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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SID 인터뷰] ICSID 여성 임원들, 디자인 업계의 여성위치에 대해 말한다

(왼쪽부터 비비안 웨이 콴 첸, 맹은주, 루이자 보치에토)

 

지난 2005년, 국제 산업 디자인 단체 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Societies of Industrial Design, ICSIC)는 디자인업계에서 여성들의 위치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낀 것으로 발견됬다. 조사 이후로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디자인업계에서 여성의 위치는 여전히 남성과 동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CSID는 ICSID 위원회 자리에 있는 3명의 여성들에게 디자인 업계에서 여성으로써 일하는 것이 어떠한지, 그들의 생각을 물어봤다.

 

Q. 디자인업계에서 여성으로써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달라

 

비비안 웨이 콴 첸(Vivian Wai Kwan Cheng, VC): 산업디자인업계에서 여성으로써 일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사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디자인 업계는 남성이 장악한 분야였다. 내가 디자인스쿨에서 공부할 당시만 하더라도, 전체 학생의 90%가 남자였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오히려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공부를 하면서 나는 ‘성별’이 남녀의 유일한 차이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와 여자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 대인관계를 만들고 이어나가는 방식까지, 너무나도 달랐다. 한 회사에서 인하우스(in-house) 디자이너로 일했을 때, 나는 엔지니어와 공장직원들과 어울려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 전문적인 일을 하는 그 사람들은 일할 때도 일반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들을 많이 사용했다. 나는 전문용어들을 구사하지 못해, 그들에게 나와 함께 일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란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이런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야간학교를 다니며 생산 공학과 산업 공학을 공부했고, 그 결과 엔지니어, 공장직원들과 순조롭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경험과 나의 성취를 통해, 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직장동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물론, 나의 강한 정신력 또한 이 업계에서 살아남게 해준 원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성위주의 디자인 분야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것이 꽤 행복하다고 느낀다.

 

맹은주(Eunjoo Maing, EM): 나는 학창시절 여중, 여고를 졸업했다. 이런 과정은 그 당시 한국에선 꽤 흔한 일이었다. 대학교도 여자대학교를 들어가게 됐고, 여러 개의 여성학 수업을 수강하기도 했다. 심지어 나의 첫 직장도 100% 여성들만 있는 직장이었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에서 생활하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단체, 조직 안에서 여성이 파워를 가지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항상 그런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나는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에 입사해 디자인 프로모션 분야에서 일하게 됐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약 20년 전 KIDP 직원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1:9였다. 총 150명의 직원 중 나를 포함한 여성직원은 15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의 비율이 점차적으로 늘어났지만, 그래도 KIDP의 여성비율은 아직 30% 정도다. 이런 성불균형 때문에, 나는 미팅을 나가면 종종 ‘미팅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듣곤 했다.

 

 

루이자 보치에토(Luisa Bocchietto, LB): 2008년 나는 여성과 디자인에 대한 ‘DcomeDesign’ 전시회를 개최했다. ‘DcomeDesin’이라는 타이틀은 ‘디자인을 위한 D(D for Design)’로 해석할 수 있고, 여기서 ‘D’는 ‘Donna(여성)’를 의미한다. 나는 이 전시회를 통해 ‘여성들이 디자인에 접근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전시회 끝에 내가 알아낸 것은 디자인의 퀄리티와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중요하지, 디자인을 남자가 했느냐 여자가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디자인에 접근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아내는 것 외에, 나는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여성 디자이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시회를 같은 이름으로 이탈리아, 이집트 등 해외에서도 개최해, 여성들이 디자인업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이탈리아에서 디자인분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50년대에는 소수 여성만이 디자인 업계에서 일을 했고, 그 소수의 여성들마저 독립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남성들과 파트너십을 이뤄 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는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디자인분야에 진출했고, 또 그들이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다.

 


 

Q. 산업 디자인 업계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위해 변화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비비안 웨이 콴 첸: 여성 산업디자이너로써 일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만났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디자인 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들에게 “여성도 남성만큼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고, 또 남성만큼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항상 말해준다.

 

나는 여성들에게 닥친 유일한 장애물은 ‘여성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성별’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우리 자신을 방해할 뿐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성별에 관계없이 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이다.

 

게다가 디자인 업계에는 여자가 필요한 분야가 항상 존재한다. 백화점 선반에 나열된 제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 많은 제품들이 여성을 위해 디자인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로써, 우리는 여성용 제품을 우리가 스스로 테스트하고 체험해볼 수 있어, 완성도 높은 여성용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 디자인 업계에서 여성을 위해 변해야 할 특별한 것은 우리의 인식 외엔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우리가 여성이라는 것에 감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혜택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맹은주 : ‘2014 한국 디자인 통계자료(2014 Korea Design Statistical Data)’에 따르면 디자인을 전공한 총 학생 중 70%는 여성이다. 하지만 취업률은 남자(54.6%)가 여자(48.2%)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를 가지고 여성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회사들, 적어도 한국회사들이 왜 여자보다 남자 디자이너들과 일하는 것을 선호할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본다. 또한 여성디자이너들은 일에 대한 확실한 노동관을 갖고 작업에 임하며, 우리의 일이 회사 또는 단체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고,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루이자 보치에토: 나는 디자인분야가 아니라, 우리 삶의 양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남자중심의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나는 여성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그런 배려가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Originally published by (www.icsi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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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산업 디자인 #ICSID #맹은주 #비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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