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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엄이 건강을 위한 처방이 될 수 있을까? - 주하나

뮤지엄이 건강을 위한 처방이 될 수 있을까?
주하나 박사에게 듣는 뮤지엄 사회적 처방과 공공서비스디자인

 

사회적 처방은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디자인계에는 아직 낯선 주제다. 그러나 고립, 외로움, 우울, 스트레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공서비스가 함께 다루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이 개념은 디자인계가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고 있다. 특히 뮤지엄 사회적 처방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단순한 문화 향유의 장소가 아니라, 지역사회 건강예방과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공공서비스 인프라로 다시 보는 시도다. 주하나 박사는 미술치료, 뮤지엄 접근성, 공공디자인, 서비스디자인 연구를 가로지르며 이 주제를 연구해 왔다. 최근 박사학위논문 『뮤지엄 사회적 처방 운영체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뮤지엄 사회적 처방이 개별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서비스로 지속되기 위해 어떤 운영체계가 필요한지를 다루었다. 물론 "사회적 처방이 왜 디자인의 영역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디자인이 모든 사회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식의 무리한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 다만 이 인터뷰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이미 존재하는 공공 인프라와 보건·복지·문화 자원이 시민에게 실제로 닿기까지의 과정, 접점, 역할, 협력 구조다. 이 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디자인 접근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디자인은 공공서비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루는 실천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인터뷰는 독자들에게 사회적 처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했다.

 

 

 

 


주하나  Ph.D, ATCS, ATR-BC. 

서울여대 겸임교수(서비스디자인)/홍익대 외래교수(미술치료) 및 홍익대 공공디자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자, PSDI 심리사회+공공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성, 포용, 지속 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처방 디자인을 연구하고 실천 중이다. 

과거 퀸스박물관 아트액세스 자폐주도팀에서 지역사회 협력 자폐성 장애 가족 대상 뮤지엄 프로젝트 등을 담당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모두를 위한 뮤지엄 미술치료 접근의 인지장애 고령자와 가족 대상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범 운영했고,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멤버로서 미술치료사 및 수퍼바이저로 근무하며 원내 미술치료실을 운영, 치료, 상담 및 교육을 담당했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창의적 미술치료상담 석사학위,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심리학회 국제회원이자, 미국 미술치료위원회 미술치료사의 수퍼바이저 및 관리감독 자격과 국내 박물관 및 미술관 교육학예사 자격을 소지했다. 함께 지은 책으로 『공공디자인으로 안전만들기』(2024), 옮긴 책으로 『뮤지엄 미술치료』(2024), 『인간중심적 관점의 발달/학습장애 미술치료』(2019)가 있다.

 

Q1. '사회적 처방'이라는 개념이 아직 디자인계에는 낯섭니다. 디자인DB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무엇입니까?


흔히 '처방'이라고 하면 약을 처방하는 단편적인 행위를 떠올리지만, 또 다른 뜻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처방은 단 한 방에 낫게 하는 마술이 아니라, 전문가와 환자가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다루고 완화할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디자인적 관점에서 '사회적 처방'도 이와 같습니다. 지역사회의 고립이나 건강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이미 구축해 둔 공공 인프라, 예를 들어 뮤지엄이나 공원 등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공서비스 운영체계(OS)'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잘 지어진 공간, 즉 하드웨어에 치유와 연결이라는 근거 중심의 서비스, 즉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해 넣는 실천적 디자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Q2. 사회적 처방은 보건·복지 영역의 개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디자인계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제 디자인의 역할은 '형태(Form)'를 만드는 것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시스템(System)'을 디자인하는 차원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지자체와 공공디자인의 초점은 훌륭한 뮤지엄을 짓고 쾌적한 공원을 조성하는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공간이 아무리 훌륭해도, 정작 돌봄과 치유가 필요한 시민이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사용자 여정(User Journey)'이 끊어져 있다면 그 공간은 공공성을 상실한다는 점입니다.

