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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9]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다 - 이성혜 이창호. 월간지방자치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19]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다

월간지방자치, 2012.12. 

* 출처 : 지방자치연구소    

  이 글은 과거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이성혜 대표 ((주)팀인터페이스)

이창호 대표 ((주)샘파트너스)

 

 

난 (2012년) 10월 17일,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는 서울국제범죄예방 디자인 세미나가 열렸다. 범죄예방 디자인의 해외 사례와 함께 소개된 서울시의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결과물은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디자인적 방식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중심의 서울시 공공디자인 정책의 방향을 표명해 큰 호평을 얻었다. 서울시디자인정책과가 주관한 본 프로젝트는 범죄나 안전문제에 취약한 두 곳(지역, 학교)을 시범 사업지로 선정하여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디자인을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범죄 심리학자, CPTED 분야 전문가, 경찰청 관계자, 아동 청소년 전문가, 행동심리학자, 커뮤니티디 자인 및 서비스디자이너 등으로 이루어진 ‘범죄예방 디자인위원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문, 서울시및 관련 기관, 대상 지역 주민과 학교, 학생, 기업이 수 차례의 협의와 공청회를 통해 진행되었다.

본 프로젝트를 수행한 서비스디자인 전문회사 ㈜팀 인터페이스와 ㈜샘파트너스의 프로젝트팀은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도입하여, 프로젝트 초기 리서치 단계에서는 상황적 분석에 집중하였으며 행동의 맥락을 관찰하여 신체적·심리적·환경적인 디자인 결과물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시범 사업으로서의 확장성과 경제성이 고려되어야 하는 점도 잊지 않았다. 분석 단계를 통해 도출된 디자인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1.‘ 지역’의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범죄자의‘범죄 심리’를 위축시키고, 주민들의‘범죄 두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는 해결안을 공동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

2.‘ 학교’의 청소년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경쟁 사회 에서 느끼는 학생들의‘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통해‘긍정적인 에너지’를 고취시켜야 한다.

 

염리동 소금길

 

(1) 배경

과거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한 소금창고가 자리해 염리동이란 지명을 얻은 이곳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후 5년간 개발이 지연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동인구가 적어지며 상권이 죽으면서 자연스레 밤에 불을 밝히는 가게들이 줄어들었고, 거리는 해가 지면 빨리 어두워졌다. 또한 집주인이건 세입자건 재개발만을 바라보며 시설에 대한 관리에 소홀하여 환경은 더욱 열악해져갔다. 이러한 상황이 더해져 월세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서, 전출입이 증가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이 많아지게 되었으며, 따라서 주민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장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찰청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은 순찰차 진입을 제한했고, 복잡한 지번은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여, 신고 시혼란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2) 범죄 두려움 지도와 염리동의 가능성

버려진 쓰레기들, 금이 간 담벼락 등 관리가 안 되어 보이는 환경은 범죄가 확산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인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과 일맥상통한다. 정작 범죄 발생률은 높지 않으나, 주민이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인 범죄 두려움(Fear of Crime)은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주민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고, 주민들이 특히 두려움을 느끼는 공간이나 구간들을 조사하여 범죄 두려움 지도를 제작하였다. 그 결과 인적이 드문 거리나 좁은 골목길이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 주를 이루었다. 밤에는 무서워서 밖에 나오지 않는다거나, 범죄 발생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는 등의 주민 이야기를 통해 범죄 두려움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주민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지역을 표시한 두려움 지도.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지역을 중심으로 운동 코스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게 되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염리동 지역이 선정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지역의 활성화된 커뮤니티 때문이었다.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솔트카페, 벼룩시장 등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었고, 주민 참여 프로그램 또한 꾸준히 개최해온 경험이 있었다.

이는 지속가능한 범죄예방 디자인 설계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주민들의 참여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3) 소금길

염리동은 말 그대로 소금마을이라는 뜻이다. 옛날 마포를 통해 들여온 소금을 보관하는 소금창고가 있던 곳으로, 그 유래가 전해진다고 한다. 이처럼 좋은 마을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 범죄예방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기획해낸 것이 바로 소금길이다. 사전 조사 결과, 주민들이 출퇴근이나 통학 이외에 집 주변에서 시간을 보낼 요소가 없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공원이나 운동할 수 있는 기구 등이 없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동네 산책은 물론이고 운동을 위해 길 건너의 대학교 운동장까지 가기도 했다.

이러한 니즈를 바탕으로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소금길 운동코스를 설계하였고, A코스와 B코스로 나누 어지는 총거리 1.7km의 운동 코스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코스 중간중간 자투리 공간에 운동 기구들과 사방 치기를 포함한 바닥놀이를 넣어 주민들과 아이들이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금길은 노란색 전신주와 가로등에 달린 번호표지 판을 따라가며 이용할 수 있다. 1번부터 69번으로 이루어진 번호는 소금길 안내뿐만 아니라 현재 위치 또한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위급 상황에 처했거나, 그러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 빠르고 신속하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거나, 신고해줄때 용이하도록 하였다. 노란색은 주민들에게 소금길을 안내해줄 뿐만 아니라, 색으로 영역성을 나타내주어 외부인들에게는 경각심을 주는 효과를 노렸다. 물론 이 정보들은 지역 담당 경찰서와 지구대에 공유하여 신고 시 전신주 번호만으로도 위치 확인이 되도록 업무 협조도 구해놓았다.

