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해 봤을 때 중국의 소비 침체 문제는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던 과거만큼의 큰 소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중국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소비를 유지하면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3000달러를 넘어가면서 소비 패턴이 기능과 가격을 주로 따지는 가성비 소비에서 감정 소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특히 해당 현상은 중국의 Z세대(1995~2009년생)에서 뚜렷하게 발견된다. 결국 중국 소비 시장에서는 속도와 규모보다는 소비가 향해 있는 방향이 중요해지고 있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중국 Z세대(1995-2009년생)의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가심비 소비(心价比)
중국 소비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Z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Z세대가 중국 소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성장해 온 Z세대는 현재 온라인 쇼핑의 핵심 주류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중국 Z세대의 소비 규모는 약 5조 위안에 육박하며, 온라인 전자상거래 50% 이상의 매출이 Z세대로부터 기인한다.
중국 Z세대 사이에서는 가격과 기능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가성비 소비를 넘어 감정도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되는 가심비(心价比)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심비 소비란 소비 행위를 통해 감정적 수요를 충족하고 뜻깊은 경험을 강조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Z세대는 물질적 추구에 그치지 않고 감정적 욕구 충족까지 이어져야 매력적인 소비처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중국소비자협회가 발표한 <중국 소비자 권익 보호 상황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소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감정 해소였다. 또한 <감정 경제 소비자 통찰 보고서(2024)>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감정과 연계된 상품에 대한 지출이 Z세대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인 40.1%를 차지했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성장한 이 세대의 개성 추구, 독특한 IP(지식재산권) 상품 선호, 자기표현 중시 등의 독특한 소비 특성을 엿볼 수 있다.
Z세대의 소비 파워를 기반으로 중국의 감정 소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감정 소비의 부상: 2025년 시장 구도와 미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 소비와 관련된 산업은 2013년 이후 연평균 복합성장률이 12%에 달했고, 2025년에는 2조 위안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된다. 중국의 연중 최대 전자상거래 쇼핑 축제 중 하나인 ‘6.18 쇼핑 축제’에서도 감정 소비 시장의 활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장난감 기업 6개사가 축제 기간 거래액 1억 위안을 돌파했고 무려 약 100개의 기업이 거래액 천만 위안을 달성했다. 장난감 산업 이외에도 감정 소비와 관련된 반려동물 카테고리, 독특한 IP 굿즈 등의 분야가 눈에 띄는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시장에서 어떤 콘텐츠들이 Z세대의 감정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을까.
사례① 소유욕을 위한 소비, 랜덤박스
최근 몇 년 전부터 중국 Z세대를 중심으로 피규어나 인형을 뽑는 랜덤 박스 소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여름 방학을 앞둔 10대 청소년들의 랜덤 박스 소비 문제를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 강화를 논의할 정도로 중국 Z세대 사이에서 랜덤 박스와 독특한 IP 제품을 향한 열기는 쉽게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가 대표적인 사례다. 랜덤 박스 형태로 판매되고 있어 포장지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모델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라부부는 전 세계에서 지난해에만 30억 개 이상 판매됐고 중국 내 라부부 오프라인 판매 매장인 팝마트(POP MART)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SNS 샤오홍슈에는 라부부 첫 구매 성공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게시되거나 랜덤 박스에서 뽑기 힘든 희귀 모델을 자랑하기도 한다. 라부부의 한정된 수량과 랜덤 박스 형식의 포장으로 어떤 모델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 Z세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중이다.
<샤오홍슈에 라부부 첫 구매 성공을 인증하는 게시물과 라부부 가족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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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오홍슈]
과거 KFC도 99위안의 치킨 세트를 구입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랜덤 박스 제공 이벤트를 열었다. 사람들은 KFC의 랜덤 박스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후 음식을 대신 먹는 서비스가 등장하거나 한 번에 100세트가 넘는 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KFC의 카피바라 랜덤 박스 이벤트를 향한 중국 Z세대의 관심도 뜨겁다. SNS를 통해 이벤트 기간과 참여 방식을 서로 공유하거나 자신이 뽑은 모델을 인증하며 상호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iiMedia Research가 발표한 ‘2024년 중국 랜덤박스 시장 소비자 행동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약 40%가 넘는 사람들이 구매 이유에 대해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제품 포장 디자인에 매료돼서(37.35%),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36.5%)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답변을 통해 자신의 욕구 충족이나 타인과의 유대감 형성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KFC에서 진행하고 있는 랜덤 박스 이벤트와 정보 공유 게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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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오홍슈]
사례② 아인슈타인의 뇌를 빌려드립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 소비
지금의 중국 Z세대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둔화된 경제 성장 환경과 더 치열해진 경쟁을 뚫고 자라온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입시와 높은 실업률 속 경쟁에 항시 노출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기인하는 불안감을 소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 두뇌 임대 서비스’는 일종의 가상상품으로 가격은 0.1위안(한화 약 19원)이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실물 제품을 받거나 어떠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일종의 부적 같은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개가 넘는 제품 후기가 남겨져 있다. 심지어 타오바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 뇌 임대 서비스는 2023년에만 10만 개 이상 판매됐고, 10대 인기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실용성보다는 정서적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감성 소비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해 시험 스트레스를 덜거나, 마치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실제로 “공부를 거의 안 했지만 좋은 성적을 얻었다”, “이걸 사고 시험에 합격했다” 등의 제품 후기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오바오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인슈타인 두뇌 임대 서비스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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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타오바오]
