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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같은 산단, 다른 조건. 완주에서 찾은 청년디자인리빙랩의 가능성 - 곽승훈 완주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수행사 바이널엑스 대표

완주 산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한 가지 전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곳이 평범한 산단이라는 생각이다. 전북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지자체인 완주는, 주거와 산업단지가 맞닿아 있는 정주생활복합형 산단이다. 삼봉지구를 포함하면 14,000세대 규모의 초대형 단지이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모빌리티 산업단지로 성장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가능성이 넘치는 공간이다. 그러나 기업의 91.2%가 100인 미만 사업장인 반면, 대기업 근로자 비율은 43.8%에 달한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하지만 처우와 복지, 생활 조건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구조다. 대중교통과 숙소는 부족하고, 교육 인프라가 약해 이주를 고민하는 가족도 있다. 잠재력과 과제가 선명하게 공존하는 곳이 완주 산단이다. 

문화선도산단사업은 이런 산단의 구조적 한계에 질문을 던지는 데서 출발한다.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관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수행하는 이 사업은, 생산 기능 중심으로 설계되어 삶과 분리되어버린 산업단지를 일·생활·여가·관계가 다시 연결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공연장이나 전시관을 추가하고 행사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주거·교육까지 생활 전반의 병목을 찾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청년디자인리빙랩은 이 사업의 실행 방법이다. 계획을 먼저 세우고 주민을 설득하는 대신, 청년과 주민, 공무원, 디자이너가 함께 문제를 탐색하고 현장에서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실행된다. 완성된 결과물보다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실천하는 방법을 남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완주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을 수행한 바이널엑스 곽승훈 대표는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을 바탕으로, 완주에서만 나올 수 있는 해답을 찾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질문들과 가능성을 직접 들어본다.


 

[기고] 같은 산단, 다른 조건. 완주에서 찾은 청년디자인리빙랩의 가능성

곽승훈 완주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수행사 바이널엑스 대표.
2026.2.19.

 

'같은 산단, 같은 공간이지만 같은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완주산단은 전북에 있는 크지 않은 산단입니다.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이고 대기업은 극소수인데, 근로자 수로 보면 그 비율이 거의 역전됩니다. 기업 수와 근로자 수의 구조가 어긋나 있는 겁니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하지만 조건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산단 근로자"를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이발사.'

현장에 나가보니 그 판단이 맞았습니다. 대기업은 자체 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소규모 사업장은 식당도 없는 곳이 있었고,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은 예상보다 훨씬 열악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동네 이발사 한 분이 개인적으로 외국인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계시던 모습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건 문화행사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예술과 여가활동 만이 문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문화의 범위를 넓혀서 접근했습니다. 교통, 주거, 교육 모두가 문화라고 봤습니다. 산단 근처에 살면서도 아이 교육 문제로 전주로 이사를 고민하는 근로자들이 있었는데, 이건 일터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완주군의 담당자 분도 "일회성 문화행사는 이미 한계"라는 인식을 갖고 계셨고, 처음부터 같은 방향에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완주산단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 찾기.'

리서치와 Co-Creation 워크숍을 거쳐 핵심 과제를 도출했고, 그 중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하나는 수소모빌리티 기반 순환 교통 모델인 '완주루프'입니다. 완주산단에는 세계적 수준의 수소차 생산시설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있습니다. 이 자산을 주민 교통 문제에 직접 연결한 것이고, 다른 산단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산단 내 라운지와 숙소를 결합한 복합시설 '인더스테이'입니다.

완주루프: 수소 셔틀로 주거–산단–문화 거점을 순환 연결하고, XR 테마 콘텐츠를 결합해 출퇴근 혼잡과 문화 접근성 부족을 동시에 푸는 친환경 이동 서비스 모델이다.

* 인더-스테이: 유휴 시설을 리모델링해 주민 운영 게스트하우스·라운지에 회의·공유오피스·공용키친과 로컬 콘텐츠를 묶어, 산단 내 고품질 단기체류 인프라를 만드는 인증형 복합 숙박 모델이다.

인더-스테이 운영 구조(안)


 

 

 

완주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과제 아이디어 모음 

 
 

'결과물보다 방법이 남아야 합니다.'

2026년에는 완주루프와 랜드마크에 적용할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3년 뒤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결과물 하나가 남는 것보다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리빙랩이라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자리잡길 바랍니다. 

 

'작은 활동이 큰 방향을 결정합니다.'

청년디자인리빙랩은 문화선도산단사업 전체 규모에 비하면 작은 활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의사결정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기획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은  더 확산되어야 하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완주 참여자 분들을 만나기 전에 솔직히 어느 정도 수동적 입장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수행사인 우리보다도 더 깊은 인사이트를 갖고 계셨고, 개인이 아닌 산단 관점에서 진지하게 토론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열정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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