영국 등에서 안착한 사회적 처방은 바로 이 끊어진 여정을 이어주는 실증적인 정책입니다. 하지만 해외의 선진 모델을 의료·복지 생태계가 전혀 다른 국내에 그대로 복사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이너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보건소의 의료진, 지자체의 복지 행정가, 문화예술기관의 큐레이터는 각자의 칸막이 안에서 다른 언어를 씁니다. 디자인은 이 분절된 이해관계자들을 하나의 목표로 정렬시키고, 시민이 필요한 자원과 효과적으로 매칭될 수 있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블루프린트(Service Blueprint)'를 그려냅니다.

즉, 사회적 처방은 단순히 보건복지 한 부처만의 정책이 아닙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공공 인프라가 진짜 시민의 삶을 바꾸도록 생명력을 불어넣고, 낯선 복지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는 '실효적 공공서비스'로 재디자인하는 고도의 시스템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금 사회적 처방 디자인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Q3. 사회적 고립, 외로움,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는 개인의 심리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조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은 이런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사회적 고립과 우울은 이제 개인의 임상적 질환을 넘어, 국가와 도시 단위의 동시대 의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외로움이라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에 약물 치료 중심의 전통적 의료 시스템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사회 중심 돌봄, 커뮤니티 케어, 고령자 지역사회 계속거주(AIP) 같은 정책이 대두된 배경도 이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는 이미 문화, 예술, 자연 등 지역사회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처방'을 통해 국가 차원의 공공서비스를 대전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이 정책적 대전환의 바탕에 철저한 '근거 기반(Evidence-based) 연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자인이 심리·정서라는 '비가시적 영역'의 사회 문제에 제대로 개입하려면, 기존의 직관적이고 심미적인 접근을 넘어선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박사 연구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와 실증 과정을 디자인 초기부터 도입하는 '근거 기반 디자인 연구(Evidence-based Design Research)'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적으로 이를 '사회적 처방 디자인(Social Prescribing Design)'이라 정의합니다. 이는 초기 디자인 과정부터 개입 및 효과 평가 시스템을 포함하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 디자인 - 초기 효과 평가 연구 - 결과 반영 서비스 개선 - 수행 및 피드백 - 효과적 서비스 확산'으로 이어지는 5단계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디자인 프로세스 안에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친 다층적 실증 연구를 포함시키고, 서비스블루프린트를 구체적으로 가시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이 복잡한 사회적 조건의 문제에 개입하는 방식은 '막연하고 보기 좋은 선의'가 아니라, 검증된 데이터로 행정을 설득하는 '실증적인 시스템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Q4. 사회적 처방의 장소로서 병원이나 복지관, 커뮤니티 센터와 다르게 뮤지엄만이 갖는 고유한 가능성은 무엇인가요?


영국의 의사들에게 환자가 병원을 찾는 궁극적인 이유를 물었을 때, 놀랍게도 20% 이상은 질병 때문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취약해진 상태에서 누군가와의 '따뜻한 연결'이 필요해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죠. 일상 속 고립과 우울감을 예방하려면 문턱이 낮은 공간에서의 돌봄이 필요한데, 바로 이 점에서 뮤지엄이 회복력을 갖춘 환경이 됩니다.

뮤지엄만이 갖는 첫 번째 고유성은 '비낙인성(Non-labeling)'입니다. 병원이나 복지관은 훌륭한 기관이지만, 방문하는 순간 자신을 '환자'나 '수혜자'로 규정하게 되는 심리적 문턱이 존재합니다. 한국은 특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큽니다. 하지만 '마음 돌봄을 위해 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이러한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집니다. 특정 취약계층만 점유하는 공간이 아닌 공공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어떤 역할도 강요받지 않는 '제3의 장소(The Third Place)'로서의 가치입니다.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말했듯, 뮤지엄은 직장이나 가정과 달리 어떠한 책임 역할을 지지 않고 그저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민주적인 환경입니다. 교육학자 존 포크(John Falk)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양한 필요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지적, 사회적 웰빙을 지향하는 '항상성(Homeostasis)'과 같은 곳이 뮤지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뉴욕 퀸즈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근무하며 발견한 뮤지엄의 가장 큰 힘은, 관람객이 예술 작품과 고요한 환경을 마주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자기성찰적 문해력(Literacy)'을 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영국이나 미국의 미술관들이 학예연구뿐 아니라 예술치료사를 적극적으로 고용하여 의미 맺기(meaning making)와 같은 관람객 경험을 고도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즉, 뮤지엄은 문화를 감상하는 곳을 넘어, 사회적 낙인이나 부작용 없이 시민의 마음을 돌보는 안전한 '도시 웰니스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Q5. 뮤지엄에서 사회적 처방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문화예술 및 보건·복지기관, 뮤지엄 및 미술치료 전문가, 디자이너가 협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학제적 영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오늘날 요구되는 디자인의 진정한 역할은, 복잡한 사회 문제 이면에 얽힌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조직하는 것입니다.

