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산단에 등대를 세운다는 것
산업단지정책해커톤 서비스디자이너, 강민지 인터뷰
밤바다의 등대는 바다 전체를 밝히지 않는다. 배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기준점을 만든다.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한 왕산단 팀의 ‘산단지기’도 그런 발상에서 출발했다. 밤의 산업단지 전체를 한 번에 바꾸겠다는 제안이라기보다, 사람이 머물고 쉬며 필요할 때 향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산업단지의 밤은 낮과 다르다. 낮에는 생산과 노동의 공간으로 움직이지만, 퇴근 이후에는 사람이 줄고, 거리는 비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잘 보이지 않는다. 불안은 조명이 어두워서만 생기지 않는다. 사람이 없고, 머물 곳이 없고,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사라질 때 커진다.
왕산단 팀은 이 문제를 단순한 조명 설치나 CCTV 확대가 아니라 ‘체감 안전’과 ‘체류 경험’의 문제로 보았다. ‘산단지기’는 안전·휴식·커뮤니티·창업·스테이 기능을 결합한 복합 거점이었다. 산단의 밤에 하나의 등대를세우듯, 야간에도 사람이 존재하고 연결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인터뷰 - 산단지기, 밤의 산단을 밝히는 등대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퍼실리테이터
현 정화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웹툰애니메이션·게임그래픽전공 학과장
현 VIDAK(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부회장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 박사
짧은 시간 안에 현장성과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했습니다
“처음 이 해커톤에 참여한다고 들으셨을 때,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처음에는 짧은 시간 안에 실제 산업단지 문제를 정책 아이디어 수준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산업단지라는 주제가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단순한 아이디어 제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성과 공감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본다면 기존과 다른 접근도 가능하겠다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가 먼저 본 것은 해커톤의 조건이었다. 시간은 짧았고, 산업단지는 익숙한 주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빠른 아이디어보다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했다. 산업단지를 잘 아는 사람만 모인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어떻게 같은 문제를 자기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가 출발점이 되었다.
청년층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사 전에는 산업단지를 어떤 곳으로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행사 전에는 산업단지를 주로 생산과 노동 중심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회색빛 공장지대, 낙후된 환경, 위험하고 딱딱한 분위기 같은 이미지가 강했으며, 특히 청년층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업단지는 일하는 곳으로는 설명되지만, 머무는 곳으로는 잘 상상되지 않는다. 특히 청년층에게 산단은 회색빛 공장지대, 낙후된 환경, 위험하고 딱딱한 분위기로 인식되기 쉽다. 왕산단 팀이 다룬 문제도 여기서 이어졌다. 산단을 청년이 피하고 싶은 공간이 아니라, 잠시라도 머물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가.
실제 산단 근로 경험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처음 팀을 만나셨을 때 가장 어려워 보였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두드러진 어려움은 팀원들 중 실제 산업단지 근로 경험자가 없어, 산업단지 문제를 구조적·경험적 차원에서 이해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산업단지는 위험하다’, ‘환경이 열악하다’는 식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상황, 행동 단위로 연결하여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또한 팀 구성원 간 경험과 관점의 차이 역시 초기 장애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참여자의 발언은 제한적인 경험에 기반하고 있었고, 반대로 특정 사례가 전체 산업단지의 문제처럼 일반화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보다 현실적인 문제 정의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참여자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공동 목표를 형성하고 팀워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보다 먼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빠르게 찾기보다, 참여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사고를 모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와 흐름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왕산단 팀에는 산단 주변의 서비스업, 자영업, 주민 등으로 구성되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없었다. 이 점은 분명한 한계였다. 참여자들은 산단을 “위험하다”, “환경이 열악하다”는 일반적 인식으로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상황이나 행동 단위로 풀어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의 역할은 그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현장을 모르는 채로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인식을 구체적인 감각으로 옮겨가게 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정답을 빨리 찾게 하기보다, 참여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사고를 모아갈 수 있도록 흐름을 조율했다.
