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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7] 도시와 디자인이 만나 만드는 ‘모두를 위한 도시’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도시편》사례를 중심으로 - 김정태. 월간지방자치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7]  도시와 디자인이 만나 만드는 ‘모두를 위한 도시’

월간지방자치, 2012.11. 

* 출처 : 지방자치연구소    

  이 글은 과거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도시와 디자인이 만나 만드는‘모두를 위한 도시’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도시편》사례를 중심으로

 


김정태 이사 (사회혁신투자컨설팅 MYSC)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도시편》기획자 

 

 

제한된 자원, 늘어나는 수요

 

금융위기와 경제성장의 둔화는 국가와 지역경제에 세수입의 감소와 급증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산 부족으로 귀결된다. 결국 정부는 점점 제한되는 자원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정책담당자들은 제한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가장 강력한 수요와 필요에 집중해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투입 자원 대비 최고와 최적화된 사회효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그 혁신적인 방법론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을 정책과 연결하는 것이다. 최근 범죄예방에 디자인의 방법론을 연결하는 세미나가 국내에서 진행된 바 있다. 범죄를 예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범죄가 발생한 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보다 월등히 낮은 편이다.

길거리와 골목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재설계해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현장의 환경을 바꾸는 것처럼 디자인은 구체적인 정책이 기획되기 전에 가장 최적화된 접근과 수요를 파악하는 데 탁월한 방법론을 전달해준다. 즉 디자인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패하지 않을 정책, 효용과 편익이 강한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활용됨으로써 제한된 자원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부담을 실제적으로 경감하는 강력한 전략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디자인이 특별히 도시의 비공식 거주 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최근 번역되어 소개된《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도시편》 (에딧더월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 인: 도시편》 (에딧더월드, 2012) 은 전 세계 도시의 다양한 이슈를 접근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의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준다.

 

도시, 재개발이 해법인가?

 

이미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35억 명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2050년 경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2/3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몰리면서 비대해지는 도시는 과연 바람직한 현상일 까? 하버드대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도시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든다”라고 주장했다. 농촌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보건, 교육, 취업의 기회들이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역동적으로 교환되기 때문이다.

 

동아프리카 최대의 슬럼 지역으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시내에 위치한 키베라에는 나름대로의 비공식적 보건, 교육, 안전 등의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정부의 통제와 지원이 없어도 제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비공식적 시장 역시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한국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만 보더라도 계획적이며 공식적인 거주공간 외에도 구룡마을과 같이 흔히 슬럼 또는 달동네라고 불리는 비공식적이며 비계획적인 정착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동안 이러한 지역을 활성화하는 주된 방법은‘재개발’이란 명목으로 비공식적인 정착지를 계획적이고 세련된 도시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하드웨어는 세련되게 변했을지 몰라도 그곳에 형성되어왔던 사회자본과 커뮤니티는 완전히 와해되며, 극단적으로는 용산참사와 같은 갈등과 대립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제한된 자원을 감안해야 하는 앞으로의 긴축재정과 저성장 시대에서 계속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비용의 차원을 넘어 양극화 시대에서 사회갈등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실현해야 하는 지자체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못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도시의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도시편》은 기존의 재개발 방법이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 세계 60개의 혁신적인 도시 정책 사례를 연구하면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비공식적인 거주 지역을 철거하고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계획적 지역과 비공식적인 지역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개발’로 도시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기존의 비공식 지역에 생성되어왔던 나름대로의 사회자본과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이 바로 디자인씽킹과 같은 지역주민들의 필요를 찾아가는 디자인 방법론이다. 디자이너가 기존의 정책입안자, 커뮤니티 대표, 건축 가, 기술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 협력할때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사례를 통해 증명해 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흔히 도시정책의 기본이 되는‘전문가 중심의 도시정책과 도시개발 접근’과는 차이가 있는데, 이 책은 이러한 접근법이“비용이 너무 많이들 뿐 아니라 빈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도 못한다”고 평가한다.