정해진 매뉴얼과 규율을 따르는 절차적 행정 방식만으로는 부처 간의 두꺼운 벽을 넘어 탄력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반면 디자인은 고유의 '다르게 보기'와 '창발적 사고'를 통해 융복합이 필요한 영역에서 유연한 돌파구를 만들어냅니다.

사회적 처방이라는 무대에는 지자체의 복지 공무원, 보건소 의료진, 뮤지엄 에듀케이터, 미술치료사 등 각자의 전문 용어와 칸막이를 가진 주체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디자이너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이해관계자들을 조율 및 매핑(Mapping)하고, 이들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하나의 매끄러운 '사용자 여정(User Journey)'으로 직조해 내는 통역가이자 지휘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다학제적 협력을 이끄는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물이나 설치물 작업이 아닙니다. 이는 기존 공공 인프라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한국형 건강 예방 체계를 완성하는 '공공서비스의 시스테믹 디자인(Systemic Design)'이자 정책디자인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Q6. 공공서비스디자인 관점에서 사회적 처방을 수행할 때, 참여자 발굴, 의뢰, 연계, 기관 협력, 평가체계 같은 운영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앞서 사회적 처방의 핵심이 분절을 넘는 '연결'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처방이 아닌, 개인의 삶을 둘러싼 환경 전체를 바라보는 '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 필수적입니다. 질문 그대로 참여자 발굴, 의뢰, 연계, 협력, 평가라는 운영 구조는 그동안 지역사회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귀중한 자원들을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톱니바퀴'가 됩니다.

현재 정부 기관이나 거대 조직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부서 간의 굳건한 장벽, 즉 '사일로(Silo) 현상'입니다. 보건과 복지, 문화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바로 이 사일로를 허물고, 파편화된 자원들을 유연하게 연계하여 실효성 있는 협업 시스템을 디자인합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공공가치는 세계적인 학계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됩니다. 일례로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랩은 공중보건대학원과 협력하여 보건의료와 디자인의 융합을 시도했고, 2023년 「사회적 처방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Social Prescribing)」 보고서를 발간하여 수행을 위한 연결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즉, 촘촘한 운영 구조를 짜는 일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다학제적 주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업할 수 있는 판을 짜는 일이며, 이것이 바로 사회적 처방에 디자인 수행이 중요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됩니다.
 

Q7. 이번 박사논문은 뮤지엄 사회적 처방을 프로그램 개발, 효과검증, 운영체계, 정책 도입 가능성까지 연결해 다루었습니다. 이 분야를 이해하는 데 본 연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본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담론에 머물던 사회적 처방을 국내 현장에서 즉시 작동 가능한 실증적 시스템으로 번역해 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디자인의 역할이 보건과 복지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론적 제언은 꾸준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막연한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공중보건 정책과 문화 행정이 교차하는 복잡한 지점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 공공디자이너, 뮤지엄 실무자들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입니다. 이를 위해 실무 환경에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 툴킷(Toolkit)'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장의 자원을 파악하는 사회적 처방 분석틀, 다학제적 협업을 돕는 프로그램 개발 플로우, 즉각적인 현장 진단이 가능한 체크리스트 평가,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한눈에 보여주는 '공공서비스 블루프린트'를 모두 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단순히 사회적 처방이라는 낯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 의의를 넘어섭니다. 지자체가 우리 동네 맞춤형 웰니스 인프라를 디자인하고자 할 때, 언제든 책상 위에 펼쳐두고 적용할 수 있는 '실효적인 공공디자인이자 사회적 처방 매뉴얼'로 쓰이기를 기대합니다.
 