사례③ 체험과 모험, Z세대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되다
소비 과정에서 감정과 가치를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여기는 Z세대는 중국의 여행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4년 노동절 연휴 중국 국내 여행객 중 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0%에 육박했다. 중국의 SNS 샤오홍슈에는 세계여행이 태그된 게시물이 무려 650만 건에 육박했고 조회수는 총 14억 회가 넘어갔다. Z세대에게 여행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낯선 곳에서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소비를 아끼지 않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여행 산업에서 Z세대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여행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쇼핑을 하며 마무리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여행에서 체험형·모험형 방식의 여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Z세대는 차별화와 특별함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딥블루 싱크탱크(深蓝智库)의 조사에 따르면 90%에 육박하는 Z세대가 콘서트, e스포츠 대회, 전시, 문화 경험, 콘서트 등의 체험형 활동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확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발표된 <중국 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콘서트에 대한 검색량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동시에 ‘현지 미식’, ‘여행 전략’ 등의 내용을 함께 검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항저우에서 열린 주걸륜 콘서트에는 외지 방문객이 450만 명 넘게 방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는 스트레스 해소, 정서 치유, 자아실현 등의 감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샤오홍슈 Z세대 체험형 여행 키워드 게시물> |
문화 체험형 여행 | 모험 여행 | E스포츠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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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오홍슈]
사례④ 현지에서 주목받는 명품 브랜드의 新마케팅,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최근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도 경험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눈에 띈다. 가령, 지난 6월 중국의 SNS 샤오홍슈를 뜨겁게 달궜던 루이비통의 ‘루이호(路易号)’가 대표적인 예시다.
상하이의 중심 상권 난징시루(南京西路)에 설치된 루이비통의 럭셔리 플래그십 스토어 ‘루이호’는 기존 명품 매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30미터 높이의 배 모양으로 만들어진 해당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자사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이 아닌, 한 공간에서 전시, 문화 창작, 카페, 매장을 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현지에서는 루이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6월 25일 이후 루이호 주변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약 10만 명에 달했고, 최고 17만 명까지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 루이호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회의 7, 8월 예약이 모두 마감됐고 카페 예약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으로 인해 모두 조기 마감됐다.
컨설팅 회사 베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명품 판매는 전년 대비 18~20% 감소했고, 이에 따라 루이비통은 작년 하반기부터 여러 곳의 매장을 폐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비통은 ‘체험형’ 매장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며 중국 젊은 세대의 감정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걸으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샤오홍슈에 루이호 방문을 인증하는 중국 Z세대 게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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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오홍슈]
<위챗 미니프로그램 루이호 전시 및 식당 예약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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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위챗 미니프로그램]
루이비통의 루이호뿐만 아니라, 프라다도 올해 3월 중국의 감정 소비를 겨냥해 레스토랑 ‘미샹(迷上)’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홍콩의 유명 영화감독 왕가위와 협업해 탄생한 해당 공간은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저택의 문화와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인 화양연화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역사적 저택이자 예술 공간에서 전시회와 레스토랑 그리고 라운지까지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 미샹의 누적 방문자 수와 예약률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샤오홍슈에는 Z세대를 중심으로 전시회와 레스토랑 후기가 활발히 게시되고 있다.
<샤오홍슈 미샹(迷上) 관련 게시물과 미술 전시장 내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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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샤오홍슈 및 KOTRA 상하이무역관 자체 촬영]
시사점
중국은 과거처럼 대규모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내수 진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소비가 기대된다는 사실은 우리 기업에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언급했던 것처럼 현재 중국은 새로운 소비 양상에 접어들고 있다. 가격과 기능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던 소비 양상에서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가심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트렌드 분석기관 관계자는 상하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Z세대 소비자는 제품의 실용성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며 “브랜드가 전달하는 스토리와 체험적 가치가 구매 결정에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중국에서 가심비 소비 양상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심비 소비 중심에 서 있는 중국 Z세대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력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고, 중국 내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감성화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 소비의 부상은 소비가 ‘무엇을 소유하는가’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무엇을 느끼는가’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중국 Z세대 소비 양상의 변화 흐름은 우리 기업들에도 기회가 있음을 시사한다. 우선,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격과 기능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감성화’를 택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감성화란 중국 Z세대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품에 특별한 스토리를 부여하거나, 체험형 프로그램 진행과 같은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중국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소비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샤오홍슈, 인민일보, 딥블루 싱크탱크, 매킨지 홈페이지, 중국 국가통계국, 타오바오 및 KOTRA 상하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