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바꾸는 산업안전디자인 ②] 사례로 보는 산업안전디자인, 어떻게 할까 - 염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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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명수 대표, (주)아이엔엑스 / 디자인컨설턴트
그간의 칼럼을 통해 산업안전,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키워드가 ‘산업안전디자인’이라는 용어로 융합되고 ‘현장 중심, 작업자 중심으로 산업현장의 안전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은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현장을 기반으로, 작업자 중심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에 대해 개념이 아닌 실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인식하고 정리해 보면 이제는 ‘원칙은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차례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실제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진행했는가-프로세스 ▲어떤 관점으로 접근했는가-방법론 ▲무엇을 해결했는가-성과물 등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어떻게 진행했는가-프로세스
디자인을 '결과물'로만 기억하는 독자가 많지만, 실제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영국 디자인카운슬(Design Council)1)은 그 과정을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 4D)’라는 방법론으로 정의했다. 이는 문제를 넓게 탐색하고(발견, Discover) 핵심 문제를 수렴하며(정의, Define) 이를 위한 해법을 상상-확산하고(개발, develop) 수렴된 제안을 현장에 검증하는(전달, Deliver)단계로 진행된다. ‘더블다이아몬드 모델’이라는 용어는 이 프로세스의 특징인 확산과 수렴을 반복하는 기능적 과정을 보여주는데,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 방법론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실제 영국의 사회문제, 공공의 가치창출과 사회문제 해결과정을 통해 인정받고 있는 방법론이다.
안전서비스디자인 주관기관에서 발간한 성과사례집을 보면 산업안전디자인이 바로 이와 같은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 4D)’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4단계에 안전서비스의 특징을 반영한 5단계의 프로세스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⓪ 진단하기: 기업의 자가진단을 통해 안전관리현황 확인, 안전서비스 디자인 유형 도출
① 발견하기: 기업과 현장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파악하는 단계
② 정의하기: 발굴된 핵심이슈를 도출하여 근로자의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단계
③ 개발하기: 실제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단계
④ 전달하기: 개선 아이디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여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단계

안전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출처: KIDP 2022안전서비스디자인 성과사례집)
어떤 관점으로 접근했는가-방법론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프로세스는 각각의 방법론을 가지고 실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적합한 방법론을 실행했는가', '방법론을 통해 다음 단계로 이행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했는가'가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즉, 프로세스는 무조건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 목표인 ‘발견’, ‘정의’의 각 내용을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에 중요한 것이다. 관련 내용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⓪ 진단하기
기업의 안전과 관련하여 현황이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진단 과정으로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개발한 ‘SafeTI’가 있다. 이는 물리적 환경, 위험물질, 개인적 부주의, 조직적 관리의 4가지 유형을 ‘양호함’과 ‘불량함’으로 구분하며, 사업현장의 취약영역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진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 평가는 사업운영을 위한 프레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현재 산업안전 사고나 문제의 유형을 정의하기에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안전서비스디자인이라는 디자인적 직무와 산업안전의 효용성 관점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① 발견하기
진짜 프로젝트의 시작은 기업과 현장 이해관계자들의 실질적 접점이 발생하는 바로 이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발견하기는 행정 및 경영 관리자, 안전담당자, 현장 근로자와의 인터뷰 등과 더불어 현장 직접 리서치·관찰, 사고·안전 지표 등의 데이터 수집을 통해 현상과 문제, 이슈와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책임자 및 연구자의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 진짜 사용자의 감정과 현장-사용자의 맥락에 얼마나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는가가 최종 성과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KIDP 안전서비스디자인 사례
② 정의하기
'정의하기'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 할 수 없는 것까지 몇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하고, 어떤 게 진짜 문제인지 정의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과정이다. 많은 작업자 중에 ‘타겟 작업자’는 누구인지, 현장에서 작업자가 느끼는 경험요소,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파악하고 안전관리 관점에서의 위험성 평가요소를 더하여 고민을 하는 단계이다. 제조업인가 화학플랜트인가, 혹은 스마트 로봇의 도입여부에 따라 위험요소가 다르고, 각 업체마다 복합적인 공정이 연이어 이어지는 현장에서 이들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산업안전디자인이 '작업자 중심'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수 많은 문제와 위험요인 중에서 ‘사용자 중심의 안전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은 '작업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일인가'라는 질문이다. 때로 안전관리자는 기존 관리적 측면에 치우치기 쉽고, 경영자는 예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때 작업자 중심의 퍼소나는 ‘우선순위를 정의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자 방법론이 될 수 밖에 없다.


