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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저널] 행동유도(Nudge) 디자인 - 염명수

이번 회차 칼럼에서는 ‘안전디자인 3원칙(유니버설 디자인, 행동유도(Nudge) 디자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 중 산업안전디자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행동유도 디자인’의 개념과 활용 예시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행동유도 디자인이 실제 근로자의 행동이나 인식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안전저널. 2025.7.17. 

 

행동유도(Nudge) 디자인이란?

 

넛지디자인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에너지 절약, 자원순환 등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효과적 수단이다. 또한, 디자인을 단순한 외관 스타일링이 아닌 문제해결 및 사회 혁신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 넛지디자인프로젝트 추진단 발대식 발표자료, 2023. 8. 31., 산업통상자원부

 

위와 같이 정책화된 넛지디자인은 본래 경제학에서 유래된 개념 ‘넛지’1) 에서 개념화됐다. 넛지(nudge)는 동사로서 ‘(특히 팔꿈치로 살짝) 쿡 찌르다, (…을 특정 방향으로) 살살[조금씩] 몰고 가다’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넛지 이론’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정립된 것이다.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 1945~)2)는 ‘행동경제학’ 책 서문에서 ‘넛지는 정책결정에 대한 특정한 접근방식을 의미하는 세계적인 용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또한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넛지의 목표라고 부연한다.

탈러가 소개한 ‘완벽한 넛지의 사례’로는 암스테르담 공항의 소변기에 파리그림을 디자인하여 소변기 주변 바닥에 소변이 튀는 현상을 80%가량 감소한 사례가 있다. 또한 탈러는 돈 노먼(Donald A. Norma, 1935~)의 ‘일상적인 모든 것들의 디자인3)’이라는 책을 통해 넛지의 구성원리에 대한 돌파구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4)

이들 에피소드는 넛지의 개념과, 실제를 위한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즉, 행동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넛지의 개념을 일상에서 실제화하기 위해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넛지를 적용한 사례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 통학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노란색 삼각형으로 표시된 안전지대 표시, 건널목의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 도로의 갈림길이나 고속도로 출구를 안내해 주는 색채 유도선 등 다양한 곳에서 공공정책의 의도를 포함한 넛지의 환경이 익숙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표시된 대기줄의 바닥 표시 역시 넛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같이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개입’이나 ‘자유주의적 개입5)’ 의 일상 속에 살고 있다. 사회적인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대부분의 장치들은 넛지적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국립중앙박물관에 부착된 대기줄 표시.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역 주변 도로에 표시된 유도선. (사진제공=뉴시스)

 

넛지 개념은 ‘산업단지 내 위험물사고 저감을 위한 공공서비스사업’을 계기로 산업안전의 키워드로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사업은 산업안전의 문제해결을 ‘근로자의 행동변화’ 관점에서 접근하고, 실제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넛지효과를 목표로 한 디자인 제안을 산출했다. 이후 산업안전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는 근로자 중심의 서비스로서 관점을 견지하면서, 환경적 질서와 행동의 변화를 통해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넛지는 일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넛지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선택에 취약하며 편향적일 수 있는가’라는 원론적 질문에서 시작하고 있다. 누군가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원하는 방향을 알려주기 위한 ‘개입’이 바로 넛지의 개념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산업안전을 위한 넛지를 살펴보면, 복잡한 산업환경 속에서 안전질서를 구축하고 근로자의 휴먼에러를 방지하기 위해 시각적·물리적 요소를 개선해 안전한 작업현장을 만들어 가는 것, 즉 근로자의 입장에서 취약성을 배제하고 안전한 행동을 유도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루어지는 개입인 것이다. 특히 안전사고의 중대성이나 심각성에 비추어 이와 같은 개입은 가능한 충분히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형태와 컬러를 활용해 쉽고 명확한 안전정보 제공(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 안전서비스디자인 사례) 케이앤이 안전디자인 활용가이드

 


공간정보를 시각화하여 작업 순서를 제공하는 사인(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 안전서비스디자인 사례)

 


선과 컬러를 활용하여 소화기 위치를 쉽게 식별(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 안전서비스디자인 사례)

 

다만 넛지는 때로 반대 방향으로도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도 모르게 구독을 하게 되는 서비스도, 악성코드를 심는 스미싱 문자도 마케팅 혹은 악의적 목표를 가진 넛지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넛지는 올바른 의도를 가지는 것은 물론, 실제로 올바른 방향인지 확인해야 하고 실증으로 증명이 됐는지 반드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진다.

특히 산업안전은 매우 복잡한 산업현장의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인명과 직결되어 있어 근로자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공해야 한다. 올바른 문제인식이 없거나 깊이가 없는 개입은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근로자를 인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넛지는 때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넛지 디자인을 구성할 때는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책임자가 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참여, 깊이 있는 현장의 해석, 그리고 앞서 논한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고민과 ‘증거에 기반’한 실증인가는 늘 고민할 일이다. 또한 행동경제학자인 리차드 탈러의 ‘나는 넛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 역시 되새길 일이다.

 

1. 사람들이 무엇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이를 쉽게 만들어야 한다.

2.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을 증거 없이 실시할 수는 없다.

출처: 행동경제학(원제 misbehaving), 리처드 탈러

 

 

[주석]

1) ‘넛지’라는 개념은 2008년 시카고 대학 학자인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의 저서 《넛지》로 인해 대중화되었다.

2) 시카고 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으로 활동함. 행동경제학을 체계화한 공로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3) 디자인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으로, 다양한 일상용품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대중심리서로 인식됨. 원제《Design of Everyday Things》

4) 《행동경제학(원제 misbehaving)》, 리처드 탈러 저, 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2021

5) 《행동경제학》에서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누군가의 행동 혹은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입’을 하되,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자유주의적 개입’을 합당한 용어로 보고 있다. 출처: 행동경제학(원제 misbehaving),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와 선택설계


 

* 출처 : 안전저널, 행동유도(Nudge) 디자인, 2025.7.17. https://www.anjunj.com/news/articleView.html?idxno=4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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