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사이먼 로스비(Simon Loasby)는 Dezee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현대자동차가 더 독창적인 차량을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비는 “우리는 외부자지만, 매우 환영받는 외부자다. 아마도 K-팝과 K-미디어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이 우리에게도 스며든 덕분일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조금 엉뚱한 시도를 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미디어나 흐름을 보면 우리는 실험할 수 있는 모멘텀과 연결돼 있으며, 그 덕분에 더 혁신적이 되는 것이 쉬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주요 창의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로스비는 “음악, 영화, 건축, 패션, 뷰티 등 창의성에 집중된 서울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그게 바로 K-팩터다”라며,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더 멀리 나아가도록 영감을 주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우리도 그 흐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게 잘못된 걸까, 아니면 단지 다른 걸까?”
과거에는 ‘저렴하지만 실용적인 차’라는 이미지와 연관되었던 현대자동차는, 전기화를 통해 브랜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2021년 이후 출시된 세 가지 아이오닉 모델과 박스형 SUV인 싼타페 등 야심찬 디자인의 모델들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와 달리 현대는 전 차종에 걸쳐 일관된 외형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를 지향한다.
로스비는 “우리는 박스형 싼타페도 만들고, 마인크래프트 같은 차 아이오닉 5도 만들고, 유선형 아이오닉 6도 만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현대, 참 신선하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전부 똑같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일의 한 고위 경영진과 대화할 때 그들은 우리의 라인업을 보고 ‘이건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서로 비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걸까, 아니면 단지 다른 걸까? 그것이 우리가 브랜드를 위해 선택한 길이다. 왜냐하면 고객들은 굳이 ‘우리 엄마 차와 똑같이 생긴 차’를 타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주 컴팩트 전기차 콘셉트카 ‘컨셉트 쓰리(Concept Three)’를 공개했다.
로스비(Simon Loasby)는 현대차의 차량들을 러시아 인형이 아닌 체스 말에 비유하며, 각각 특정한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전기차 시장에서 차량들이 ‘다 똑같다’는 비판 속에서도 현대차가 두드러지도록 만들었다.
그는 “우리가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 땀, 눈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며, “항상 스스로에게 도전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다. 우리는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라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며 그것을 실현한다”라고 말했다.
로스비는 현대차 EV 서브 브랜드 아이오닉(Ioniq)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소형차, 컨셉트 쓰리의 미디어 프리뷰 현장에서 Dezeen과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콘셉트 단계지만, 향후 양산차 역시 이 디자인을 크게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 중요한 건 멋진 소형차”
컨셉트 쓰리는 유럽 도시를 겨냥해 특별히 설계되었다. 대형 차량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려는 규제와 맞물려, 유럽에서 소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로스비는 “유럽에서 중요한 건 멋진 소형차, 고성능 소형차, GTI다”라며, 자신 역시 첫 차로 튜닝된 미니 쿠퍼를 몰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똑똑한 발상과 컴팩트한 패키지의 르네상스가 찾아올 때라고 생각한다”라며, “내가 탔던 미니의 주행거리는 100마일 정도였다. 그 이상이 꼭 필요할까? 배터리는 너무 무겁고 비싸다. 주행거리를 좁히고, 패키지를 다르게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꼭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컨셉트 쓰리의 등장은,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대형 SUV를 선호하게 된 가운데, 유럽 내 도심 차량 크기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싼타페는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여러 대형 차량 중 하나다.
실제로 현대의 최근 시장 출시 모델 중 아이오닉 9,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세 가지는 모두 대형 SUV다.
로스비(Simon Loasby)는 “우리는 일종의 분산 투자 전략을 쓰고 있다. 한쪽에만 집중하지 않고, 지역별 정치적 방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내연기관(ICE), 하이브리드, 전기차(EV), 심지어 수소연료전지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폭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시에서는 그렇게 큰 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컴팩트 EV에서의 진짜 과제는 소비자들이 장거리 주행에 집착한다는 점”이라며, “만약 그것이 필요하다면, 이 차는 당신이나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도심에서 주행한다면 이 차는 완벽하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물리적 버튼을 없앤 적이 없다”
전통적인 대시보드를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하는 것은 EV의 흔한 특징인데, 이는 최근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Dezeen과의 인터뷰에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는 전통적인 버튼 방식을 완전히 버린 적이 없으며, 컨셉트 쓰리(Concept Three) 역시 터치스크린 대신 운전대 주변에 작은 위젯들을 배치했다.
로스비는 “결국 안전 문제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라면 운전자가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리적 버튼을 없앤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버튼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안전한 상호작용 방식이다. 손끝으로 느낄 수 있고, 주행 경험에서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운전자들이 이러한 방식의 기술 채택에 대해 갖는 선호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기차와 달리, 컨셉트 쓰리(Concept Three)는 대시보드를 대체하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하지 않았다.
로스비(Simon Loasby)는 “우리는 모든 시장에서 배경에 음성 인터랙션을 두고 있으며, AI를 통해 어떤 기능이든 바꿀 수 있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에서는 모두가 항상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만이 브랜드 인식을 조정하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의 적극적인 존재감을 보면 알 수 있듯, 업계 전반의 제조사들이 좋은 디자인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로스비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모빌리티를 바라보는 방식과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그는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꾼 계기였다. 브랜드가 인식되는 방식도 달라졌고, 단순히 지루한 자동차 브랜드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동 방식이 곧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자동차는 늘 아날로그 경험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결합되면서 단순히 자동차만 모아놓은 쇼가 아니라 기술 전시회, 라이프스타일 전시회에 가게 되었고, 이는 전혀 다른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잠재 고객이 휴대폰 화면에서 제품을 처음 접하게 되는 오늘날의 자동차 마케팅 환경이 오히려 차량 디자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로스비는 “우리는 지금 아주 강력한 디자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인상이 작은 화면에서 시작된다면, 어떻게 두드러질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가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메인사진촬영 - 반 데르 바르트 포토그래피(Van der Vaart Photography)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