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읽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 데이터와 AI로 확장되는 UX 리서치
최승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상무이사
2026년 9월 16일 한국디자인진흥원 AX사업실 초청으로 마크로밀엠브레인 최승환 상무가 발표하고 토론을 나누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기업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사용자조사 방법이 어떻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전체 내용은 주제별로 총 3편으로 구성하였다. 1편에서는 사용자에게 묻는 조사에서 행동을 읽는 조사로의 변화, 2편에서는 AI가 사람의 행동 속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니즈를 찾아내는 방법, 3편에서는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합성사용자가 실제 사용자를 대신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② AI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사용자를 발견할 수 있을까
행동과 인식의 차이에서 잠재된 문제를 찾아내는 새로운 사용자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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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게 물었다.
“이 기능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편리할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사용하게 해보니 손을 뻗다가 멈춘다. 다시 시도하려다 또 멈춘다. 말로는 좋다고 했지만 행동은 주저하고 있다. 무엇이 진짜 사용자의 경험일까?
1편에서는 사용자조사가 설문과 인터뷰를 통한 Response Data에서 실제 구매·사용행동을 보는 Behavior Data, 그리고 행동에 상황과 이유를 결합하는 Real Human Data로 확장되고 있음을 살펴봤다. 그런데 행동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사용자 자신도 모르는 문제를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AI가 대량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기존 사용자조사에서 놓치기 쉬웠던 ‘말과 행동 사이의 틈’을 어떻게 찾아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좋아요”라고 말하면서 왜 손을 멈췄을까
최승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상무가 소개한 사례 중 하나는 AI 글래스의 사용행동이다. AI 글래스를 쓰고 상대방과 대화하면 눈앞에서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실시간 번역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참가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상대방의 정보를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고 외국인과 대화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실제 대화 장면을 영상으로 살펴보자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기능을 사용하려고 손가락을 올리다가 멈칫했다. 다시 시도하려다가 또 멈췄다.
이유를 물어보니 기능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손동작을 보고 “나를 촬영하거나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까 걱정됐던 것이다. 기능은 편리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었다.[1] 여기서 문제는 기기의 기능이나 사용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적 수용성(Social Acceptability)의 문제다. 버튼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조작 사실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는 제스처나 시선 인터랙션처럼, 새로운 방식의 상호작용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인터뷰에서 “이 기능이 좋은가?”라고 물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실제 행동을 관찰하자 드러난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을까
최승환 상무가 소개한 B×P Gap(Behavior × Perception Gap Analysis)은 실제 행동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사용자가 스스로 인식하는 불편을 교차해 살펴보는 방법이다.
한쪽에는 실제 행동에서 문제 징후가 나타나는가, 다른 한쪽에는 사용자가 그 상황을 불편하다고 인식하는가를 놓는다. 여기서 행동의 문제란 단순한 실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행동의 반복, 비정상적으로 긴 멈춤, 불필요한 우회, 과업 중단처럼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마찰도 포함한다. 두 축을 교차하면 네 가지 상황이 나타난다.
Explicit Need: 행동에도 문제가 있고 사용자도 불편을 인식한다. 사용자가 문제를 설명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영역이다.
Perceived Need: 행동상 뚜렷한 문제는 없지만 사용자가 심리적·인지적 불편을 느낀다.
Latent Need: 행동에서는 문제가 나타나지만 사용자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B×P Gap에서 특히 주목하는 영역이다.
Stable Experience: 행동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고 사용자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안정된 경험이다.
그림) B×P Gap(Behavior × Perception Gap Analysis)
행동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사용자가 인식하는 불편을 교차해 명시적·인지된·잠재적 요구와 안정된 경험을 구분한다.
이 구분에서 서비스디자인 관점으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잠재 니즈 Latent Need이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불편에 적응하기도 한다. “원래 이런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실제 행동에는 계속 마찰이 발생해도 설문에서 ‘불편하다’고 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사용자의 진술만 보면 문제가 없지만 행동을 함께 보면 문제가 보이는 영역이 생긴다.
AI 글래스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대화 중 AI 글래스 사용의 편리성을 5점 만점에 4.2점으로 높게 평가했다. 말만 들으면 긍정적인 경험이다. 그런데 실제 행동을 촬영하자 기능을 실행하기 직전에 평균 2.8초간 멈추는 행동이 나타났다. 글래스를 터치하려고 손을 올렸다가 멈추고 다시 내리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기능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보고 “나를 촬영하거나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즉, Perception: “편리하다.” - Behavior: “사용하려다 멈춘다.” 이것은 말과 행동 사이에 간극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문제는 버튼 위치나 조작 단계 같은 전통적인 사용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회적 수용성(Social Acceptability)의 문제다. 기능은 편리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모습이 상대방에게 불편함이나 의심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개선 방향도 “더 쉽게 누르게 한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손으로 기기를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눈에 덜 띄는 핸즈프리 인터랙션(Socially Discreet Hands-free Interaction)과 같은 새로운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AI가 곧바로 잠재 니즈를 ‘알아낸다’는 것이 아니다. 영상에서 멈춤이나 반복 같은 행동 신호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다시 사용자에게 물음으로써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B×P Gap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Latent Need다. 실제 행동에는 문제가 나타나지만 사용자는 이를 불편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다.
