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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7. 정성으로 만드는 정책, 사람 중심 행정의 길 - 지자체 소속 마지막 공공서비스디자이너 김세은의 5년

세종시청 김세은 주무관은 광역 최초이자 현재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남은 기관 소속 공공서비스디자이너다. 승무원 출신인 그는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느낀 아쉬움을 공공의 영역에서 풀어내고자 이 길을 선택했다. 지난 5년간 탄소중립 실천운동부터 용기낸카페, 도시농업 활성화, 아동학대 예방까지, 정답 없는 사회문제를 시민의 관점에서 디자인해왔다. 김세은 주무관이 강조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행정은 기술보다 정성"이라는 그의 신념은, 타 지자체 사례를 복사하듯 가져오는 관행을 넘어 우리 지역 시민이 진짜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내년부터 우리나라에는 기관 소속 서비스디자이너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 인터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록이다. 공직사회에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왜 이 방식이 지속되어야 하는지를 김세은 주무관의 목소리로 담았다. 그가 걸어온 5년의 길이, 앞으로 더 많은 공공서비스디자이너들이 각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세은 

세종특별자치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 

(소속/직위) 세종시청 법무혁신담당관 혁신관리팀 일반임기제(행정6급)

(학력)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 석사

(경력) 前)아시아나 항공 국제선 캐빈서비스팀 부사무장(2006.12.~2016.4.)

          前)크리에이티브 다다 서비스디자인 책임연구원(2019.8.~2020.12.)

          現)세종특별자치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2020.12.~ 현재)

(주요 전문 분야) 정책 기획·개발 / 정책디자인, 공공서비스디자인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세종시청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세은 주무관입니다.
광역 최초이자 지금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관 소속 서비스디자이너입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 분야에 몸담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A. 저는 아시아나항공에서 국제선 승무원으로 약 10년간 일했습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고객 응대의 최전선에 있지만, ‘서비스의 꽃’이라는 항공사조차 고객 관점의 서비스가 부족해 불만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보며 늘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그래, 진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서비스디자인 안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에 가장 큰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비스디자인 학위를 받은 뒤, 함께 수업을 듣던 디자인회사 대표님께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해 주셨고, 그때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가 국민디자인단 과제였습니다. 국민디자인단의 회의 방식과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신선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그동안 추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기관 소속 공공서비스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는 공무원의 인식개선과 서비스디자인 홍보를 위해, 부서에서 사업 추진 시 특히 어려움이 많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복잡하고 정답이 없는 사업을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기획하거나 개발할 때,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2025년 탄소중립 실천 사업을 기획하면서, ‘탄소중립’이라는 단어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시민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실천운동을 다시 디자인했고, ‘왜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가’, ‘내 작은 행동이 정말 지구를 바꿀 수 있는가’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일상 속 작은 행동들이 줄일 수 있는 탄소량을 나무 그루 수로 환산해 제시했습니다. 또한 세종시민이 실제로 많이 하는 행동을 중심으로 실천 목록을 재정비했습니다.

2024년에는 일회용품, 특히 일상에서 사용량이 가장 많은 플라스틱 컵을 줄이자는 취지로 개인컵(텀블러)을 가져가면 할인해 주는 ‘용기낸카페’를 추진했습니다. 시청사가 있는 보람동과 정부청사가 밀집한 어진동에서 52개소를 모집했고, 올해는 나성동 24개소, 조치원 18개소까지 참여 모집을 완료했습니다. ‘용기낸카페’는 지자체 예산 지원 없이 카페 사장님들의 자발적 참여로 할인 금액을 정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라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그 밖에도 2023년에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통해 세종시 신도심 이주민과 구도심 원주민의 갈등을 완화하고, 이주민의 우울증 극복과 자연스러운 정착을 돕기 위한 시민 관점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세종시 한우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와 정책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에는 신중년의 제2인생 지원,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했고, 2021년에는 아동학대 예방, 재활용, 청소년 심리·정서 케어 등 여러 영역의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이렇게 지난 5년 동안 정말 많은 과제를 진행해 왔습니다.

과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 지역의 특성과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민들과 원활히 소통해야 비로소 지역에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공무원들이 사업을 기획할 때 “타 지자체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라고 말하며 참고사례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서비스디자인은 그 방식을 넘어섭니다. 우리 시민이 실제로 공감할 수 있고, 지역의 예산·인력 상황에 딱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서비스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 후 정책이 어떻게 개선되었습니까?

 

A. 하나하나 과제별로 말씀드리기보다는, 다양한 과제를 진행하며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맞춤화’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 지역이 가진 특성은 모두 다릅니다. 인구 구조, 구성원들의 특성, 재정 상황, 인력 투입 가능 여부 등 여러 요소에서 차이가 나지만, 공급자들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다른 지역의 정책이나 사업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려는 관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이런 기존의 틀을 깨고, 진짜 우리 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기존의 정책 수립 방법과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고, 우리 지역에 가장 적합한 정책을 만드는 데 핵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출발점은 ‘사람에 대한 관심’입니다. 정책 수요자의 겉모습 뿐 아니라 깊은 내면까지 고려해 그 지점을 정책으로 터치해 주는 것이, 기존의 정책 기획·개발 방식과 공공서비스디자인을 가장 크게 구분 짓는 요소라고 봅니다.

