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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돌파할 경험의 본질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미나 참관기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찾아서

 

지난 8일 포스코 역삼 타워에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의 실무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같았다. AI 대전환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 어떤 경험을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23회를 맞이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미나는 디자인과 브랜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최신 트렌드와 실무 경험을 공유하는 연례 행사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해왔으며, 그 결과 현재 다양한 산업의 기획자와 마케터, 개발자 등 여러 직군의 실무자가 함께 참여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각자의 역할과 협업 방식을 재조명하는 자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 ‘크리에이티브 시프트, 경험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삼은 이번 세미나는 브랜드 전략과 F&B 디자인, 혁신 디자인 컨설팅 등 다양한 영역의 연사가 자신의 실무 경험과 시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서비스와 프로젝트를 설계하며, 제품 기획 제작 과정까지 대신하기 시작한 지금, 업계의 전문가들은 실무자들에게 어떤 생존 전략과 시야를 공유하고자 할까? AI 시대를 돌파할 크리에이티브와 경험 본질을 엿보기 위해 디지털 인사이트가 현장을 찾았다.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짚은 전우성 대표

 


시싸이드 시티 전우성 대표는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저명한 브랜딩 전략가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날 행사의 첫 연사로 단상에 올라 본격적인 세미나의 시작을 알린 이는 시싸이드 시티의 전우성 대표였다. ‘브랜딩의 시작과 핵심 경험’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오른 그는 ‘브랜딩의 시작과 핵심 경험’을 주제로 브랜드 경험에 대한 정의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남겨야 할 가치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전우성 대표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브랜드 경험을 로고와 컬러, 그래픽 등 시각적인 요소로만 인식하는 업계의 관성이었다. 그는 브랜드만의 시각 체계를 만들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며 접하는 기능과 시각·청각·후각 등 오감을 통해 느끼는 모든 것이 브랜드 경험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전우성 대표는 브랜드 경험은 단순히 브랜드의 시각적인 느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브랜드 경험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꺼낸 개념은 ‘목적 구매’와 ‘가치 소비’였다. 목적 구매는 필요한 제품을 품질과 가격에 따라 선택하는 소비를 의미한다. 밥을 짓기 위해 쌀을 구입하거나 휴양지에서 입을 수영복이 없어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명확한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구매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유사한 브랜드가 늘어난 지금, 품질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능과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결국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우성 대표는 기업과 브랜드가 이 같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을 넘어서는 제 3의 가치를 제품에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사례는 프랑스의 유명 생수 브랜드 ‘에비앙’이었다. 생수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구매하는 대표적인 목적 구매 제품이지만, 에비앙은 소비자에게 갈증 해소를 넘어 부유하거나 호사스러운 사람이 되는 경험까지 함께 제공해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에비앙은 단순 생수를 넘어 고급 럭셔리 아이템으로 브랜딩을 진행했다(자료=롯데칠성)

 

이를 바탕으로 전우성 대표는 브랜딩을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또한 브랜드가 경쟁사와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고유한 가치를 ‘핵심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그가 설명한 핵심 경험은 ‘기능적 핵심 경험’‘감성적 핵심 경험’으로 나뉘었다. 기능적 핵심 경험은 브랜드가 여러 기능과 장점 가운데 무엇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선언할 것인지에 관한 영역이다. 모든 자동차 기업이 안전을 고려하지만 볼보가 ‘안전’을 대표 가치로 선언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반대로 감성적 핵심 경험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 사이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다른 감정을 전달할 것인지에 관한 영역이다. 전우성 대표는 기능과 갈증 해소를 강조하던 기존 이온음료와 달리 깨끗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포카리스웨트와 일반적인 탈취제와 달리 자연과 생활 태도를 강조한 희녹을 사례로 들었다.