또한 소금길에는 총 여섯 채의 지킴이 집과 두 개의 지킴이(비상벨)가 운영된다.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지킴이 집을 선정하고, 노란 대문과 감시카메라, 바닥 표시를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위협을 느꼈을 때 잠시 몸을 피하거나 비상시 벨을 눌러 주변에 도움을 빠르게 요청하도록 하였다. 지킴이 집의 주인은 경찰 에서 제공한 범죄 대처 요령에 대해 교육을 받아 안전 하고 신속한 도움을 줄 수 있다.

 

(4) 커뮤니티 아트와 주민들의 참여

앞서 언급했듯이 주민들의 참여가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꼭 필요했기에, 현장 조사부터 주민 공청회, 지킴이 집 그리고 커뮤니티 아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이 중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된 커뮤니티 아트는 주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모임 등을 중심으로 구성원 들의 참여를 중심으로 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형태를 커뮤니티 아트라고 하는데, 이는 구성원들에게 공간과 모임에 대한 애착심을 높여 함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담장의 금이 간 부분을 메우고 그 위에 집집마다 고유의 색을 칠함으로써, 환경개선은 물론이고 회색 담벼락의 일관된 집들이 ‘파란담벼락 집’, ‘초록집’ 등으로 아이덴티티를 갖게 되었다.

또한 과정 중 이웃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범죄 예방에 대해 목적의식을 공유하게 된 점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5) 달라진 모습들과 주민 반응

소금길이 만들어지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인적이 드물던 골목길에 아이들과 주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 점이다. 길이 밝아져서 운동 삼아서라도 돌아보게 되고, 무서워서 집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골목길 구경도 하고 바닥놀이도 즐긴다는 주민과 아이 들의 이야기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되었다. 소금 길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지금도 주민들에 의해서 조금씩 더 완성되어 가고 있다.

 

 


바닥 놀이터 시공 전 후 

 

 

범죄를 예방하는 학교 디자인

 

(1) 배경

교육과학기술부의 전국 학교폭력분석 결과에 의하면 2012년 1학기 동안 발생한 학교 폭력사건은 1만2천8백19건에 해당한다. 나날이 그 수치가 높아지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숫자 역시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학교 디자인은 시작되었다.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공진중학교는 13학급, 전교생 2백68명, 학급당 인원 20여 명의 소규모 학교다.

교육복지 지표 열악 순위 상위권에 해당하지만 학교의 환경개선과 변화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학교 범죄 예방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2) 청소년들의 보호요인 향상을 통한 범죄예방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해 학교와 학생, 지역을 리서치한 결과, 가정보다 학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공진중학생들의 학교 의존도는 높은 반면, 학교는 범죄 방지를 이유로 다수의 공간을 폐쇄 상태로 방치하거나 통행을 금지시키고, 노후화 된 상태를 보였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정서적 돌봄이 부족한 가정환경으로 인한 무기력증과 우울증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차례에 걸친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전문가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이러한 환경적 원인 외에도 심리적 불안정과 혼란이 극대화되는 청소년기의 특징과 학업부담, 또래 관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시킴으로써 청소년들의 보호요인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범죄 예방의 방법이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아 존중감과 정서적 요소를 향상시키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했다.

 

(3) 나를 발견, 욕구와 열정을 표현, 소통을 통한 Dream up!

학교가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 숨은 욕구와 열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공간, 소통을 통해 꿈을 키워가는 공간이 되게 하고자 한 Dream up 솔루션은 물리적 환경개선과 함께 미술, 드라마, 독서를 매개체로 하는 심리 케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중학생의 감성을 고려한 컬러테라피로 어두운 학교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한 시설물을 설치하여 학교의 폐쇄된 공간을 긍정적으로 개방하며 사각 지대 개선을 통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암벽등반과 샌드백으로 신체적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드림그라운드’는 학생들의 범죄를 우려해 거대한 철판으로 막아놓았던 사각지대에 설치되었고, 휴식공간으로 최적의 환경이지만 휑하게 방치되었던 장소엔 누구라도 부담 없이 올라가 끼와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드림스테이지’가 만들어졌다.

CCTV를 대신해 학교 내 사각지대에 설치한 카메라의 영상을 송출하는‘드림월’을 학생들과 교사들의 주요 동선인 현관 로비에 설치해 감시가 아닌 소통의 통로가 되게 해 공진중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드림 월의 재미있는 화면 그래픽은 자연스러운 관찰을 유도한다.

 

(4)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반응

프로젝트 진행 이후,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학교가 정돈되고 밝아진 것에 대해 가장 먼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모니터에 비치는 모습을 함께 즐거워하고, 순서를 정해 무대를 사용하거나 쉬는 시간이면 뛰어나와 샌드백을 치며 새로운 변화를 질서있게 즐기는 모습도 발견되었다. 설치물에 대해 선생님들은 학교의 내부적인 관점만으로는 생각해내기 어려운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와 함께 수업시간이나 교내 이벤트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서울시 및 정부 기관, 지역, 학교, 기업, 디자이너가 함께 만드는 범죄 예방 디자인

 

지속적인 범죄 예방 디자인은 공공기관의 노력 뿐만 아니라 변화 당사자인 지역주민과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하다. 본 프로젝트 역시 지역주민과 학교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지라는 토대 위에 디자이너들의 재능 기부, 지역주민과 학생들을 포함한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 민간 기업의 후원, 서울시의 행정적 지원이 긴밀히 협력하며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우리가 당면한 이 시대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이슈 역시 어느 한쪽의 의견 제시가 아닌 대상과 커뮤니티, 관련 전문가 그리고 행정조직이 함께 디자인 해나갈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공공디자인 #정책디자인 #서비스디자인  

* 이 글은 2012년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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