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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6. UPA-DONG, 공공서비스디자인으로 단절된 지역과 아이들을 잇다 - 울산항만공사 박현재

복잡한 사회 문제는 시민의 목소리와 실제 경험을 반영할 때 비로소 해법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정과 참여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정책을 사람의 삶과 밀접하게 만드는 접근 방식이다. 울산항만공사(UPA) 국민디자인단이 추진한 '커넥팅 더 로컬! Connecting the Local: UPA-DONG' 프로젝트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 및 항만 복합단지로 인해 고립된 지역의 미래 세대에게 사회적 유대를 회복하는 플랫폼을 제공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기관의 역할과 서비스 방향 자체를 전환하는 성과를 냈다. 이 과제의 담당자인 울산항만공사 박현재 사원에게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가진 힘과 그 과정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다.

2025 공공서비스디자인 우수사례 (국무총리상, 금상)

커넥팅 더 로컬!(Connecting the Local) UPA(울산항만공사)와 함께 장생포와 아이들의 친밀감 UP!

해양수산부 울산항만공사

공공서비스디자인, 행정의 틀을 바꾸다: 울산항만공사 'UPA-DONG' 프로젝트 담당자 인터뷰
울산항만공사 경영지원부 박현재 사원


문제의 재정의: '교육'에서 '유대 회복'으로


Q: 과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고, 서비스디자인을 접하기 전의 초기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남한 최대 산업 항만인 울산항 내의 작은 어촌 마을, 장생포에 위치한 울산항만공사(UPA)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공공 서비스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하였고, 이를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UPA가 자원 부족 지역 아동들을 위해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주제로 삼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교육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 지역 아동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더 깊은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 : 아이들은 항구가 '냄새나고 무섭다'고 묘사하며, 지역 산업의 핵심인 항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놀이 공간 부족 : 학교 밖에서 갈 곳이나 놀 곳이 없어, 마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제한된 사회적 관계 : 또래가 매우 적고 함께 할 활동이 없어, 지역 사회와 정서적 유대감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서비스 방향은 단순한 교육 제공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유대 회복'으로 전환되었습니다.

 

Q: 발견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서비스 모델을 구상했고, 그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입니까?

 

A: 공공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고립된 세대를 위한 지역 유대 회복 플랫폼인 'UPA-DONG'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UPA의 역할을 단순 교육 기부자에서 지역 사회와 아이들을 연결하는 매개체(Local Bonding Platform)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핵심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입니다.

Open Space (개방 공간) : 학교 밖에서 아이들이 놀고 쉴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UPA의 부속 시설(도서관 및 전망대)을 개방하여 아동 친화적인 생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문제 02 '접근 가능한 공간 부족' 해결)

Social Connection (사회적 연결) : 지역 아동들이 'U-KIDS', 즉 지역 산업의 핵심인 울산항을 소개하는 어린 해양 가이드로 성장하도록 지원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고향을 외부에 소개하며 지역 사회 내의 자부심과 연결감을 구축합니다. (문제 03 '제한된 사회적 관계' 해결)

Experiential Programs (체험 프로그램) : 지역 아동과 방문 학생이 함께 항만 산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장생포 방문을 장려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인식과 자부심을 높입니다. (문제 01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결) 
이 서비스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교육 기부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생활 맥락을 반영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회복하며, 나아가 지역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감정-교육적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프로젝트 참여 후 "항구가 무서웠지만 멋진 배를 보고 우리 동네가 놀랍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UPA-DONG'은 공공기관의 자원과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이 '우리 동네는 멋지다'고 느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연결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면적 요구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발견하게 해 준 공공서비스디자인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 특히 강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가치는 무엇입니까?

