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를 아우르는 러닝 열풍
골프와 테니스에 이어, 요즘 전 세계적으로 러닝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간편한 차림으로 어느 곳에서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서 가볍게 달리는 직장인들부터 본격적인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취미 러너들까지, 연령도 직업도 배경도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듯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와 참가자 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세다. 2015년에는 약 4만 명이었던 대회 참가자 수는 2024년에 5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마라톤 대회에 투자하는 대기업들
러닝의 인기가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 이제까지 이 종목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Orange, Schneider Electric, Vredestein, MAIF와 같은 대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후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에너지 관리와 전기화(Electrification) 및 혁신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Schneider Electric은 2013년부터 파리 마라톤(Marathon de Paris)과 파트너십을 맺고 꾸준히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의 통신사인 Orange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의 '모두를 위한 마라톤(Marathon pour tous)'와 '모두를 위한 10km(des 10 km pour tous)'의 주요 후원사가 되기 위해, 2020년부터 'Orange 러닝 팀'을 결성했다. 이들은 200여 명의 인플루언서와 유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으며, 꾸준한 이벤트, 경품 행사,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또한, 나이키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 'Just do it'과 유사한 메시지를 내세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을 기획하며 참가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브랜딩 활동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Schneider Electric과 Orange의 담당자들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러닝의 '즐거움', '스포츠', '자유'의 이미지를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 및 상승 효과를 얻은 점에서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러닝 인구 증가 요인
비단 대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러닝 인구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2024년 기준, 프랑스 인구의 25%에 해당되는 1240만 명의 프랑스인이 러닝을 즐긴다고 답했다. 트레일 러닝 역시 전체 러너의 40%가 참여할 만큼 대중화됐다.
<프랑스 러닝 인구의 추이>
(단위: 백만 명)

[자료: 프랑스 스포츠·자전거 협회]
러닝이라는 스포츠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필요와 사회의 경향을 포용하는 특성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사회 참여도가 높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 5~6년 사이,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즐기기 좋은 스포츠라는 이유로 여성층의 유입이 눈에 띈다고 밝혔으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높은 모든 세대에게 매력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코로나 이후 고립감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되찾아주고, 고물가 시대에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러닝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인기의 외부적 요인으로는 Strava, Runkeeper, Garmin Connect와 같은 러닝 관련 앱 등을 활용하는 러닝의 디지털화를 꼽을 수 있다. 러너들은 앱의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과 가상 러닝 대회 등의 기능을 활용해서 개인의 성과를 추적하고 다른 러너들과 함께 달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러닝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용품 소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자전거 협회가 진행한 2024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러너들이 소비하는 러닝화의 평균 가격은 110유로였으며, 85%의 러너가 러닝 전용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러너들은 러닝화 예산으로 120유로 이하를 고려하고 있고, 구매 시 1) 편안함 2) 가격 3) 충격흡수력 4) 내구성 5) 지지력 순으로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러너의 65%는 기능성 의류를, 25%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러닝 관련 제품 시장은 약 7억2000만 유로에 달했고, 그중 4억5400만 유로는 러닝화 시장의 몫이었다. 2024년 현재 러닝 시장의 전체 규모는 10억 유로를 초과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프랑스 최대의 스포츠 시장이 됐다.
<러닝 관련 용품 소비 현황>

* 주: 러닝화 구매 평균 예산 및 주요하게 고려하는 기준
[자료: 스포츠·자전거 협회]
프랑스 런닝화 트렌드
프랑스의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지난해 대비 4% 증가한 77억 유로에 도달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운동화 시장은 향후 5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2009~2028년 프랑스 내 운동화 시장 규모>
(단위: 백만 유로)

[자료: Euromonitor]
프랑스 운동화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는 각각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가 지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순위권 밖의 브랜드의 점유율이 41%나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 외의 브랜드 중요성 역시 높은 편이다. 또한, 범용 운동화가 아닌 러닝화 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러닝 전문 사이트 및 커뮤니티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외에도, 뉴발란스(New Balance), 아식스(Asics), 미즈노(Mizuno), 소코니(Saucony), 호카(Hoka), 브룩스(Brooks), 온(On) 등이 인기 전문 브랜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쿠셔닝, 충격 흡수력 등의 기능적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전문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드 러닝과 트레일 러닝에서 각각 러너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모델은 다음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드 러닝화 인기 모델(좌), 트레일 러닝화 인기 모델(우)>
[자료: Runnea]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도 주목할 만하다. 기능과 디자인이 기준을 충족하면 프리미엄 스니커즈 구매에 망설임이 없지만, 동시에 연중 내내 진행되는 프로모션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스니커즈를 선택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로 인해 중간 가격대의 패션 소매업체들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프랑스 소비자들이 공식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Zalando나 Spartoo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옴니채널을 통한 판매의 중요성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상승세를 띠고 있는 러닝 시장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에 대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상황, 특히 재고 부족 문제와 물류 제한으로 인한 시장 축소 역시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류 및 포장비용 증가가 이미 수익률이 낮은 전자상거래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무료 교환 및 환불이 더 이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절약형 소비 트렌드가 한동안 강화될 전망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신발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가격과 기능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 소비에 대한 선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의견 및 시사점
이상의 프랑스 러닝 시장 분위기를 바탕으로, 러닝 용품 소비자들의 경향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브랜드 네임보다 기능성에 가치를 두는 소비가 두드러진다. 둘째, 내구성이 뛰어나고 지속 가능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셋째, 여성 소비자라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주요 타겟층의 부상이 주목된다. 또한, 옴니채널을 통한 판매 트렌드와 할인 프로모션을 활용한 전자상거래의 영향력도 강화되고 있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용품 매장 D의 관계자 Q 씨는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프랑스 시장에는 가벼운 러닝부터 풀 마라톤까지 다양한 수준의 러닝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특히 기능성이 뛰어난 러닝화에 큰 비용을 기꺼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러닝화뿐만 아니라 각종 러닝 관련 용품에도 아낌없이 지출하는 특징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 업체가 프랑스 러닝 시장에 진출할 때, 기능성에 집중한 제품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 제공하고, 여성 소비자와 같은 새로운 유입층을 겨냥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의 측면에서는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러닝 앱이나 러닝 크루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고, '자유분방함'과 '건강'을 강조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료: 프랑스 스포츠·자전거 협회 발표자료, Euromonitor, Runnea, 일간지 Le Monde, Les Echos, Le Figaro, KOTRA 파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