사진이 감정과 기억을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진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우리 팀에는 실제 산업단지 공장 노동자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의 경험과 감정을 얼마나 현실감 있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가 초기부터 존재했습니다. 참여자들 역시 산업단지를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외부에서 바라본 이미지나 사회적 인식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문제 정의 또한 다소 추상적으로 흐르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퍼실리테이션 과정에서는 사전에 준비해 간 산업단지의 야간 사진들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공간의 문제를 분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공간에 혼자 있다면 어떤 감정이 들 것 같은가’, ‘이 길을 밤에 걸어간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이 장면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분위기는 무엇인가’와 같은 감정 중심의 질문을 던지며 참여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어두운 골목, 인적이 드문 공장 거리, 낡은 시설물 등이 담긴 사진을 보며 참여자들이 ‘왠지 빨리 지나가고 싶다’, ‘혼자 있으면 긴장될 것 같다’, ‘사람이 없어서 더 무섭게 느껴진다’와 같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단순한 공간 분석을 넘어, 자신이 비슷한 환경에서 느꼈던 불안감이나 회피 행동, 심리적 긴장 상태 등에 대한 경험까지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참여자들 간의 공감대 또한 빠르게 형성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이라는 시각적 매개체가 참여자들의 감정과 기억을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하였으며, 참여자들은 ‘문제를 설명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그 공간 안의 감정을 상상하고 체험적으로 이야기하는 상태’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현장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참여자들이 공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개가 될 수 있었다. 산단 야간 사진을 보며 참여자들은 “위험해 보인다”는 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빨리 지나가고 싶다”, “혼자 있으면 긴장될 것 같다”, “사람이 없어서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변화가 중요하다. 문제는 ‘산단은 위험하다’는 설명에서 ‘그 공간에 혼자 있다면 무엇을 느낄까’라는 감각으로 옮겨갔다. 서비스디자인은 이런 전환을 만든다. 문제를 말로 정리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느끼게 한다.
문제는 어둠 자체가 아니라 고립감과 단절감이었습니다
“어떤 질문이나 활동이 참여자들의 생각을 가장 크게 움직였다고 보십니까?”
“참여자들의 인식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것은 단순히 문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를 반복적으로 질문하며 문제의 원인을 깊이 탐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퍼실리테이션 과정에서 활용한 반복적 인과 탐색 방식(Why Laddering)은 참여자들이 표면적인 문제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산업단지의 문제를 ‘어둡다’, ‘위험해 보인다’, ‘환경이 낙후되어 있다’와 같은 물리적 환경 중심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왜 어두운 것이 불안한가’, ‘왜 그 공간이 위험하게 느껴지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가’와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이어가면서, 단순히 조명이나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고립감과 단절감이 핵심이라는 점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대화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산업단지의 문제를 단순한 환경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체감 안전’과 ‘사회적 연결’의 문제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는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가”를 반복해서 물었다. 처음에는 조명, 시설, 낙후 같은 물리적 요소가 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면서 불안의 원인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두워서 불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없고, 연결이 끊기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더 불안한 것이었다. 그 지점에서 ‘체감 안전’이라는 말이 의미를 갖는다. 안전은 객관적 위험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이 어떤 감각을 갖는가가 중요하다.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이 정책의 언어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이유다.
산단지기는 연결과 체류 기반의 안전 모델로 발전했습니다
“팀의 아이디어가 ‘의견’에서 ‘정책 제안’으로 바뀐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아이디어가 단순한 시설 개선 차원을 넘어, 해결책의 구조와 운영 방식,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논의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미디어아트 조명을 더 설치하자’, ‘CCTV를 확대하자’, ‘순찰을 강화하자’와 같은 기능 중심의 아이디어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이어질수록 이러한 방식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기존 정책과 큰 차별성을 갖기 어렵고, 근본적인 체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이후 단순히 시설을 추가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이 공간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가’, ‘누가 이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머무르게 되는가’, ‘야간에도 사람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와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한 안전 시설이 아니라, 안전·휴식·창업·커뮤니티 기능이 결합된 복합 거점 공간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사람이 지속적으로 머물고 활동하는 공간 자체가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관리 중심 안전 정책’에서 벗어나 ‘연결과 체류 기반의 안전 모델’이라는 방향성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 속에서 ‘산단지기’라는 개념이 도출되었으며, 실제 운영과 활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정책 모델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는 익숙한 안전정책의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조명을 더 설치하고 CCTV를 확대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왕산단 팀이 느낀 불안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논의는 점차 “무엇을 설치할 것인가”에서 “이 공간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로 이동했다. 누가 이용하고, 어떻게 머물며, 야간에도 사람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가. 이 질문 속에서 산단지기는 단순 시설이 아니라 안전·휴식·창업·커뮤니티 기능이 결합된 복합 거점으로 구체화되었다.
잠시라도 쉬거나 회복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가장 공감하신 아이디어는 무엇이었고, 왜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산업단지 안에 단순한 안전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특히 야간 근무자나 교대 근무자들에게는 잠시라도 쉬거나 회복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고, 이것이 단순 복지가 아니라 안전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공감이 컸습니다.”