40-50대 작업자 여정지도 및 컨셉보드(출처: KIDP, 2020밀양 산업안전디자인 보고서)
③ 개발하기
우선순위가 정리가 되었다면 다음으로는 실제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때로 아이디어는 전방위적인 리서치와 영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코크리에이션-공동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워크숍이 필요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바로 ‘안전서비스 목표 실현을 위해 해결 방안을 구상하고 기획, 설계해가며 모든 참여자와 함께 아이디어를 발산하는2)’ 과정인 것이다.
다만 기업과 참여자의 특성에 따라 '디자인 그룹에서의 아이디어 발산'–'기업에서의 첨삭 및 추가 아이디어 개발'로 이어지는 것이 조금 더 창의적인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한편 코크리에이션 문화가 기업의 안전문제 해결방법론으로 정착된다면 보다 진일보한 솔루션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또한 중요한 한가지는 '개발 과정에서 실제 구현 시 기업과의 공조가 가능한가', '예산이나 시설 개선 등 제약조건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법적인 제약은 물론이고 현장과 시설의 규모, 예산 범위, 담당자들의 책임과 의지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현장의 안전’이라는 절대 가치를 위해서 때로 아이디어가 제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아쉽기는 하지만 ‘진짜 안전’을 위해 때로는 감수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40-50대 작업자를 위한 아이디에이션(출처 : KIDP, 2020밀양 산단안전디자인 보고서)
④ 전달하기
이제 진짜 현장에 구현하는 단계이다. 앞선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드디어 현장을 바꾸는 공사 혹은 시설물 교체·개선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개발하기 단계에서 이미 완성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작업자 중심'의 우선순위, 코크리에이션을 통한 아이디어 전개, 그리고 기업의 현황 및 예산 등을 고려한 최종 실행안까지 정리가 완료되고, 소재와 제작 방법, 그리고 위치 등을 정리하여 현장에 구현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제 구현했을 때 어떻게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작업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적합한 위치, 형태인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이 단계는 ‘사용자 관점의 피드백을 받아 향후 확산 적용 및 관리를 위한 가이드 등을 구축’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출처 : 2025안전디자인개발사례. 한국디자인진흥원
무엇을 해결했는가-성과물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안전서비스디자인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매년 10여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성과를 도출하였다. 또한 안전관리나 법적 제도 이상의 수준에서 작업자 중심으로 현장을 바꾸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소 지난 평가이기는 하나 2017-2019년 진행했던 산업단지 안전디자인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근로자와 사업주 측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3) 대부분 만족도가 높고, 위해 요인이 상당수 해소되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참여업체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안전디자인 필요성(98.5%)’, ‘안전사고 예방 효과(97.2%)’, ‘직원의 안전디자인 사업 만족도(97.1%)’ 등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조사됐으며, 참여기업별 안전문제 개선사항 평가에서 70-80%의 위험 요인이 제거되었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법이나 제도 외, 다소 소외되었던 현장의 안전과 작업자 중심의 인식으로 개선이 이뤄졌다는 성과가 생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많은 설명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다소 긴 글이 되었다. 다만 이렇게 한번은 정리를 해야 안전디자인의 과정에 대해 잘 이해를 하시지 않을까 싶어 욕심을 내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산업안전의 주요 영역이나 유형을 구분하여 각각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지속적인 응원과 편달을 부탁드리며 혹시 궁금하신 부분이나 알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문의나 요청을 주시기 부탁드린다.
출처 : 안전저널(http://www.anjun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