 

재개발이 아닌 통합과 공유로의 도시 지역개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사례는 콜롬비아의 메데인 시가 추진한 통합적 재개발 지역의 모습이다. 시 정부는 슬럼지역을 재개발하는 대신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도시와 슬럼의 통합개발’ 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케이블카 방식의 대중운송 체계는 해당 지역과 도시와의 접근성을 오히려 강화시켰다. 인구 유입과 함께 주민 친화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자 자연스럽게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해당 지역의 경제가치 역시 상승하게 되었다. 메데인 시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접근의 한계’ ,‘ 부족한 문화시설’ ,‘ 사회배제와 소외화’ ,‘ 계층 간의 교류 부족’ ,‘ 높은 범죄율’등의 영역에서 효과와 편익을 창출 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앞서《도시의 승리》가 말한 바 와 같이 도시가 가진 풍부한 사회자본이 비공식적인 정착지에도 충분히 연결되도록 돕는 사회통합적인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태국의 방콕 시 정부는 ‘토지 공유’라는 방식을 통해 토지 소유주와 불법 거주민들이 공동으로 땅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는 태국의 전통적인 양보와 공유 정신을 활용한 것으로 토지 소유주들은 도로에 접한 땅을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고, 그 외의 땅은 불법 거주민들에게 임대해 안정적인 주택을 짓고 퇴거에 대한 불안감이 없이 살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땅 소유자와 불법 거주민으로 분리되었던 토지 문제가 공유라는 콘셉트를 통해 사회적 경제를 이루어 가도록 한 아주 흥미로운 사례이다.


서울시 역시 최근에‘공유 도시’ (sharing city)라는 콘셉트로 서울시와 서울시민이 보유한 다양한 공간, 제품, 서비스를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 하는 접근을 해가고 있어 앞으로의 효과가 주목된다.

 

토지사용권을 획득해 현지인이 중심이 된 지역개발

 

또 다른 태국의 사례는 방부아 운하의 가장자리를 통해 형성된 불법 거주 지역 재개발 프로젝트이다. 이프로젝트를 통해 방콕 시정부는 총 1천2백 개의 슬럼 가운데 4백22개의 슬럼지역을 현지인들의 사회자본과 커뮤니티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현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좁은 골목과 재난에 약한 거주환경, 또한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직면해 있던 주민들은 2004년 자체적인 조직을 만들고 비정부기구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당국으로부터 시유지를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사용권을 획득했고, 그러한 안정적인 토지사용권에 기반해 지역의 다양한 재활용 재료를 적극 활용한 개량된 주택을 건립하고 구역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정리되고 안정화된 구역에는 노인과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역센터가 들어섰고, 지역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운하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수산시장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정부와 건축회사가 현지주민과 함께 만든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택

 

마지막으로 살펴볼 또 다른 사례는 칠레의 건축회사인 엘리멘탈(Elemental)이 칠레와 멕시코 정부와 함께 진행한‘증설주택’ (incremental housing) 사례이다. 그동안 시정부가 사회주택(social housing)으로 진행한 주택사업은 일자리, 교육, 보건 등의 서비스가 제한된 지역에 건립되거나 시간이 갈수록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설계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시정부는 엘리멘 탈에 의뢰해 시간이 갈수록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사회 주택 모델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에 만들어진 증설주택은 시의 주택자금 지원에 맞추어 완공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나머지 거실 등 추가적인 공간은 입주자의 경제적 상황에 맞추어 스스로 점증적으로 건축해 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멕시코의 경우 시정부의 사회주택 지원금인 2만 달러에 맞춰 완공된 증설주택에 주민들이 들어 왔고, 가구별로 2천 달러의 비용을 상황에 맞춰 추가 적으로 투입해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을 때 시장가치가 5만 달러로 상승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주택 모델은 현지인의 참여와 현지인의 상황을 감안한 적정건축이 라고 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도시, 모두를 위한 정책

 

이 외에도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어떻게 정책입안자, 개발계획 수립자, 건축가, 비정부기구, 투자자, 디자이너 등이 각자의 전문 분야 장벽을 깨고 협력해 빈민가 거주민들과 함께 ‘모두를 위한 도시’ (City for All)를 만들어가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러한 접근법의 핵심은 전문가 주도가 아니라 변화 당사자인 시민 그리고 빈민가 거주자들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서 현지 자산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참여하는 참여형 개발이다.

그리고 그러한 참여형 개발의 기획과 진행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디자인씽킹과 같은 디자인 접근을 통해 현지의 숨겨진 자원을 파악하고, 현지인들이 가진 사회자본과 커뮤니티의 역동성을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하는 데에 있다. 도시가 디자인을 만날 때 진정한 개발,‘ 모두를 위한 도시’로의 개발이 진행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공공디자인 #정책디자인 #서비스디자인  

* 이 글은 2012년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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