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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포스트]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 이동숙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루이비통과 디올, 헤네시 등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한 LVMH그룹은 세계 최대의 프레스티지 소비재 기업이자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얼마 전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방한이 큰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LVMH그룹의 영향력은 국내기업 수장조차 긴장하게 만들었다. 

 

LVMH그룹은 패션뿐만 아니라 시계, 보석, 주류 및 백화점도 인수해왔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 백화점인 봉마르쉐를 인수했으며, 2005년 폐점된 사마리텐 백화점을  리뉴얼 하는데 1조 원가량을 투입해 새로운 모습으로 최근에 대중에게 공개했다. 또한 LVMH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사마리텐 백화점 맞은편에 새로운 문화공간인 ‘LV Dream’을 개장에 큰 화제를 모았다.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사마리텐 전경>

 

 

LVMH그룹은 퐁뇌프(pont-neuf) 다리 옆에 위치한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사마리텐 백화점을 인수했다. 사마리텐 백화점을 인수한 LVMH그룹은 현재 퐁뇌프 건물로 불리는 기존 아르누보 및 아르데코 건축물을 역사적인 공간으로 그 가치를 16년 만에 되살려, 과거와 현대적 감각을 더한 공간에 하이엔드 브랜드들을 집결시켰다. 내부는 프랑스 근대 건축의 대표 소재인 철 구조물을 사용했고, 복원된 유리 돔 그리고 대리석 캔버스에 그려진 금색 공작새 벽화로 장식된 아트리움은 사마리텐의 시그니처 공간이 되었다.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복원된 사마리텐 공간>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사마리텐 리볼리> 

 

 

사마리텐의 신축건물 리볼리(Rivoli)는 부드러운 물결 모양의 유리 파사드로 주변 환경을 반사하고 변형하여 과거와 현대의 미묘한 조합을 만들었는데, 건축 디자인은 일본 SANAA가 도맡아 현대적이고 서정적인 감성을 구현해냈다. 리볼리 공간은 좀 더 트렌디하고 캐주얼한 브랜드와 사마리텐에서만 볼 수 있는 신진 디자이너 작품들을 접할 수 있으며, 실제로 리볼리 공간에서 독특한 쇼핑경험과 프렌치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루이비통의 새로운 문화공간 ‘LV Dream’ 

LVMH그룹이 사마리텐 백화점을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백화점으로 재탄생 시켰다면, 두 번째 화제의 공간은 ‘LV Dream’이다. 파리 퐁뇌프 다리 주변은 사마리텐 백화점과 LV Dream 공간만으로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동네로 거듭나 LVMH그룹의 주요 비즈니스 요지로 변모하고 있다. 사마리텐 백화점 앞에 위치한 LV Dream은 19세기 후반에 유명했던 La Belle Jardinière 백화점이 있었던 건물에 루이비통의 본사이자 루이비통의 발자취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 및 카페 겸 쇼룸으로 구성된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쿠사마 조형물과 LV Dream>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쿠사마 야요이 협업 제품>

 

 

LV Dream에 입장하면 유명 파티시에인 막심 프레데릭(Maxime Frédéric)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카페와 루이비통 트렁크로 꾸민 쇼콜라트리(Chocolaterie, 초콜릿 전문점)공간을 마주하며 루이비통의 새로운 문화적 경험의 시작을 알린다. 미로처럼 이어진 각각의 공간에서는 LV Dream의 독점 디자인 외에도 엄선된 소형 가죽제품, 액세서리, 수집용 Vivienne 인형 및 책 등을 선보이며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디자인들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전시관에는 2000년대 초부터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 쿠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및 무라카미 다카시와 같은 아티스트 및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력에서 얻은 작품들이 펼쳐진다. 

 

이렇듯 LV Dream의 모든 공간에서 루이비통이 특별하게 큐레이팅한 다양한 제품과 전시 품목들을 통해 160년의 브랜드 역사를 심층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3월에 방문한 LV Dream 공간은 흥미롭고 새로움에도 불구하고 거대 조형물 때문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외관은 역사적 문화공간을 복원한 사마리텐 백화점과 대조되기도 했다.