Q8. 고령화, 정신건강, 지역사회 돌봄, 문화복지 측면에서 앞으로 국내 환경에서 뮤지엄 사회적 처방이 확산된다면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나 변화는 무엇인가요?


가장 기대하는 변화는 보건·복지 패러다임이 '사후 대처'에서 '사전 예방'으로 온건히 전환되는 것입니다.

지난 2023년, 정부가 대대적으로 정신건강 관련 법을 정비하고 고독사, 은둔·고립, 커뮤니티 케어 등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추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뚜렷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우리의 시스템은 대부분 '이미 아프고 난 이후의 임상적 치료와 상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질병 이전의 단계에서 시민들의 마음을 돌보고 고립을 막아내는 예방적 접근이 중요함에도 말입니다.

만약 이 빈틈을 공공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개입으로 메우며 '뮤지엄 사회적 처방'을 전국 지자체로 확산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 사회가 이미 훌륭하게 구축해 둔 수많은 문화예술기관, 공원, 도서관 등 '잠재적 건강 자원'들이 비로소 시민의 삶 속에서 질적 효용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디자인이 끊어진 서비스 여정을 이어준다면, 시민들은 병원 문턱을 넘기 전에 우리 동네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아프기 이전부터 스스로를 돌보는 일상'을 지원받게 됩니다.

결국 뮤지엄 사회적 처방의 확산은 단순히 문화 향유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 도처에 깔린 문화 인프라를 가장 아름답고 효과적인 '건강 예방과 일상 돌봄의 안전망'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며, 이미 시작된 초고령 사회의 거대한 돌봄 비용을 상쇄할 혁신적인 공공서비스가 될 가능성을 제언합니다.
 

Q9. 앞으로 뮤지엄 사회적 처방이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가 되려면 실무 현장에서 어떤 조건이 필요하며, 어떤 운영요소가 가장 중요한가요?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은 근거 기반 연구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지자체의 일회성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정규 예산과 제도로 정착하려면, 행정을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객관적인 근거가 필수적입니다. 막연히 '시민의 마음을 치유하다'라는 정성적 평가를 넘어 투입 예산 대비 경제성 등 효과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다양한 실증적 연구방법과 평가틀을 디자인 프로세스 안에 촘촘히 짜 넣은 이유도 실무 현장에서 이 '설득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운영 요소를 꼽자면, 뮤지엄 사회적 처방과 같은 복잡한 사용자 여정의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각 기관의 협업을 매끄럽게 잇는 통합 코디네이터, 즉 링크워커(매개 인력)의 존재와 권한 강화입니다. 결국 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며, 매개자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시민들과 건강한 서비스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각 지자체가 훌륭하게 구축해 둔 공공인프라인 뮤지엄에 객관적인 성과 입증 체계와 정교한 서비스 운영체계가 결합될 때, 사회적 처방 디자인은 지속 가능한 웰빙과 치유의 공공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Q10. 서비스디자인, 공공디자인, 문화예술, 보건·복지 분야의 연구자와 실무자들이 이 영역에 참여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디자인DB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실천 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모든 거대한 시스템과 정책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거창한 행정 시스템이나 서비스 운영체계를 논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실천은, 고립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 즉 AI와 구분되는 '인간적 사고(Humanized thinking)'로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일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현장에서 '사람의 여정'을 질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표면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 문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마치 치료사처럼 표현할 수 없던 근본적인 어려움을 이끌어내어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뮤지엄 전문가들은 기존의 기관 역할을 넘어, 뮤지엄을 '웰빙을 위한 인프라'로 다르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시, 보존, 교육 등의 문화 향유만이 아닌, 지역사회 시민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지원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합니다.

보건 행정 실무자들은 뮤지엄과 디자인 영역을 '치유의 파트너'로 포용해야 합니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예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 시민의 삶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역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시스템 논의를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실천의 중요한 시작은 '서로 다른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연대'입니다. 공공디자인, 보건의료, 복지행정, 미술치료, 학예사 등 실무 전문가들이 지역사회 이슈의 해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다학제적 교류의 장을 열어가야 합니다. 디자인DB 독자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연결'의 첫 징검다리를 놓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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