예를 들어 프라이팬을 닦으면서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기름이 잘 안 닦여서 손목이 아프다”고 말한다면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있으므로 Explicit Need에 가깝다. 반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원래 프라이팬은 이렇게 닦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한다면 다르다. 불편에 적응해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불편한 점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행동과 인식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3] 다만 명시적 요구와 잠재적 요구 등의 구분은 연구 분야와 방법론에 따라 경계가 다르게 사용된다. 여기서는 최승환 상무가 소개한 B×P Gap 분석 틀에 따른 구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4]
행동이 이상하면, 다시 사람에게 묻는다
행동에서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자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을 멈췄다는 사실은 영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왜 멈췄는지는 다시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여기서 1편에서 살펴본 Behavior Data가 다시 Real Human Data로 연결된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AI가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직접 인터뷰까지 진행하는 방식도 시험하고 있다. 미리 정해놓은 질문을 읽어주는 수준이 아니다. 응답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다음 질문을 생성하는 방식이다.[5]
예를 들어 스마트폰 홈화면을 독특하게 구성한 사용자를 발견했다고 해보자.
“왜 이렇게 앱을 배치했습니까?”
사용자가 “자주 쓰는 것을 바로 누를 수 있게 배치했다”고 답하면 AI는 다시 자주 사용하는 앱과 위젯을 묻는다. 배경화면과 색상을 바꾸는 이유를 답하면 그것이 취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이어서 질문한다. 실제 시연에서 한 사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두고 “제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고, 앞으로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홈화면이 자동으로 달라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6] 처음에 수집한 것은 화면 한 장이었다. AI는 화면에서 특징을 찾고, 특정 사용자를 골라내고, 다시 그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다.
데이터 → 행동 패턴 발견 → 사용자 인터뷰 → 맥락 이해
사용자조사의 여러 단계가 이어지기 시작한다.
AI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여기서 AI의 역할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AI가 특히 강한 영역은 양의 문제다. 사진 수백 장을 분류하고, 영상 수천 개를 나누고, 반복되는 행동을 찾고, 비슷한 패턴을 묶는 일은 사람이 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든다. 반면 “왜 이런 행동을 했는가”, “이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무엇을 문제로 규정해야 하는가”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AI가 사용자조사에 들어오면서 연구자의 일이 사라진다기보다 역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가 모든 데이터를 직접 읽는 사람에서,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 정하고, AI가 찾아낸 이상징후를 해석하며, 다시 어떤 질문을 던질지 결정하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비스디자인에도 의미가 크다. 서비스디자인이 사용자에게 직접 다가가 맥락 속에서 행동을 관찰해온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언제나 명확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는 그 원칙을 뒤집지 않는다. 오히려 관찰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의 범위를 크게 넓혀준다.
사용자를 더 많이 보게 된 다음의 질문
1편에서는 사람에게 묻는 조사에서 행동을 읽는 조사로의 변화를 살펴봤다. 2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말과 행동을 함께 보면 그 사이의 차이가 보인다.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반복하고, 멈추고, 우회하는 행동에는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다. AI는 그동안 너무 많아서 사람이 읽기 어려웠던 행동 속에서 이런 신호를 찾을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더 큰 질문이 생긴다. AI가 행동을 분석하고, 질문을 만들고, 인터뷰까지 할 수 있다면 실제 사용자는 언제까지 필요할까? 더구나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실제 사람이 아닌 수백만 개의 합성사용자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시도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사용자조사는 AI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3편에서는 1편의 첫 질문으로 돌아가 「AI는 사용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를 살펴본다.
주석
[1] 최승환, 한국디자인진흥원 발표, 2026.9.16. AI 글래스 사용 시 기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대화 상황에서는 조작하려다 멈추는 행동이 나타났으며, 인터뷰를 통해 상대방에게 촬영·기록으로 인식될 가능성을 우려한 행동임을 확인한 사례를 소개했다.
[2] 최승환, UXCX Data Needs Discovery 발표자료. 발표자료에서는 이를 ‘Behavior Perception Gap Analysis’로 제시했다.
[3] 최승환, 한국디자인진흥원 발표, 2026.9.16. 실제 행동에서 문제 징후가 나타나는지와 사용자가 스스로 불편을 인식하는지를 교차해 살펴보는 방법과 프라이팬 사용 사례를 설명했다.
[4] ‘잠재적 요구(latent needs)’는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사전에 명확히 인식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요구를 가리키지만, 명시적·암묵적·잠재적 요구의 명칭과 경계는 문헌과 방법론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따라서 본문의 4가지 구분은 발표에서 소개된 분석 틀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5] 최승환, 한국디자인진흥원 발표, 2026.9.16. AI 인터뷰 시스템은 조사 목적에 따라 질문을 생성하고 응답자의 답변에 따라 심화 질문을 이어서 생성하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6] 같은 발표의 AI 인터뷰 시연. 사용자는 자주 사용하는 앱에 빠르게 접근하도록 홈화면을 구성하며, 화면을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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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읽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 데이터와 AI로 확장되는 UX 리서치
최승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상무이사
1편 사용자에게 묻는 시대에서, 행동을 읽는 시대로 - 설문과 인터뷰를 넘어 구매기록, 화면, 영상에서 실제 사용자를 이해하는 방법
2편 AI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사용자를 발견할 수 있을까 - 행동과 인식의 차이에서 잠재 니즈를 찾아내는 새로운 사용자조사
3편 AI는 사용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 합성 소비자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AI로 발견하고 사람으로 검증하는 리서치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