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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0] 건강검진 결과서, 서비스디자인을 만나다 - 이경미, 팽한솔. 월간지방자치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0] 건강검진 결과서, 서비스디자인을 만나다 

월간지방자치, 2012.06. 

* 출처 : 지방자치연구소    

  이 글은 과거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건강검진 결과서, 서비스디자인을 만나다 

: 서비스디자인이 만들어낸 친절한 건강검진 결과서

 


 

이경미 대표 (주)사이픽스,《 월간 지방자치》 공공서비스디자인 전문위원
팽한솔 팀장 (주)사이픽스
 

 

주변에 연말이 되어서야 급하게 건강검진을 예약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귀찮은 과제로만 여기고 있는 것일까? 정말 이렇게 여겨도 될 정도로 하찮은 검진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비스디자인 전문 회사인 (주)사이픽스와 여러 메디컬 전문가, 컨설팅 전문가들과 함께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건강검진 서비스는 의료진이라는 전문가 집단과 전 국민이라는 집단이 함께 소통하고 있는데, 현재는 극히 서비스 제공 주체인 의료진에게 모든 것이 맞추어져 있다. 1시간의 대기 후에 10분도 채 안 되는 간단한 검사를 받고, 두 달 정도 뒤에 받아볼 수 있는 결과서는 빽빽하게 적혀 있는 수치들과 알아듣기 힘든 의학 용어들로 작성되어 있다. 국민들은 그것을 받아 들고 결과서를 활용하기는커녕 이해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의료진과 전 국민 두 집단 간에는 풀기 힘든 소통의 문제가 존재한다. 의료진과 전 국민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먼저 다시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건강검진 결과서’였다. 이 결과서는 건강검진이 수검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기존의 서식을 보기 좋게 디자인만 바꾸려 했다면, 수검자들과 인터뷰할 때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을지”만을 물어보고 체크하여 깔끔하게 정리만 했겠지만, 우리는 서비스디자인의 프로세스를 거쳐 리서치하고 분석하여 사람들이 이 결과표를 통해 궁극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핵심을 알아내려 하였다.

거창한 얘기 같지만, 사실, 수검자들은 굉장히 단순한 원리로 결과서를 이해하고 싶어하였다.

 



(기존 건강검진 결과서)
 

  1. 어디가 제일 안 좋은지,
  2. 얼마나 안 좋은지,
  3.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렇게 단순한 접근이지만 현재의 결과서는 이러한 니즈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니즈는 사람들이 결과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가고자 하기보다, 쉽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빨리 얻고자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새로운 결과서는 첫 장에 어디가 제일 안 좋은지 알 수 있는 종합 소견이 요약되어 있고, 두 번째 장에는 안 좋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 상세한 데이터가 기록되어 있으며, 세 번째 장에는 이러한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빠르게 빨간 부분만 훑어보더라도 중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수검자의 니즈 속에 우리가 전달해야 하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국민건강보험의 건강검진 목적을 국민에게 알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자.’ 두 번째는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아 보는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 세 번째로는 ‘이 결과서가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습관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로 정리되었다.

 



 

  1.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목적을 국민에게 알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자.

    첫 번째, 검진 목적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결과서 시작 부분에 목적에 관해 간단히 풀어 쓴 한 줄의 문장과 이 검진이 얼마나 신뢰도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었다. 2009년 전체 검진자 800만 명 중 300만 명 이상이 질병을 발견하였다는 내용과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과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들의 7년 누적 진료비를 비교해보았을 때, 109만 원이 차이나고 있었다는 내용을 보여주어 검진의 중요성과 신뢰도를 보여주려 하였다.
     

  2.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아 보는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

    사람들이 결과표를 빠르고 쉽게 이해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결과서 안의 글을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바꾸어주고 글과 그림을 적절히 조화시켜 글이 어려운 사람은 설명적인 그림으로, 그림이 어려운 사람은 쉬운 글이 상호보완해주는 방법으로 두 집단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하였다. 그리고 수검자의 검사별 수치가 기록된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낮았는데, 현재는 ‘표 구조 파악→내 수치 확인→참고치 확인→내 수치와 참고치 비교→내 상태 결과 파악’으로 결과서 이해를 위해 5단계가 필요했다면, 다시 디자인된 결과서에서는 수치와 그 수치의 위험 정도를 그래프로 한 번에 표현하여 이해의 단계를 한 단계로 줄였다.

이 부분은 수치표를 이해해야 하는 수검자와 이 수치표를 보고 상담을 해주어야 하는 의료진 모두가 이해도에 있어 매우 만족한 부분이었다.
 

