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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어떤 도시든 익숙한 장소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그 기억이 만든 기대감을 안고 다시 그곳을 찾곤 한다. 

 

AI에 의존해 세상을 빠르게 탐색하는 요즘이지만, 도시의 새로운 변모는 여전히 우리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오래된 골목도, 낡은 역도 언젠가는 다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도시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곳은 어떤 삶을 담아낼 것인가.’

 

최근 도쿄의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TAKANAWA GATEWAY CITY)는 그 질문에 대한 일본식 해답 같다. ‘살고, 일하고, 머무는 방식’을 완전히 새로 짜는 일종의 실험 도시. 이곳에서 도시는 건축물 그 자체로 존재하기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1. 변화의 시작: 역(驛)에서 도시의 제방으로


모든 변화는 도시의 관문인 ‘역’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시티가 들어선 자리는 150년 전 일본 최초의 철도가 달렸던 ‘다카나와 제방(高輪築堤)’이 있던 터다. 당시 바다 위를 가로지르던 철도가 근대화와 이동의 상징이었다면, 오늘날의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시간과 삶’을 잇는 새로운 제방을 쌓고 있다.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과거의 제방이 물리적인 이동의 길이었다면, 지금은 기억과 기술을 잇는 통로다. 

 

 

역 광장 벽면에는 일본 철도의 역사를 담은 그래픽 패널이 펼쳐지고, 증강 현실(AR) 프로그램인 ‘TAKANAWA LINK SCAPE’는 이 경험을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지점을 비추면 150년 전 증기기관차가 현재의 풍경 위로 겹쳐지며 묘한 전율을 일으킨다. 과거의 유산이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공간 속에서 생생하게 호흡하는 순간이다.

 

쿠마 겐고의 온기, 이동을 체류로 바꾸다


역사 설계는 거장 쿠마 겐고가 맡았다. 유리와 철로 덮인 거대한 교통시설이 이토록 따뜻하게 읽히는 건 구조 곳곳에 스며든 목재 덕분이다. 천장의 우드 루버 사이로 자연광이 쏟아지면, 서둘러 떠나야 했던 이동의 공간은 어느덧 ‘머물고 싶은’ 체류의 감각으로 치환된다.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바삐 스쳐 지나가야 할 역임에도 불구하고, 잔디가 깔린 공용 공간에서는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만남을 즐긴다. 

 

 

문화와 일상이 교차하는 이 풍경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러한 목재의 온기는 보행 데크를 따라 뉴우먼(NEWoMan) 다카나와까지 이어진다. 

 

통로와 계단, 휴식 공간의 소재들이 지하철역의 나무 결을 쇼핑 공간까지 부드럽게 연결하며 상업 공간과 공공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기술이 풍경이 되는 길, THE LINKPILLAR


역을 나서면 광장 너머로 거대한 건물군이 시야를 압도한다.

 

약 9.5헥타르에 달하는 이 부지는 주거와 비즈니스,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 도시의 위용을 자랑한다. 업무와 상업의 중심이 될 'THE LINKPILLAR 1'과 '2', 문화적 실험을 담아낼 'MoN Takanawa', 그리고 삶의 터전인 'TAKANAWA GATEWAY CITY RESIDENCE'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이 건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이름인 ‘THE LINKPILLAR’에는 흥미로운 철학이 담겨 있다. 모든 것을 잇는 ‘링크(Link)’이자 미래를 지탱하는 기둥 ‘필러(Pillar)’가 되겠다는 의지다. 100년 후에도 우리 삶이 이곳에서 여전히 풍요로울 수 있을지 묻는 거대한 실험장으로서의 선언과도 같다.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최첨단 기술 역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THE LINKPILLAR 1 사이에 조성된 Gateway Park에는 플랫폼 형태의 소형 탈것이 마련되어 있어 매장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이 자율주행 모빌리티는 보행자 통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천천히 운행되며, 일부 차량은 수소 유래 전기로 움직인다. 

 

직접 타보니 이동 속도는 걷는 사람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이용자는 걷지 않고도 빌딩 사이를 오갈 수 있다. 공원 안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풍경을 즐기는 이 경험은 기술이 도시의 체류를 돕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름 위 별장 LUFTBAUM, 리테일의 다음 단계


그중에서도 2025년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곳은 뉴우먼 다카나와와 그 꼭대기에 자리한 LUFTBAUM(루프트바움)이다. 

 

뉴우먼의 리테일 공간은 일반적인 쇼핑몰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브랜드 하나하나를 과시하기보다 공간 전체의 밀도와 균형을 우선시한 덕분에 동선마다 여유가 넘친다. 

 

도시의 사계절을 그대로 투영하는 커다란 유리창은 그 자체로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이유가 된다.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LUFTBAUM은 뉴우먼 다카나와의 하이라이트지만, 결코 뜬금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역에서부터 체감한 나무의 질감, 쇼핑 공간의 비어있는 여백, 전시 공간이 주는 서사가 차곡차곡 쌓인 끝에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도착점이다.

 

THE LINKPILLAR 1의 최상층(28~29층), 지상 150미터 높이에 펼쳐진 이 정원은 ‘도시 위에 띄운 별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루미네가 선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상업 시설답게 그 위용이 대단하다. 

 

맑은 날이면 후지산까지 품에 안는 옥외 공원과 대형 유리관 속 정원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감동을 준다.

 

여기에 풍성함을 더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머시브 오디오(Immersive Audio)’의 존재다. 

 

소리가 사방에서 입체적으로 들려오는 이 정교한 음향 설계 덕분에, 방문자는 도심의 소음을 잊고 마치 깊은 숲 한복판을 거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든다. 공간을 채운 식물과 오브제들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일본 장인들이 직접 디자인한 이 요소들은 장식을 거부하고 공간의 일부로 호흡한다. 고층의 특수한 환경에서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른 수종들은 도시의 밀도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소비를 넘어 기억을 설계하는 공간


곳곳에 배치된 통나무 의자와 책이 놓인 테이블, 손을 씻는 작은 공간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휴식의 장면이 이어진다. 

 

특히 인상적인 건 식물 속에 자연스럽게 숨어 있는 F&B 매장들이다.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원과 조화를 이룬다. 

 

이곳의 다이닝은 메뉴의 화제성보다는 ‘어떤 순간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집중한다. 구름 위 정원에서 치밀하게 설계된 소리와 식물들에 둘러싸여 즐기는 식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풍경은 뉴우먼 다카나와와 LUFTBAUM이 리테일의 미래를 대하는 태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리테일 공간은 이제 상품보다는 경험을, 효율적인 동선보다는 깊이 있는 체류를, 화려한 연출보다는 정돈된 환경을, 그리고 일회적인 소비보다는 지속되는 기억을 제안해야 한다. 공간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채우는 그릇을 탈피해,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정교하게 유도하는 구조물이 되어가고 있다.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머무는 도시의 탄생,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와 LUFTBAUM의 공간 전략

결국 LUFTBAUM은 리테일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샀는지는 금세 잊힐지 모른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 고층 빌딩에서 경험한 의외의 정적과 정교한 사운드, 그리고 식탁 위에서 나누었던 특유의 분위기는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소비가 끝난 뒤에도 공간의 여운이 삶의 한 조각으로 머무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이 공간의 실험은 의도한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한 것처럼 보인다.

 

출처 :  ( https://fpost.co.kr/board/ )

원문기사링크 : https://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special&wr_id=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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