수요자의 서비스 향상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보건복지의 현장에서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공급 시설은 있지만 활용이 낮거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공급 시설의 확충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보건복지대상자의 이용률이라는 성과 지표가 단순한 공급 지표보다 보건복지대상자에게 좀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 노인들의 경로당 이용률 10% 수준을 15%로 제고하는 것을 성과 지표로 설정하게 되면, 경로당의 추가 설치는 물론이고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매력 있게 구성하는 한편, 노인들의 경로당 이용을 편리하게 하는 교통편의 제공, 경로당의 청결 상태 개선 등 종합적인 경로당 이용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인 차원에서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행정서비스는 더욱 국민의 만족을 높이는 차원으로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지방 공무원의 경우 경로당 이용 실태 분석과 함께 경로당 이용이 어려운 노인들에 대한 사례 분석이나 관리까지도 업무 영역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어 보건복지행정의 질적 도약을 도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정부 부처 수준에서는 행복청이 이러한 수요자 중심 성과 지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2년 성과관리 시행 계획에 수요자 중심의 성과 지표 체계 수립을 중점 기조로 밝히고, 수요자 중심의 성과 지표의 예로 ‘첫마을 주민 입주 지원’ 과제의 입주 점검반 실질적 보완 조치 비율, ‘일자리 창출 및 지원’ 과제의 교육 수료 원주민의 실제 취업률, ‘지역업체 참여 활성화’ 과제의 지역 업체 참여율 등을 설정한 바 있다.
- 통합적인 사례 관리
각종 보건복지 사업 단위별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 관리 사업을 사회복지 통합 전산망을 통해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과 복지사업이 별도의 전산망으로 관리되는 방식을 통합 설계하여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과 복지의 개별 사업 과정에서 정책 대상자의 사례 관리나 상담 자료가 보건복지 분야 공무원들에게 공유되어 융복합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 통합관리망을 개통하면서 기초적인 자료의 전산화 작업을 시작하였고, 2012년에는 전국 시군구에 통합사례관리를 위한 희망복지지원단을 설치하여 통합적인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의 보건사업과 사후적 지원 성격이 강한 복지사업 간에는 아직도 전산망이 연계되지 않은 상태로, 통합적인 사례관리를 위한 전산망의 정비나 연계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앞에서 강조한 사회복지 통합전산망의 정비와 함께 행복나눔복지센터나 복지재단과 같은 통합적인 사례 관리를 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복지재단의 경우 복지사업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보건 분야를 망라하는 실질적인 보건복지 업무에 대한 총괄적인 컨트롤타워로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 국가와 지자체 간의 역할 정립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현실 진단에 토대를 둔 복지보건 전달체계 개선 방안의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역할이 미흡한 현실에서 보면 광역자치단체의 권능을 넘어서는 것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협의하면서 제도적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도의 역할은 중앙에서 입안된 시책과 예산의 단순한 전달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과 기초단체의 실질적인 중계와 소통에 충실해야 존립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행정기관은 새로운 정책이나 시책의 개발에 있어 광역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신규 사업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여와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하였으면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칭 ‘보건복지 선진화사업비’를 연간 100억 원 내외로 책정하여 올해 7월에 출범하는 세종시를 포함한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신규 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내실화 내지 심화 사업을 신청받아 상중하 레벨로 평가한 후 상의 평가를 받은 사업은 90% 수준, 중 70%, 하 50%의 국비 보조를 하여 광역자치단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각 광역자치단체별로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응하는 사업을 구상할 수도 있고, 복지 보건 전달체계 점검 사업 등과 같은 내실 있는 보건복지 사업을 위한 구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구조의 사업 구상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에서 가칭 ‘광역보건복지 선진화사업비’를 연간 30억 원 수준으로 편성하여 기초자치단체의 사업 신청을 받아 상중하로 평가하여 적정 수준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선진화 사업은 정책 수립과 사업비 편성 권한을 가진 상급 기관이 전부 결정하는 방식에서 일부 보류사업비를 자체 결정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구상 주도권을 준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를 구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보건복지 현장에 좀 더 가까이 있는 기관이 사업을 구상하고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적합한 사업이 구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맺는 말
앞에서 제시한 정책적 과제 내지 기본 방향과 관련하여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지방행정의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직 내부의 기관 간, 부서 간 칸막이 행정의 극복을 통해 융복합 행정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제와 함께 유관 단체, 전문가 및 주민들과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사회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게 하려면 성과관리와 인사관리 체계도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구조로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융복합 행정서비스와 거버넌스의 구축이 일부 사업의 성과 지표로 제시되고 점검 관리되어 부서장과 부서원의 근무 성적 평가에 반영되어 승진, 보수 등의 제반 인사관리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는 기관의 핵심적 가치나 정책 방향과 인사관리가 별도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되어 조직 구성원들에게 유의미한 시그널로 작동되어야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적, 경험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행정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국민 영향평가제도의 도입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성별영향평가, 교육영향평가 등의 세부 분야별 평가는 있지만, 종합적인 관점의 국민(주민) 영향평가제도는 운영되고 있지 않은데, 새로운 시책 추진 시 국민의 실질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생활 영향평가는 각 기관의 기획관리실에서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판단하는 초기의 권고형 운영 방식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되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무적인 제도로 도입하는 방안은 행정안전부 조직실에서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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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2년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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