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5] 치유를 위한 디자인, 의료서비스디자인
월간지방자치, 2012.09.
* 출처 : 지방자치연구소
이 글은 과거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정리 채이식 대표 ideapalm
《월간 지방자치》는 올해 초부터 지방자치의 공공서 비스를 수요자 중심의 혁신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인 공공서비스디자인에 주목하고 공공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의 다양한 사례와 실현 방안 등을 다뤄왔다.
공공서비스가 디자인과 만났을 때 혁신의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입증 사례를 발견할 때마다 공공서비스에 디자인 개념이 아직까지 확산되고 있지 않은 점에 의문이 든다.
공공서비스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경쟁을 통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제공자의 일방적인 정책 구상 및 실행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독점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다.
공급자 측의 효율성, 생산성, 정략적 성과 중심의 관리 및 평가체계로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수요자의 욕구 수준과의 괴리를 줄이고 수요자 중심의 혁신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다. 공공서비스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특히 보건과 복지, 의료 분야는 많은 한계 점을 가지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많은 보건소와 지방의료원들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차별화된 이점을 주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어떤 측면이 개선돼야 할까? 서비스디자인의 방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좋은 착안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민간 부문에서는 의료서비스와 금융서비스 산업이 선두에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수용하고 산업의 혁신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민간 부문의 변화를 잘 살핀다면 지방자치단체 공공의료서비스에 있어 착안점이 많을 것이다.
서비스디자인이 관점을 바꾸는 새로운 도구로서 이야기되는 이유는 고객을 바라보는 프레임, 관점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의 상품 기획이나 디자인 방법론에서 거론되는 고객 섬김의 철학은 고객 중심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고객을 위해 고객만을 면밀하게 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사고의 프레임인 것이다. 반면, 서비스디자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 모두를 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해야 고객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많은 검사를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피검사는 기본적인 검사 중 하나로 필수다. 만일 채혈하는 병리사가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신중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환자를 대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봐야한다. 행복한 이해 관계자(병리사) 대비 불만족한 이해 관계자는 환자에게 친절을 전하기 어려운 상대적 이유가 된다. 따라서 병원의 크기와 관계없이 환자의 만족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병원은 이해 관계자 중심의 접근법인 서비스디자인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래 기다리고 잠깐 진료 받는 병원 서비스 핵심은 정보 제공을 통한 외로움 해소
보통 환자들이 2~3시간 기다리는 반면 3분 진료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환자 입장에서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진료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핵심은 짧은 시간이지만 환자들은 병원 이해관계자로부터 자신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그 외에 환자 개개인이 품고 있는 여러 가지 궁금한 부분을 질문 할 기회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해 줄 사람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환자는 병원 이해 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정작 환자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질문 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단지 의사의 진료시간을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 수가를 올리고 의사 수를 확충해 한 명의 의사가 충분한 진료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진료 환자 수를 대폭 줄이는 기계적인 방법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적이지도 않은 데다가 환자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상응하는 다양한 정보나 환자 자신이 갖는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정보 제공을 통해 혼자서 병과 싸우는 외로움을 해소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앞장의 도표는 진료 시 환자는 병원 이해 관계자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지만 그밖에 환자가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주고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병원 이해 관계자의 만족도가 환자에 대한 서비스 품질
제품과 달리 모든 서비스는 생산되는 즉시 고객에게 전달되고 사용되는 특성이 있다. 사전 연습이나 지식의 습득, 철저한 교육이 없으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에 제품처럼 품질 검사를 해 불량품을 모두 제거하고 양품만 고객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은 여기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 원이 일의 만족도와 전문 지식, 업무 프로세스가 철저 해야 한다. 특히 병원의 경우는 모든 provider(병원 내부의 의사, 간호사 등의 스텝들이 의료서비스를 구분해 환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스스로를 지칭하는 명칭)의 업무에 대한 숙련도, 지식 그리고 업무 만족도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이 환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다른 서비스보다 병원 서비스가 특히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불만족한 provider의 불완전한 서비스가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 이해 관계자(서비스디자인 용어로써 병원의 provider와 동일)에 대한 만족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 서비스디자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다. 서비스디자인에서는 ‘고객중심(환자 중심) 접근’이 아니라‘이해 관계자(환자를 포함한 병원 providers)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의료 실력과 서비스디자인(병원 서비스디자인의 범위)
병원을 바라보는 환자의 시선은 의료진이 얼마나 잘(실력+정성) 보는지와 병원이 얼마나 친절하고 편리한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얼마나 잘 보는지의 문제는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평판 및 소문에 의한 것과 환자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이는 환자 및 환자 가족이 병원을 선택하기 이전에 어떤 병원에서 치료 받을 것인지의 의사결정의 문제이며 의사들의 의료 실력까지는 서비스디자인의 범위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의 모 대학 병원이 유명하다면 대부분은 뛰어난 의료 실력과 편리성 및 친절에 대한 입소문의 결과로 형성된 브랜드 평판에 의한 것이다.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이 되어 본 적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중환자나 암, 심장질환 등 치료가 어려운 질환일 때 평판과 브랜드의 중요성을 더욱 느낀다.
