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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은 시간은 8년, 자본주의 비즈니스 모델 재고에 디자인산업 앞장서야 한다

Defo

 

작가이자 언론인, 팟캐스터인 Katie Treggiden은 Making Design Circular라는 회원단체를 이끌면서 순환디자인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기후 위기라는 도전에 맞서 디자인 업체와 건축 회사가 자본주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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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자본주의 및 식민주의와 동일한 억압에 뿌리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 둘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돈과 교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사람과 지구를 이윤과 동일선상에서 고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하되, 서둘러야 한다.

 

시장과 거래는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지만, 자본주의는 비교적 최근의 산물이다. Andrew Zimbalist, Howard J. Sherman 그리고 Stuart Brown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통해 이윤을 목적으로 자본가 계급에 의해 운영되고, 나머지 대다수는 임금을 대가로 일하는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필요한 만큼의 재화를 교환하는데 머물지 않고 잉여를 생산해야 한다. 즉, 우리가 필요한 것보다 많은 양을 지구로부터 가져와야 한다는 의미다.

 

서양사 책을 보면 봉건주의를 대체한 자본주의는 더 나은 시스템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이 전환기에 존재했던, 1350년과 1500년 사이의 시기를 대부분의 역사서는 생략하고 있다. Less is More의 작가 Jason Hickel에 따르면, 기존에 농노였던 사람들이 이 시기 동안 협동 사회를 세우고 공유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생산했다. 농민들이 토지 관리권을 되찾으면서, 봉건제 아래서 발생했던 산림과 토양, 목초지의 황폐화가 중단되고 자연의 상호적 관계는 회복되었다. 그러나 엘리트 계층을 위한 잉여분이 생산되지 않자 변화가 불가피했다. 공동의 땅에 울타리를 둘러 사유화하는 소위 “Enclosure”의 과정을 통해 유럽 전역의 공유지는 점유되고 곡식은 불태워졌으며 수백만 명의 농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제3세계에서 진행된 사유지화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Hickel은 이렇게 설명한다. “유럽에서 자본주의의 부상은… 노예화된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과 식민지에서 약탈한 토지에 의존했고, 사유지화로 인해 쫒겨난 유럽 농민들에 의해 공장에서 가공되었다…모두 잉여물의 축적을 위해 동원되었다.”

 

사유지화와 식미주의로 인해 천연자원을 대하는 태도는 책임 있는 관리에서 이윤을 위한 지배로 바뀌었다. “노는” 땅을 최소화한 대규모 농장 운영 방식과 효율적 농업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켰다. 오늘날, 원주민은 세계 인구의 5%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지구 생물다양성의 80%를 지키는 일은 이들 몫이다. 천 년 동안 가꿔온 터전에서 이들을 몰아낸 참혹한 결과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축은 잉여생산물과 성장이다. 초기 자본주의 모델에서 이윤은 성당이나 피라미드와 같은 비생산적 사업에 투자되었다. 오늘날, 이윤은 생산역량을 확대해 이윤을 늘리는 데 투입된다. 이 폐쇄적 순환고리에서 점점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 노동이 요구된다. 유한한 행성 위의 무한한 성장은 굳이 수학적 증명이 없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해마다 인간이 사용하는 천연자원은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양의 1.5배에 이른다. ‘Waste to Wealth’의 저자 Peter Lacy와 Jakob Rutqvist에 따르면, 이 수치는 앞으로 10년 후에 2배로 증가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자원을 이윤을 위한 제품으로 만드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어김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45% 줄여야 한다. 시스템 붕괴를 불러오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한 이 목표 달성이 필수적이다. 철학자 Fredric Jameson은 Harvard School of Design에서 열린 Rem Koolhaas의 대학원생 세미나에서 나온 두 편의 연구 논문을 평가하는 글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편이 더 쉽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의 멸종을 대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잉여와 성장을 최우선에 두는 시스템과 결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닐까 싶다.

 

상장된 기업은 주주를 위한 “최선의 이익”을 도모할 법적 의무가 있고, 이는 주로 이익의 극대화로 풀이된다. 사회환경 인증제도 B Corp을 운영하는 B Lab은 이 같은 해석에 도전하는 단체이다. B Corp은 한 기업의 “정관”을 바꿔 임원들이 주주뿐 아니라 사람과 지구를 아우르는 모든 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규정하도록 요구한다. 디자인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앞장설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건축회사 We Made That에서부터 중고 조명 재생 브랜드 Skinflint에 이르는 기업들이 이미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영국 콘월에 있는 디자인브랜드 Green & Blue는 자연을 최대 주주로 여기며, 고립된 벌과 새, 박쥐를 위한 집을 만든다. Sebastian Cox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가구를 만들지 않는다. 이들은 생물다양성이 보장되는 숲에서 나온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가구를 만든다. Boardroom 2030은 이러한 사고방식을 장려하는 모델이다. 청년, 종업원, 소외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 지역 공동체 일원 등 다양한 부류의 이해관계자를 초청해 이사회에 참석시키자는 아이디어다. 심지어 탈인간계(more than human world) 옹호론자들도 참여시킨다. 2022년에 개최된 Eden Project의 모의 청년 이사회에서는 청년들이 던진 새롭고 어려운 질문들을 받고 노련한 중역들의 관점이 달라지는 통쾌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건축과 디자인 회사 내부에서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꾀해왔다. 건축 스튜디오 RSHP는 특정 창업자나 대표가 아니라, 재단이 소유한 기업이다. 이윤을 추구하긴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지분을 가지고 수입의 20%는 좋은 일에 기부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이곳의 공동창업자 Richard Rogers는 2007년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는 건축의 아주 중요한 부분은 공공장소와 사적 공간을 통틀어 더 나은 방향으로 영향을 받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New Heroes는 자칭 “사회적 프리랜서 단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구성원이 프로젝트와 역할을 선택한다. 급여 등급은 단둘뿐이며, 누구나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곳의 공동창업자인 Lucas de Man은 신뢰에 기반한 이 같은 시스템은 협력과 다양성,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환경에 더 이롭다고 주장한다.

 

존재론적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8년 남았다. 문제는 자본주의를 재고할 시간이 있느냐가 아니라, 재고하지 않을 시간이 있느냐다. 미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고 앞으로를 좌우할 10년을 보낼 수 있으려면, 사람과 지구를 이윤과 나란히 두는 데 디자인계가 앞장서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Design practices must lead the way in rethinking capitalism" (dez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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