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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포스트] 대박 난 여행책의 비밀 - 정희선

 

대박 난 여행책의 비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고자 하는 국가의 여행 가이드북을 구입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수십 혹은 수백 군데의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

책 한 권에 여행 관련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가이드북은 아직까지도 여행을 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은 ‘지구를 걷는 법(地球の歩き方, 지큐노아루키카타)’이다. 1979년 창간되었으며 약 160여개의 국가와 지역을 커버한다. 

해외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객 대부분이 ‘지구를 걷는 법’을 손에 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책이다. 

하지만 ‘지구를 걷는 법’의 매출이 90% 하락하며 회사의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2020년 4월, 일본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국경이 닫혔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존재 자체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로부터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지구를 걷는 법’ 시리즈는 코로나 기간 중 무려 85권의 신간을 발간하였으며 히트를 연발했다.

해외여행이 막힌 시대에 여행 가이드북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관점과 타깃 고객을 바꾸자 코로나 시대에도 여행 책이 팔리는 일이 일어났다. 

 

 

대박 난 여행책의 비밀

<지구를 걷는 법의 새로운 시리즈 중 하나인 세계의 굉장한 무덤들(사진 왼쪽)과 세계의 굉장한 호텔들. photo=arukikata.co.jp>

 

 

 해외가 아닌 국내로 국내 여행객을 타깃하다 


“해외 취재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지구를 걷는 법’의 편집팀이 가장 처음 한 일은 국내로 눈을 돌리는 것이었다. 마침 도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어 2020년 9월 ‘지구를 걷는 법’ 시리즈 최초로 국내 도시의 가이드북 <도쿄>편을 출판했다. 

편집팀에 의하면 <도쿄>편을 발행하면서 적자를 각오했다고 한다. 

개최 연도에 맞춰 가격을 2,020엔으로 책정, 다른 가이드북에 비해 비싼 가격이었으며 올림픽 또한 무관중으로 개최되었기에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단지 올림픽에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쿄>편은 예상 외로 10만부나 팔렸다.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구입하기도 하였지만, 도쿄를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구입하고 싶은 책이었다. 

<도쿄>편은 기획부터 출간까지 약 1년 반 정도 걸렸는데, 수도 없이 많은 국내 가이드북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도쿄를 대표할만한 장소들을 깊이 있게 취재하여 콘텐츠의 깊이를 더했다. 

도쿄의 문화, 역사적인 배경 등 일반적인 여행 책에서는 얻기 힘든 상세한 정보가 실려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도쿄>편의 인기에 힘입어 <오키나와> <교토> <홋카이도>편 등 일본 내 다른 지역의 가이드북을 내며 국내 여행자들을 타깃하기 시작하였다. 

 

 

국가가 아닌 테마로 미래의 여행객을 타깃하다


국내 편에 이어 ‘지구를 걷는 법’의 두 번째 도전은 바로 ‘여행의 도감(図鑑)’ 시리즈이다.

‘지구를 걷는 법’ 팀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여태까지 취재한 내용을 ‘국가’가 아니라 ‘테마’로 콘텐츠의 축을 바꾸어 발행한 것이다. 

2021년 3월부터 <세계의 매력적인 기암과 거석> <세계의 지도자 도감> <세계의 맛집 도감> <세계의 굉장한 호텔들> <세계의 특산물 도감> <세계의 굉장한 역들> 최근에는 <세계의 굉장한 무덤들>까지 다양한 테마로 책을 만들고 있다. 

국가를 축으로 하여 소개하는 일반적인 가이드북에서는 자세하게 소개할 수 없었던 세세한 정보까지 소개하는 도감 시리즈는 총 29권을 발매하였고 약 26만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도감 시리즈가 사랑 받은 이유는 여행길이 막힌 시대에 현재 여행을 가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래의 여행지를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이 찾는 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초등학생 독자들도 많은데, 미야타 편집장에 의하면 ‘지구를 걷는 법’ 편집팀에서 일한 이후 초등학생으로부터 손 편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이곳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초등학생들이 이번 여름 방학에 책에 소개된 국가들을 방문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박 난 여행책의 비밀
<‘지구를 걷는 법’과 잡지 ‘무’가 협업해 발간한 ‘무- 이상한 세계의 걷는 방법’.>


정보가 아닌 재미로,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을 타깃하다


지난 2년간 발행된 책 중 가장 주목 받은 책은 2022년 2월에 발매된 ‘무- 이상한 세계의 걷는 방법(ムー異世界の歩き方)’이다. 이 책은 발매 후 2개월 만에 12만부가 팔렸으며 닛케이가 선정한 ‘마켓오브더이어(market of the year)’ 제품으로도 선정되었다. 

‘무(ムー, MU)’는 1979년 가켄홀딩스가 ‘세계의 수수께끼와 불가사의에 도전하는 슈퍼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콘셉트로 창간한 잡지로 약간 컬트적인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UFO 괴담 등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는데, 비록 소수이지만 견고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잡지이다. 

‘무-이상한 세계의 걷는 방법’은 ‘무’와 ‘지구를 걷는 방법’ 양사가 콜라보하여 만든 책이다. 두 책은 언뜻 보기에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무-’의 편집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행은 내가 모르는 세계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모르는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행과 무는 ‘미지의 세계’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책을 잠시 펼쳐 보자.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여행지로서 소개한 페이지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피라미드의 수수께끼와 같은 공간은 쉘터(shelter)인가, 군사기지인가”라는 미스터리한 정보를 실어 흥미를 자극한다. 

피라미드뿐만 아니라 페루의 나스카, 이스터섬의 모아이상, 다양한 고대 문명지 등 416페이지에 달하는 콘텐츠가 담긴 책은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소장하고 싶어진다. 

‘무- 이상한 세계의 걷는 방법’은 세계의 유명 관광지를 ‘관광’ 그리고 ‘미스터리’의 두 관점으로 풀어 두 그룹의 독자에게 모두 어필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을 개척했다.

하지만 너무 컬트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에 기본적으로 편집은 ‘지구를 걷는 방법’팀이 진행하고 ‘무-’의 편집부는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선에서 참여해 소수에게만 팔리는 책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대박 난 여행책의 비밀 

 

 

새로운 베스트셀러 국경이 닫혔기에 만들 수 있었다


“코로나 전까지는 개정판만으로도 수익을 충분히 낼 수가 있어서 새로운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개정판을 낼 수도 없고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없던 참신한 방법들이 나왔다.” 

“코로나가 있었기에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와중에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아 여태까지 하던 방식대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면 이러한 발견은 없었을 것입니다.”

방송과 잡지를 통해 ‘지구를 걷는 법’ 편집국 3인이 전한 말이다. 여행길이 끊긴 시대,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읽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자 여행 가이드북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박의 비밀은 관점과 타깃을 바꾼 생각의 유연함이다.

 

글 : 정희선 애널리스트 

현) 일본 유자베이스 (UZABSE) 애널리스트

전) LEK 컨설팅 도쿄, 경영 컨설턴트

저서 <도쿄 리테일 트렌드>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사지 않고 삽니다>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퍼블리 (PUBLY) 등 다수 매체에 트렌드 칼럼 기고 중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MBA (마케팅 전공)

 

출처 : 패션포스트 fpost.co.kr

원문 :  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32&wr_id=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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