심각한 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 때 병원의 친절함 이나 편리함의 가치에 대해서는 환자 자신보다는 환자 가족들이 더 민감하다.
의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실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가족의 만족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가벼운 질병에도 의료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잘 된 ‘병원 서비스디자인’ 자체만으로도 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병원 서비스디자인 수행시 전략적 부담(리스크)줄이려면 서비스 디자인의 ‘전략이슈’와‘실행이슈’로 나누어 접근해야
일반 기업에서도 혁신 전략을 수립하면 한 번에 많은 이슈와 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 대부분은 모든 이슈를 한 번에 해결하거나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격 대비 산출물의 경제성을 분석한다.
핵심은 레버리지(Leverage)가 되는 핵심사항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수행 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과정을 전략적 사고의 과정이라고 한다.
병원 서비스디자인의 경우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서비스디자인 전략과 실행 이슈가 도출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디자인 결과물로 규모가 너무 큰 이슈들이 도출되어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수행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슈 실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전략 수립과 그에 따른 핵심 이슈 한 두 개를 선택하여 구체화하는 방법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병원의 미래 발전 지향적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다.
전략의 실행과 이슈에는 아래 보기처럼
1. 병원의 서비스디자인 전략만 수립하는 경우
2. 서비스디자인 전략과 핵심 이슈에 대한 실행까지 진행하는 경우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형태)
3. 서비스디자인 전략 수립과 도출된 이슈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예산·인력의 대규모 투입으로 결과에 대한 리스크도 높은 형태 - 권하지 않는 방법)
4. 특정 이슈만을 서비스디자인 기법을 통해서 실행 하는 경우(기존의 디자인 방법론과 구별이 어렵고 결과도 차별화하기 어렵다) 가 있다.
실행 이슈 중에는 병원 레이아웃, 인테리어, 시설 및 디바이스(제품/ 병원의료기기 시설), 환자 교육에 대한 이슈, 새로운 병원 비즈니스에 대한 이슈, 병원정보를 하나로 묶어주는 IT 이슈 등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쏟아져 나온다. 명확한 것은 이런 것들을 한번 에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서울시내 모 대학 병원의 당뇨센터 서비스디자인 연구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디자인 이슈가 도출 되었는데, 병원 서비스와 연관된 환자용 당뇨 측정 디바이스 및 인슐린 투입기를 상품화 단계까지 구체화한 경우다.

위의 표는 서비스디자인 전략의 수립과 당뇨 디바이스 개발을 프로젝트의 스코프로 잡은 케이스이다.
결론적으로 병원 서비스디자인은 이해 관계자의 만족도를 높여 환자의 만족도를 개선하고 의료 서비스의 상향평준화 및 보편화를 이뤄 병원 서비스디자인 자체 만으로도 병원 경쟁력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서비스디자인 전략의 수립과 전략 이슈의 실행을 구분해 자원 투입을 적게 하면서 병원 서비스의 미래 솔루션을 확인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향후 서비스디자인은 의사들의 의료 수준 향상과 함께 환자 및 환자 가족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고 병원의 브랜드 제고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서비스디자인은 앞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분야이다. 도메인의 전문성이 강조되어 왔던 의료 서비스 분야를 사용자 중심의 관점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공 의료 서비스에 어떤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을지를 구상하는 데 이번 사례에서 소개된 방법과 내용이 참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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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2년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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