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삼화는 2022년부터 CSO 산하 안전보건경영실을 운영하며 전사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해왔고, 노사합동 결의식, SHE 패트롤, KOSHA-MS 인증 등을 통해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다져왔다. 2024년에는 안전보건공단·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와 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2025년에는 호반건설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둔 CUD 안전색채 디자인 가이드를 개발했다. 이에 이어 이번에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산업안전 CUD e북'으로 엮어 공개했다.
이번 월간 안전보건에 게재된 기사에서 다뤄진 SP삼화 안산공장의 안전디자인은 이러한 흐름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된 사례이다. 지게차 동선, 위험구역, 비상대피로, 집결지에 색채와 픽토그램을 적용해 작업자가 위험을 판단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안전을 교육과 주의의 문제로만 다루면 결국 "조심했어야지"라는 낡은 결론으로 돌아간다. SP삼화의 사례는 안전이 실수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드는 디자인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출처 : 월간 안전보건 2026년 5월호 게재 기사 중 발췌. 안전보건공단
https://www.kosha.or.kr/ebook/fcatalog/include/monthly_list.jsp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Culture SP삼화
산업안전 CUD로 '하이 파이브 리스크 제로'에 도전하는 SP삼화
글. 김정덕 사진. 박현철
"SP삼화 안산공장이 CUD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단순한 시설 보수가 아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오랫동안 '규칙의 준수'와 '반복적인 교육'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숙련된 작업자라도 긴박한 상황이나 반복되는 피로 속에서는 인지적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 최근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이 '인간의 실수'를 탓하는 대신 '실수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색채를 통해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Color Universal Design)'이 있다. SP삼화(구 삼화페인트) 안산공장의 사례를 통해 색채가 어떻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는지 살펴보았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삼화페인트공업은 최근 사명을 SP삼화로 바꾸고 종합 화학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SP는 'Solution for People(사람을 위한 솔루션)'의 약자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회사의 비전을 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진단 :
'인지 실패'의 연결고리를 끊다
모든 혁신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SP삼화 안산공장이 CUD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단순한 시설 보수가 아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설계에 앞서 실시한 정밀 설문조사 결과는 현장 안전의 사각지대를 명확히 짚어냈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가장 시급한 개선 항목으로 지게차 이동구역 표시(47.5%)를 꼽았다. 이어 위험구역 표시(42.4%), 비상대피로 표시(33.9%), 출입구 안내 표시(30.5%) 등의 순이었다. 이는 현장 노동자들이 물리적인 위험 요인만큼이나 '정보 전달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안전표지판이 있으나 무엇이 진짜 위험인지 '즉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도 반영한다. SP삼화는 이를 '인지 실패'의 문제로 정의했다.
SP삼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화학공장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고위험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안전문화 활동, '하이 파이브 리스크 제로(high Five Risk Zero)'를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하이 파이브 리스크'란 화학 제조 공정에서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 환경 오염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핵심 위험을 말한다.
▲화재·폭발 ▲건강 유해 ▲환경 사고 ▲악취 유발 ▲설비 고장이 그것이다.
이 5가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선언 아래 매년 노사 공동 결의대회를 하는 등 전사적 안전 실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CUD 설계는 바로 이 '하이 파이브 리스크 제로'를 현장에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작업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 스스로 회피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는 관리자 중심의 안전 대책이 아닌, 현장 노동자가 피부로 느끼는 위험 요소를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판단을 넘어 본능으로 :
동선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직관적 색채 경로
SP삼화 안산공장의 원료 창고는 지게차와 작업자의 이동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기존에는 입구와 출구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음에도 작업 시간대의 혼잡함으로 인해 동선이 엉키고 작업자 간 충돌 위험이 있었다. SP삼화는 이곳에 CUD를 적용해 '생각하지 않아도 움직이게 만드는' 직관적 경로를 구축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입구(IN)와 출구(OUT)의 명확한 색상 대비다. 입구는 신뢰와 진입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출구는 명시성이 높고 탈출을 의미하는 주황색으로 구분했다. 바닥의 유도선과 방향 그래픽 역시 이 색채 체계를 엄격히 따랐다. 이제 작업자들은 "이쪽이 나가는 길인가?"라는 인지적 판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파란색 선을 따라 들어가고 주황색 선을 따라 나오는 단순한 행동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인지 즉시 행동' 유도 방식은 뇌의 정보 처리 시간을 단축해 동선 혼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특히 지게차와 보행자의 동선이 겹치는 지점에서의 시각적 명확성은 아찔한 교차 충돌 사고인 '니어 미스(Near-miss)' 상황을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사고 예방을 넘어 작업 흐름을 단순화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이라는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의식적 멈춤을 유도하다 :
중대 위험 차단을 위한 시선 맞춤형 설계
안전 디자인은 노동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정보를 배치해야 그 효력을 발휘한다. SP삼화 안산공장은 제품 하역 시 발생하는 낙하 사고와 구역 침범 사고를 막기 위해 '시선 맞춤형 세이프티 가드'를 도입했다. 특히 지게차 운전자의 시선 높이에 맞춰 '낙하물 위험 구역 작업 중 접근 금지' 표지를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바닥에는 강렬한 색채 대비와 픽토그램을 결합해 위험구역을 명확히 구획했다. 단순히 벽면에 경고문을 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 전체를 운전자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과거 사고가 발생했거나 사고 위험이 큰 고위험 구역에는 '레드 존(Red Zone)' 개념을 도입했다. 강한 대비의 적색 라인은 작업자의 잠재의식 속에 '정지 신호'를 각인시킨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는 숙련된 작업자에게는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안전의식을 환기시키고, 신입 사원에게는 별도의 교육 없이도 위험 지역을 즉각 파악하게 돕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이는 인지적 판단이 개입하기 전 신체가 먼저 위험을 회피하도록 만드는 '방어적 환경'의 구축이다. 반복 작업으로 인해 주의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적색 라인과 강렬한 픽토그램은 작업자의 무의식적 경각심을 일깨워 실수를 행동 이전 단계에서 차단한다. 이는 하이 파이브 리스크 중 '화재·폭발, 설비 고장, 건강 유해' 등 중대사고를 예방하는 구조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비상 대응력의 극대화 :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솔루션'으로서의 CUD
비상 상황에서 '1초'는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SP삼화는 비상대피 체계 전반에 CUD를 적용해 비상 대응력을 극대화했다. 창고 비상문에는 대형 피난 픽토그램을 적용해 가시성을 높였고, 문 앞 바닥에는 적치 금지를 뜻하는 레드 라인을 설치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탈출로가 확보되도록 시각적 강제성을 부여했다.