 

건물 전체에 알록달록한 도트무늬로 가득 꾸며졌으며 쇼윈도에도 같은 콘셉트의 모티브와 로봇이 전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LV Dream 공간 곳곳에도 동일한 모티브들이 전시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형형색색 도트는 바로 일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시니그처 모티브들이다. 루이비통은 올해 쿠사마와 두 번째 협업을 진행했고 적극적인 마케팅 일환으로 건물 전면을 비롯해 쇼윈도와 내부 오브제 등에 그녀의 시그니처 모티브를 엄청난 오마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왜 쿠사마 야요이인가

루이비통은 160년의 역사만큼 건축가,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과 협업함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루이비통이 아티스트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하며 2002년 무라카미 다카시, 2008년 리처드 프린스, 2017년 제프 쿤스 등 팝아트 작가와 협업해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켰다. 특히 루이비통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멀티컬러 모노그램으로 일대 혁신을 일으킨 이가 무라카미 다카시다. 일본 전통회화를 전공한 무라카미 다카시는 오타쿠 문화와 팝아트를 기반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다양한 색채와 모티브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 등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며 ‘아시아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아티스트이다. 현대미술의 기법과 결합한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결합시킨 작품도 다수이다.  또한 그의 작품 중엔 꽃 모티브나 캐릭터들을 반복시키는 옵아트 기법이 많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독특한 아트기법은 멀티컬러 모노그램으로 탄생해 그 동안 지루했던 모노그램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렇듯 아티스트의 독특한 모티브를 루이비통의 고유한 디자인 언어, 브랜드 이미지와 결합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또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루이비통의 헤리티지인 컨템포러리 아트와 유기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이루었다.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쿠사미 조형물>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을 계기로 일본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치가 한층 높아졌을까. 루이비통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옵아트적인 작품과 견줄 수 있는 일본 현대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와 2012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협업을 시도했다. 왜 루이비통은 쿠사마와 두 번이나 협업했을까. 쿠사마의 작품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강박증 등의 정신질환에서 벗어나고자 그려낸 그녀의 작품들은 이제 현존하는 여성작가 중 가장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녀의 작품들은 색체가 강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물방울무늬 등 무한 반복되는 네트 시리즈 등을 확장시키는 작품이 대다수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호박형태와 물방울무늬이다. 특히 물방울무늬는 독창적이면서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루이비통과 쿠사마의 두 번째 협업에서는 인피니트 도트(infinite dot)를 더욱 확장하여 지루해진 모노그램에 다시금 새로운 아이코닉 이미지를 부가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멀티컬러 모노그램이 큰 성공을 거둔만큼, 루이비통은 쿠사마 야요이에게 큰 기대를 한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두 번째 협업 컬렉션에서는 쿠사마 작품 대다수의 모티브들이 전 라인에 적용됐으며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은 전례 없는 규모로 컬렉션 홍보에 나섰다. 루이비통은 예술가들과 함께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일본 아티스트에 대한 마음은 충성심, 아니면 존경심일까.

 

 

루이비통은 왜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했나

<쇼윈도의 쿠사마 로봇>

 

 

상업적으로 변질된 콜라보레이션?

런던 해롯백화점은 건물 전체에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모티브를 미디어로 가득 채웠고 뉴욕, 도쿄 매장들도 컬렉션 홍보에 적극 나섰다. 실제로 파리 루이비통 매장을 방문했던 샹젤리제 매장과 LV Dream은 알록달록 물방울무늬들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건물 전체를 덮었다. 쇼윈도는 물론 매장 내부 곳곳에서도 쿠사마 컬렉션이 압도적으로 노출되고 있었고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전례 없는 규모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LV Dream 건물과 사마리텐 백화점 건물 사이에 4미터가 넘는 크기로 세워진 쿠사마의 거대 조형물은 마치 자연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공룡만한 크기로 세워져 당황스럽게 했다. 심지어 샹젤리제 매장은 건물 꼭대기에서 쿠사마가 내려다 보는듯한 초대형 조형물을 설치하여 무섭기까지 했다. 심지어 쇼윈도에는 쿠사마를 리얼하게 구현한 로봇이 등장해 붓으로 도트를 찍는 연출이 있었는데, 마치 아티스트가 피에로처럼 보여 신기한 광경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웠다. 그래서 일부 대중들은 93세의 나이로 현존하는 고령의 아티스트를 거대 조형물과 로봇으로 만들어 내세우는 것에 대해 ‘너무 상업적으로 소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랜드가 협업을 통해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한정판 상품을 만들 수 있고, 그 만큼 브랜드의 예술적 가치와 브랜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LVMH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디자이너들에 대한 무한 신뢰와 전폭적인 지지로 기업 내에서도 존경받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LVMH그룹은 사마리텐 백화점의 새로운 건물을 일본 건축 디자이너에게 맡겼고 LVMH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일본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협업해왔다. 그만큼 LVMH그룹은 일본 디자이너, 아티스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쿠사마 야요이의 협업에서 보여준 전례 없던 마케팅과 비주얼 머천다이징 규모는, 예술과 아티스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그룹의 이미지보다 아티스트와 작품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내세우며 일본 아티스트에 충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글 : 이동숙 한국VM연구회 부회장

출처 : 패션포스트 fpost.co.kr

원문 :  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mainFsp&wr_id=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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