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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계약에 유의하세요."


한나 에멜리 에른슈팅(Hanna Emelie Ernsting), ''펫스툴(Petstool)''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서의 시작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어느 유명 기업에서 당신의 졸업 작품을 제품화하고 싶다고 제안해온다면 어떨까. 뛸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독일의 신예 가구 디자이너 한나 에멜리 에른슈팅 역시 그랬다. 부푼 마음으로 계약을 맺은 지 2년, 지금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제품의 생산, 판매에 나서게 되었다. 에른슈팅은 동료 디자이너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졸업 직후 에른슈팅은 쾰른 국제박람회의 디자인 공모전 [D3]에서 ‘무디 소파(Moody Couch)’로 2등 상을 받았다. 소파의 뼈대보다 훨씬 큰 커버가, 앉은 사람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디자인으로, 몇 달 뒤 ‘무디’를 눈여겨 본 유명 기업의 연락으로 에른슈팅은 ‘무디’ 안락의자 버전의 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게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에 정말로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제품이 실제로 시장에 당도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문제는 회사가 제품의 생산,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년 넘게 디자인 개발을 진행했지만, 회사는 전략을 바꾸어 ‘무디’ 안락의자를 출시 계획에서 제외시켰다. 계약상 해당 디자인의 사용 권한이 회사 측에 양도되었기에, 디자이너 본인조차 ‘무디’의 디자인을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 졸업 프로젝트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시작인 작품이었기에, 정말로 힘들었고 또 화가 났다.” 한나 에멜리 에른슈팅은 <디진>과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실제로 계약서에도 회사 측이 프로젝트를 더 진행하지 않으면 계약의 효력이 중단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언젠가 출시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계약을 유지시켰다. 그리고는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정말로 온당치 못한 일이었다.”

 

에른슈팅은 계약의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계약에 정말로 유의해야 한다. 나라면 단 2년 기한이라 하더라도 관련 권한을 양도하는 데에 주의하겠다. 그 2년이 개인 경력에서 정말 중요한 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약에 앞서 기업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한편 에른슈팅은 이번 계약 사건을 통해 업계의 흔한 관행인 인세 기반의 계약에도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만일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오랫동안 시장에 머물며 생산되고 판매된다면 모르겠지만, 오늘날 기업들은 매년 다른 상품으로 예전 상품을 밀어낸다. 겨우 1년 남짓한 제품 판매 주기 속에서, 디자이너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실제로 전혀 없다.

 

 

결국 그녀는 ‘펫스툴(Petstool)’이라는 이름의 의자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년 좌절도 컸지만, 제작 비용이나 판매 방식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에, 자체 생산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기업과 작업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니, 모든 게 다 나쁘기만 했다고는 할 수 없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지만, 디자이너로서 비즈니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관해 많이 배웠다고 에른슈팅은 말한다. 

 

한편 문제의 ‘무디’ 컬렉션 계약이 이제 곧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자신의 작품이 방치되는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했지만, 이제 모든 권리가 에른슈팅 본인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녀는 ‘무디’를 ‘펫스툴’처럼 직접 생산하여 판매할지, 아니면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만일 후자가 된다면, 분명 계약에 더욱 신중해질 터이다.

 

한나 에멜리 에른슈팅의 이야기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어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업계의 이런 관행에 매여 있다. 디자이너들이 메이저 브랜드와의 협업과 개인 브랜드의 운영을 병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진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 역시 처음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처럼 작품의 자체 생산, 판매라는 선택지는 불공정한 업계 관행, 크라우드펀딩의 확산과 같은 배경 속에서 더욱 더 힘을 얻는 추세다.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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