 

A: 행정은 일반적으로 결과를 예측하고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워 집행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다양한 사회 문제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태도에서 시작합니다. 기관이 정한 초기 주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수요자인 아이들과 부모님, 선생님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표면적인 요구 뒤에 숨겨진 '지역 단절'이라는 진짜 문제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러한 과정 중심의 접근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예: 시설 개선)을 넘어, 기관의 역할과 행정 모델 자체를 재정의하고,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동력이 됩니다. 울산항만공사 프로젝트의 경우, 기관을 교육 기부 제공자에서 지역 유대 플랫폼으로 전환한 실험적 모델을 마련한 것이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나아가, 이 서비스 모델은 울산광역시, 지역 교육기관, 해양수산부, 그리고 여러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확립했으며, 장생포에서의 성공적인 시범 운영을 발판 삼아 향후 전국 어항 및 항만 지역으로의 확산까지 계획되고 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이처럼 국민 참여와 실험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강력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함께, 지역을 넘어 확산하기

 

Q: 울산항만공사에서는 이 모델의 확산을 검토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장생포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UPA-DONG' 모델이 어떤 가치를 지니기에 전국 확산을 추진하게 되었습니까?

 

A: 'UPA-DONG'은 산업 및 항만 복합단지로 인해 지역 사회와 미래 세대가 고립되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UPA-DONG'은 단순히 물리적 시설이나 일회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관의 역할을 지역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지역 유대 플랫폼(Local Bonding Platform)'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모델은 아동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U-KIDS 활동)을 느끼게 하고 , 학교 밖에서 안전하게 놀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Open Space)을 제공함으로써, 정서적 단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러한 생활 맥락 반영 및 역할 전환의 성공은, 산업단지 등으로 인해 지역 사회와 고립된 문제를 겪고 있는 전국의 항만 및 어촌 지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공 서비스 모델을 확립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UPA는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이러한 성공 경험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미래 세대 육성 및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확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구조적 한계를 가진 지역들을 발굴했으며, 이미 구체적인 적용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현재 즉시 적용 가능한 유사 지역으로 다음과 같은 곳들이 있습니다.

광양 산업단지 배후 지역: 태인초등학교 (총 학생 수 25명)

부산신항 배후 지역: 청아초등학교 (총 학생 수 64명)

인천항 배후 지역: 연안초등학교 (총 학생 수 104명)

이처럼 학생 수가 적고, 항만 시설과 산업단지에 둘러싸여 고립된 환경이라는 구조적 공통점을 가진 지역들에서 UPA-DONG 모델을 적용하여 지역 사회의 유대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것은 공공서비스디자인이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해법을 전국적인 행정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Q: 이 프로젝트가 확대되면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얻게 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시설 개방이나 교육 기부를 넘어, 고립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우리 동네는 자랑스럽다'는 정서적 유대감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UPA-DONG'이 전국 항만 및 어촌 지역으로 확산된다다면,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새로운 관계와 교류를 구축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공 플랫폼을 얻게 됩니다. 또한, 지역 산업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이처럼 아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감정적 거리를 좁히고 자랑스러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저희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과 제도로 자리 잡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정의 틀을 넘어서 과정의 가치를 배우다


Q: 과제 담당자로서 이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새롭게 배운 점이나 느낀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담당자로서 서비스 디자이너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크게 배운 점은 '과정의 가치'입니다. 'UPA-DONG' 모델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해양수산부의 기존 모델, 학교와 학부모의 요구, 그리고 저희 기관의 역할 전환에 대한 내부적 조율 등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으며, 대화와 조율을 통해 서로 다른 요구들을 하나의 실험적 모델로 통합해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저희 기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량적 데이터와 행정의 틀에 디자이너들의 정성적 접근과 사용자 경험이라는 새로운 시각이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냈습니다. 때로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서로의 전문 영역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과정 속에서 결과물이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행정은 늘 예측 가능한 결과를 중시하고 순차적인 계획에 따라 집행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디자이너들은 현장에 뛰어들어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앞 단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고객 여정 지도나 이해관계자 맵 같은 도구들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것이 결국 수요자의 어려움과 필요라는 '진실'을 행정에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프로젝트의 서비스디자이너 최소윤, 김동호 님과 국민디자인단 모든 단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저희 기관은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아동의 생활 맥락을 반영한 혁신적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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