특히 정문 인근의 비상대피 집결지는 이번 프로젝트의 백미로 꼽힌다. 고가시성 녹색 바닥 디자인과 방향 유도 그래픽을 통해 멀리서도 집결지를 한눈에 찾을 수 있게 했으며, 바닥에는 집결 후 행동 요령을 시각화하여 당황한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근 대형 화재 사고들에서 드러난 대피 지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설계라 할 수 있다.
SP삼화는 CUD의 체계적 확산을 위해 이론과 실제 적용 사례를 담은 '산업안전 CUD e북'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유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안전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려는 SP삼화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은 이제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만드는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SP삼화의 CUD는 그 진화의 중심에 서 있다.
"안전 디자인은 노동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정보를 배치해야 그 효력을 발휘한다.
숙련된 작업자에게는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안전의식을 환기시키고, 신입 사원에게는 별도의 교육 없이도 위험 지역을 즉각 파악하게 돕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안전은 교육을 넘어선 '설계'의 영역입니다"
SP삼화 안전보건경영실 이광희 실장
"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몰라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 알고 있지만 순간적으로 놓치는 찰나의 행동이 화근이 되죠."
SP삼화 안산공장의 안전보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이광희 안전보건경영실 실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는 이번 CUD 도입에 대해 단순한 시설 보수가 아닌, 노동자의 '인지와 행동'을 뿌리부터 바꾸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현장은 작업자가 위험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안전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그는 기존 안전 관리의 한계로 '교육 중심의 접근'을 꼽았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무뎌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인식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한 것이 바로 인간의 인지 특성이다.
"사람은 복잡한 판단보다 직관적인 시각적 신호에 훨씬 빠르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피하게 만드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것이 CUD 도입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안산공장 원료 창고에 파란색(입구)과 주황색(출구)을 활용해 동선을 구분한 이후, 현장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작업자들은 별도의 지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동선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지게차와 작업자 간의 교차 충돌 위험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는 사고 예방을 넘어 작업의 흐름을 단순화하고 효율을 높여 생산성 향상이라는 부가적인 결과까지 가져왔다.
"과거 사고 발생 구역에 도입한 '레드 존(Red Zone)'이나 지게차 운전자의 시선 높이에 맞춘 위험 표지는 작업자들에게 강력한 '정지 신호'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들은 방심을 차단하고 고위험 작업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유지토록 합니다."
이 실장은 또 이번 프로젝트에 따른 가장 인상적인 변화로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들었다. "작업자들이 '회사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확신을 지니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입니다."
SP삼화는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산업안전 CUD e북'으로 엮어 세상에 공개했다. 이 책에는 안전은 한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 산업안전 CUD e북... https://wevicl.com/s/XPgdwPDTmG
'Solution for People'이라는 새 슬로건 역시 삼화가 단순한 도료 기업을 넘어 사람의 안전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의 표현이라는 것이 이 실장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실장은 안산공장의 사례를 공주공장과 전 계열사와 협력사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 안전 디자인에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스마트 안전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화니까 안심이다!"라는 외침이 현장의 당연한 상식이 될 때까지, 그의 안전 설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산업안전 CUD e북'
SP삼화 컬러디자인센터가 만든, 색채를 산업현장 안전의 도구로 다루는 가이드북입니다. 색채를 '미적 요소'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인지·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소로 보고, 색약자·고령자·초보 작업자·외국인 등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인지되는 색채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가이드북은 색채 전문기업 SP삼화의 컬러디자인센터가 자사 색채 라이브러리(SAMHWA-NCS 950)를 기반으로, 색약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친 산업안전용 CUD 색채체계와 현장 적용·체크리스트까지 담아 2025년 12월 디지털 가이드북으로 펴낸 자료입니다.
- 정식 제목: SP SAMHWA 산업안전 CUD 가이드북 (SP SAMHWA CUD Digital Guidebook)
- 발행처: SP SAMHWA
- 주관: 컬러디자인센터
- 발행일: 2025년 12월
- 발행 형태: 디지털 전자책(위비클 웹뷰어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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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www.spsamhwa.com / hjkim031@samhwa.com / 031-478-1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