쉼은 복지이면서 동시에 안전의 조건이다. 야간 근무자나 교대 근무자에게 잠시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피로를 줄이고, 이동의 부담을 낮추며, 산단 안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든다. 산단지기가 안전과 휴식을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침묵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퍼실리테이터가 개입하지 않고 기다려야 했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퍼실리테이션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 중 하나는 모든 논의를 즉각적으로 정리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참여자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의견을 충돌시키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디어의 방향성이 구체화되기 전 단계에서는 성급한 개입이 오히려 참여자들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퍼실리테이터가 빠르게 결론을 정리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가 쉽게 나오지 않아 긴 침묵이 이어지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침묵 역시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참여자들이 단순히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단지 환경 안에서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간을 충분히 거친 이후에야 ‘산단지기’라는 복합 거점 개념이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퍼실리테이터에게 필요한 역할은 단순히 논의를 빠르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재해석하고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간격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침묵을 비효율로 보지 않았고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보았다. 이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에 산단지기는 단순한 시설 아이디어에서 복합 거점 개념으로 구체화될 수 있었다.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팀의 후반에 발견한 진짜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나요?”
“초기 단계에서는 산업단지의 문제를 주로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조명, 부족한 CCTV, 낙후된 시설, 인적이 드문 거리 등 눈에 보이는 요소들이 핵심 문제라고 인식하였고, 해결 방향 또한 자연스럽게 시설 보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깊어질수록 참여자들은 단순히 환경이 낙후되어 있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고립감’ 자체가 더 큰 문제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산업단지 야간 사진을 보며 감정을 공유하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없다는 느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감각’이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후반부에 도달한 핵심 문제는 단순한 시설 부족이 아니라, 산업단지가 사람을 머물게 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이었습니다. 퇴근 이후 산업단지는 기능이 멈춘 공간처럼 변하고, 그 안에는 연결도 관계도 남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절감이 청년층에게는 ‘일하고 싶은 공간이 아닌 곳’,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라는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안전이라는 개념 자체도 조명이나 감시 시스템처럼 물리적 장치 중심으로 생각했지만, 후반부에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역시 매우 중요한 안전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가 주목했던 지점은 하나다. 사람이 없다는 느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감각. 이것은 단순히 시설이 낡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단지가 퇴근 이후 사람을 머물게 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산단지기는 야간 산단의 체감 안전을 높이는 복합 거점으로 제안되었다. 사람의 존재가 곧 안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현장 경험자와의 연결이 더 필요합니다
“현장 기반 정책 해커톤을 다시 진행한다면 꼭 보완했으면 하는 점들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실제 현장 경험자와의 연결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팀에는 산업단지 근로자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간접 경험과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실제 산업단지 근로자, 교대 근무자, 지역 주민 등이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보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해커톤을 통해 단순히 빠르게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보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 시설 개선이 아닌 ‘산단지기’와 같은 보다 확장된 정책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답변은 처음의 한계를 다시 떠올린다. 왕산단 팀은 사진과 감정 질문을 통해 현장 감각에 가까워지려 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실제 산업단지 근로자, 교대 근무자, 지역 주민이 더 이른 단계부터 함께해야 할 것이다. 현장 기반 정책 해커톤이 더 깊어지려면,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참여로 시작되어야 한다.
마치며 — 체감 안전을 만드는 거점
강민지 서비스디자이너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산업단지의 밤은 조도나 CCTV 수량만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사진 속 어두운 골목을 보면서 참여자들이 꺼냈던 말은 “빨리 지나가고 싶다”, “혼자 있으면 긴장될 것 같다”는 감각이었다. 문제는 어둠 자체라기보다 사람이 없고, 잠시 머물 곳이 없고,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왕산단 팀이 제안한 ‘산단지기’는 그 감각을 바꾸기 위한 복합 거점이다. 안전·휴식·커뮤니티·창업·스테이 기능을 결합해, 야간에도 산단 안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등대라는 비유가 어울리는 것도 그래서다. 등대는 바다 전체를 밝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방향을 잃지 않게 한다. 산단지기 역시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장치가 아니라, 밤의 산단에서 사람이 향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점에 가깝다.
그녀와 나눈 이야기는 산업단지 안전 정책이 어디까지 다루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더 밝은 조명과 더 많은 감시 장비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필요할 때 잠시 머물 수 있으며, 혼자 남겨져 있지 않다고 느끼는 조건도 갖추어져야 한다. 안전은 시설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사람의 감각 속에서 완성된다.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디자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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