 


희녹은 냄새를 없애는 탈취제의 기능이 아닌 사람과 공간, 관계를 존중하는 라이프 에티켓이란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세션 말미 전우성 대표는 “수많은 경쟁사 사이에서 고객에게 단 하나의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여러분의 브랜드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라고 기업과 브랜드가 자신만의 핵심 경험을 찾기 위해 던져야 하는 질문을 공유하며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전략은 결국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하며 브랜드의 코어를 돌아볼 것을 조언했다. 

 

왜 지금 브랜딩이 필요한지,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 가지고자 하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시장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고객에게 선택받고 싶은지를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전우성 대표는 브랜딩에 있어 핵심 경험 설정이 필수라고 말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감각’과 ‘직관’의 가치를 강조한 유하나 팀장

 


현재 삼양식품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유하나 팀장은 18년 이상의 디자인 경력을 가진 베테랑 디자이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현장에선 AI와 데이터가 범람하는 시대에 감각과 경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특히 산돌에서 서체 디자인을 시작한 뒤 CJ와 스타벅스를 거쳐, 현재 삼양식품에서 디자인 조직을 이끌고 있는 유하나 삼양식품 팀장은 ‘감각은 어떻게 경험이 되는가, 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는 디자이너의 일’이란 주제를 자신의 커리어와 참여 프로젝트를 풀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그가 처음 강조한 것은 관찰과 축적의 과정이 필요성이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의 감각이 단순한 취향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선을 멈추게 하고 선택을 유도하는 감각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유하나 팀장이 주목한 지점은 모든 걸 화면에서 빠르고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오히려 종이를 만지고, 도장을 찍고, 평범한 작은 물건을 수집하는 아날로그 경험에 긴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디지털 경험이 일상이 될수록 이런 모습은 더 자주 눈에 띄었고, 손끝의 감각과 시간을 직접 느끼는 경험을 찾는 이들도 늘어갔다.

 


유하나 팀장은 디지털 시대 오히려 주목 받는 아날로그 감각에 집중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유하나 팀장은 이렇게 찾은 감각과 분석을 디자인으로 이어갔다. 실제 그는 삼양1963 패키지 프로젝트에서 경쟁사들이 화려한 이미지와 강한 메시지로 경쟁할 때 오히려 시각 요소를 극도로 정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순히 다른 제품과 달라 보이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의 방식과 차원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라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삼양1963은 일반 제품보다 약 1.5배 높은 가격에도 출시 이후 월평균 700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에 유하나 팀장은 이런 성과가 단순 디자인의 결과라기보다 소비자의 시선과 환경을 깊이 이해한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쟁 제품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지 않고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양1963은 다른 경쟁 제품 대비 1.5배 비싼 프리미엄 라면임에도 한 달만에 700만 개를 판매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유하나 팀장은 고객의 행동이 본격적인 유행으로 확산되기 전에 감지하는 직관도 강조했다. 실제 그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테니스를 반복적으로 다루는 흐름을 관찰하고, 1년 뒤 대중문화에서도 테니스가 주목받을 것이라 판단해 스타벅스 여름 MD의 핵심 콘셉트로 제안했다. 

 

당시 조직 내부에서는 국내 테니스 인구가 많지 않다는 반대가 이어졌지만, 그는 “테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도 사게 만들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당시 스타벅스 여름 프로모션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유하나 팀장은 테니스가 주목 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통해 스타벅스 여름 프로모션 중 가장 높은 매출 달성에 기여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파리 올림픽에 맞춰 짧은 기간 안에 제작한 스포츠 베어리스타 키링 역시 첫날 품절되고 높은 리셀 가격이 형성될 정도로 반응을 얻었다. 가방에 여러 장식을 다는 움직임과 귀여운 캐릭터를 소비하는 흐름을 빠르게 포착한 결과였다. 