  1. 결과서가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습관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이 결과서가 수검자의 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남았는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접근이 제일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검자에게서 종이 몇 장으로 이러한 심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이 부분을 위해 우리는 리서치를 통해 알게 된 세 가지 인사이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로 ‘정보의 흐름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리서치 중에 만난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의사의 말에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사주팔자를 보러 가면 점쟁이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까먹지 않고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생활에 옮긴다. 점쟁이와 사람 사이에는 굉장히 효과적인 일대일 인터랙션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으로 점집이 옮겨오면서 몇 장의 A4 용지에 개인의 사주팔자가 출력되어 나온다. 점쟁이와의 대화가 아닌 종이와 나의 인터랙션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 종이 역시 점쟁이가 직접 말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고 오래 기억이 된다. 도대체 텍스트로 어떻게 이런 인터랙션을 하고 있는지 직접 받아 분석해보았다.

텍스트로 된 사주팔자가 정보를 전달하는 흐름은 이렇게 시작된다.

  1. “당신의 사주는 전체적으로 …하다”라면서 앞으로 말해줄 이야기에 대한 결과를 미리 귀띔해주며 기대심을 자극한다.
  2. “당신은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왔다”며 지난 검진 내용에 대한 history를 알려준다.
  3. “너의 사주 구성을 보면 1월은 어떻고 2월은 어떻고….” 디테일한 데이터를 말해준다.
  4. “넌 4월에 교통사고가 날 수 있고, 재물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라는 말로 경고를 한다.
  5. “그러니까 사고를 피하려면 북쪽으로 가지 말고, 붉은색을 가까이 해라”와 같은 지침을 일러주며 마무리한다.






이렇게 정보 흐름의 방식이 심리적으로 수검자의 마음에 와 닿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수검자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은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받을 때 더 설득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국민적으로 시행되는 서비스를 최적화한다는 것은 현실화에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명지병원의 건강검진 팀과 전산팀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보았는데, 처음으로 영감을 받은 부분은 명지병원의 간호사들이 해주신 이야기였다. “한참 설명을 해드려도 집에 가시면 기억이 안 난다고 꼭 전화가 오기 때문에 저희는 결과표에 형광펜을 그어서 설명을 드려요.” 그래서 수검자들이 인간적인 인터랙션으로 느끼며 최적화된 정보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을 강조하는 로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운동습관을 제안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관절이 안 좋은 사람에게 자전거 타기라는 운동지침이 나왔다면, 이것은 최적화된 정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유산소·무산소 운동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운동을 체크박스에 넣고 나이와 신체 상태를 로직화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운동이 체크되어 제시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결과서가 발전되면, 그 제안된 운동을 수검자 주소지 근처 어느 공원 혹은 문화센터에서 할 수 있는지의 정보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되어 더욱 수검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수검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여 건강 검진에 대한 능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여 이 결과에 대해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부분이다. 왼쪽 페이지에는 수검자들이 직접 잘라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용 카드’와 ‘습관 관리용 카드’가 있는데, 응급의료용 카드는 잘라서 지갑에 소지하고 다니며, 응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의료진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심뇌혈관계 질환이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습관관리용 카드는 잘라서 냉장고에 붙이거나 식탁 유리에 넣어서 가족들과 공유하며, 항상 관리할 수 있도록 제안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표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제도화를 위하여 명지병원의 도움을 받아 시범사업으로 시행되었다. 한 달간 총 2천 명의 수검자에게 새로운 결과서와 기존의 결과서를 동봉하여 발송하고, 1개월에 걸쳐 전화를 통해 두 결과서에 대한 비교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였다.

전화를 시도했던 총 2천 명 중, 총 응답자는 605명으로 남성이 약 52%(316명), 여성이 약 48%(298명)였으며, 평균 나이는 약 44세였다.
응답자의 94%가 새로운 결과서를 본 후 “결과서의 지침에 따라 나의 생활습관을 바꿀 계획이다”라고 대답했으며, 응답자의 93%가 “새 결과서를 보고 나의 건강 상태를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새로 디자인된 결과서를 받고 다음 건강검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졌다”는 대답이 응답자의 88%를 차지함으로써, 우리가 이 프로젝트로 달성하려 했던 건강검진에 대한 신뢰도와 관심, 결과에 대한 이해도, 생활습관으로의 연계를 모두 향상시키는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전화 만족도 조사 중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건강검진 결과서에 관심을 갖고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우리가 의도하고 기대했던 대로 많은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여기던 두 장의 건강검진 결과서를 변화시킴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주)사이픽스는 차기 의료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로 종합병원 외래진료 경험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종합병원의 낙후된 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하여 지역 병원 환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국내 빅5 병원의 과독점 체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연구이다. 이러한 연구들처럼 (주)사이픽스는 전 국민이 빈부의 차별 없이 올바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디자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주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공공디자인 #정책디자인 #서비스디자인  

* 이 글은 2012년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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