요즘 현실을 보면 정말 ‘AI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행정도 기술 중심의 혁신을 강조하는 흐름에 높여 있지만, 저는 행정의 본질은 결국 기술보다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은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 수요자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삶을 얼마나 세심하게 들여다보는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행정이 진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믿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문제를 발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행정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도 가장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정책을 만드는 힘은 정성에서 나옵니다. 저는 이 ‘정성의 행정’을 구현하는 데 서비스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공공분야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공공서비스디자인은 분명 훌륭한 정책 개발 방식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책을 만드는 공급자들(공무원)은 이 분야를 잘 알지 못하고, 관련 정보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공급자들이 공공서비스디자인 기법을 직접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 방식이 필요한지,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핵심이라고 봅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의 성공 실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A. 사실 거창한 비법이 있어서라기보다, 기본을 끝까지 지키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문제를 성급하게 정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행정에서 흔히 ‘문제가 이것이다’ 라고 단정한 뒤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서비스디자인은 처음부터 정책 수요자의 여정과 경험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진짜 문제를 찾아냅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더 정확해집니다.
두 번째는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관찰, 인터뷰,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사용자의 피드백을 실제 개선에 바로 반영합니다. 결국 좋은 결과물은 책상 위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검증된 아이디어에서 나옵니다. 

결국 중요한 건 특별한 기술보다도 사용자를 중심에 두는 태도와 과정에 대한 성실함입니다. 그 원칙만 잘 지켜지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Q. 그간 공공서비스디자인 분야에 종사하시면서 겪은 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A. 아무래도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잘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보니, 이 일을 할 때 고정관념과 색안경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 방식이 정말 효과가 있나?”라는 의심 속에서, 저는 서비스디자인 방식으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실효성까지 스스로 입증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특히 힘들었던 이유는, 이런 모든 부담을 팀이 아닌 ‘저 혼자’ 감당해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이해를 구하고, 자료를 만들고, 과정을 설득하고, 결과까지 끌어내는 일을 혼자 맡아야 하다 보니 정말 많이 울기도 했고, “포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현장에서 처음 적용하다 보니, 정책과 행정에 접목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 –제도, 이해관계자, 행정 절차 등-에 대한 연구와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참고할 기반이 부족하다 보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때마다 설득과 조율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무엇이 최적의 방식인지 스스로 검증해가면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단위의 정책 실험(파일럿테스트)을 통해 효과를 먼저 보여주고,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협업 워크숍을 반복해 행정 절차에 맞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립했습니다.

이 경험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체계적으로 문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방식을 조직 안에 안착 시키는 역랑을 키워준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Q. 서비스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내년부터는 우리나라에 기관 소속 서비스디자이너가 사실상 없어지게 됩니다. 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이 안타깝고 허탈한 마음이 크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왜 공직사회에서 아직 공공서비스디자인 적용이 어려운지에 대해서도 더 깊이 연구해 보고 싶고, 모든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Q. 수상하신 소감과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아직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성화되기를 늘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벽에 부딪히며 불가능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기관 소속 디자이너로 홀로 있다 보니 많이 외롭기도 했습니다. 매일 매일 ‘이 길이 맞나’ 고민했지만 올해가 제 마지막 근무라고 말씀드렸을 때 많은 세종시청 직원분들이 아쉬워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지난 5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마치 씨를 뿌리기 전에 돌밭을 일구듯 매 순간 치열하게 노력해 왔는데 그 과정을 인정받는 것 같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특히 내년에 저에게 맡기고 싶었던 과제가 있었다는 직원분들의 말은 가장 가슴 아팠지만, 그만큼 감사한 마음도 컸습니다. 

저는 이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모두 담아, 앞으로도 이 길에서 더욱 성장하며 좋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더욱 알려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담당했던 공공서비스디자인과제
 

('25) -'지구한테 잘해 주는 하루' 범시민 탄소중립 실천 프로젝트

        - (부서정책지원) 재활용 쓰레기 봉투 디자인 개선,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율 향상, 용기낸카페 활성화 

('24) - '외출할 땐, 텀블러! 용기낸 우리, 용기낸 카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프로젝트

        - (부서정책지원) 시민참여 예산제도 민-관 협력체계 강화, 시정모니터단 생활과제 발굴 및 추진, 주민공동이용시설 활성화 

('23) - '태어난 김에, 도시농부' 초보 도시농부 육성 프로젝트

        - '세종한우의 전지적 참견 시점' 지역 한우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

('22) -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 모두 함께 세종'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 프로젝트 

          '세종시 신중년은 MZ 못Z 않Z' 신중년 제 2인생 설계 프로젝트 

('21) - '미안해, 나도 아빠, 엄마가 처음이야' 아동학대 예방 프로젝트

           '너와 내가 함께 만드는 분리배출 운동' 재활용 분리배출 활성화 프로젝트

           '우리 금쪽이 웃는 얼굴 세종시가 만들어요' 청소년 심리, 정서 케어 프로젝트 
김세은 주무관 담당 공공서비스디자인 우수과제 보기... 

 

공공서비스디자인 인터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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