 

세션 막바지 유하나 팀장은 앞서 강조한 직관을 발휘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팁도 잊지 않았다. 그는 디자인 감각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고 강조하며 “아무리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라도 조직을 설득하지 못하면 결과물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디자인적 직관을 철저한 시장 분석과 숫자가 뒷받침된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 설득하는 기술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AX 시대 ‘휴먼 리터러시’를 외친 서승교 대표

 


하이디 그룹의 서승교 대표는 인간중심 디자인과 디자인 씽킹을 기반으로 혁신 디자인 컨설팅을 이끄는 전문가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많은 실무자가 고민 중인 AI 시대 경쟁력과 역할의 본질에 대해 조명한 연사도 있었다. 바로 혁신 디자인 컨설팅 기업 하이디 그룹의 서승교 대표였다. 그는 ‘AX 시대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를 주제로, AI가 가져온 산업 패러다임 이동과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특히 서 대표는 자동차 산업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예로 들며 변화의 흐름을 짚었다. 중국의 니오(NIO)나 테슬라 등에서 볼 수 있듯, 차량 내 전통적인 디스플레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AI 에이전트와의 직접적인 인터랙션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이 AI 시대 사용자 경험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디자인 실무자들에게 시각적인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승교 대표는 최근 자동차 산업에선 AI의 도입으로 차량 내 AI 에이전트와의 인터랙션이 늘어나며 새로운 영역의 경험 설계가 필요해졌다고 말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어진 스마트 글래스 사례에서 서승교 대표는 기술적 기능과 사람이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 사이의 차이를 짚었다. 실제 과거 구글 글래스는 혁신을 보여줬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사용자에게 위협적인 제품으로 인식됐다. 그 결과 구글 글래스는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구현해도 사용자가 불편·불안을 느끼면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다는 사례가 됐다. 

 

서승교 대표는 이런 기술을 사람에게 친숙한 제품과 서비스로 바꾸는 일을 디자이너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가 기술을 구현하고 마케터가 시장성을 판단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무엇을 불편하게 느끼고 어떤 형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지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 중심 디자인의 영역이라는 이야기였다.

 


서승교 대표는 과거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스마트 글래스에도 UX 디자이너의 인간 중심 디자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어 그는 최근 누구나 프롬프트만으로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티즌 디자이너(Citizen Designer)’의 등장에 대해 특정 산업의 전문가가 AI 제작 도구까지 사용할 경우 기존 디자이너보다 더욱 뛰어난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의료 현장의 문제를 깊이 아는 의사나 법률 업무를 이해하는 변호사가 AI를 이용해 직접 서비스를 만든다면, 해당 산업의 맥락을 모르는 디자이너는 제작 능력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서승교 대표는 이를 대처 불가능한 직무의 종말이 아닌 ‘영역 이동’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제작 업무에서 벗어나 사람마다 다른 요구와 감정,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비정형 업무로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컨대 AI가 점점 제작과 시각화의 영역을 대체하는 만큼, 디자이너는 이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본질적인 역량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승교 대표는 시티즌 디자이너의 등장은 기존 디자이너의 영역 및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발표 말미 서승교 대표는 “AI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 즉 ‘휴먼 리터러시(Human Literacy)’다”며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본질적인 역량으로 회귀할 것을 강조하며 새 시대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재정의할 것을 조언했다. 또한 그는 디자이너가 직접 그리는 창작자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역할이 격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디자이너다운 디자이너가 빛나는 시대고, 디자이너다운 디자이너란 휴먼 리터러시를 가진 디자이너입니다. 


AI와 제작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휴먼 리터러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간다고 한다면 AX 대전환의 시대에서도 가장 빛나는 훌륭한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 https://ditoday.com/news/ )  

원문기사링크 : https://ditoday.com/ai-%ec%8b%9c%eb%8c%80-%eb%8f%8c%ed%8c%8c%ed%95%a0-%ea%b2%bd%ed%97%98%ec%9d%98-%eb%b3%b8%ec%a7%88%ec%9d%80-%ed%81%ac%eb%a6%ac%ec%97%90%ec%9d%b4%ed%8b%b0%eb%b8%8c-%eb%94%94%eb%a0%89%ed%84%b0-%ec%8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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