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ques Villegle  «La comedie urbaine»
작 비글레의 도시극

한 남자가 겹겹이 붙어 벽면을 커다랗게 매운 광고지며 영화 포스터를 힘겹게 떼어내고 있다. 이것은 « Nouveau realisme » 누보 리얼리즘 (신 현실주의) 의 작가 작 비글레(Jacques Villegle) 의 퐁피두 전시 입구 포스터 속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그는 1960년 10월 27일 Yves Klein의 아뜰리에 에서 만들어진 « Nouveaux realistes » 누보 리얼리스트 (신 현실주의자) 그룹 (Arman, Francois Dufrene, Raymond Hains, Martial Raysse, Daniel Spoerri, Jean Tinguely)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 비글레(Jacques Villegle)의 이 한 장의 전시 포스터는 이미 우리에게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 비글레(Jacques Villegle)의 작업은 겹겹이 붙여진 포스터들을 거리의 벽에서 뜯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는 그 스스로를 아티스트 혹은 화가라 칭하지 않고 포스터 도안가, 벽보가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affichiste” 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광고 포스터는 그 시대의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데 중요한 도구였고 재료였던 것이다.

지금도 파리 지하철의 대형 포스터들은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인쇄된 이미지를 큰 지하철 플렛폼 벽면에 맞춰 붙이는 형식이며, 한 광고나 포스터의 기간이 끝나면 그 위에 또 다른 광고가 겹겹이 덧붙여지는 방식이다. 작 비글레(Jacques Villegle)가 한창 활동했던 60년대 파리도 지하 지상을 망라하고 크고 작은 공연 포스터 인쇄물이나 광고를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거리의 벽에 겹겹이 붙여진 수많은 광고지며 영화 포스터들은 비를 맞기도 하고, 그 비가 마르면서 오그라들기도 하고, 그 위에 또다시 풀칠 되어 새로운 포스터가 붙여지고, 가끔은 그것들이 찢기거나 씻겨나가기도 하며 변색 되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파리 골목골목을 다니며 몰래 뜯어내어 온 광고지, 영화 포스터 등을 그대로 액자 안에 넣거나 꼴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해 탄생했던 것이다.

각종 알파벳 문자와 기호들을 써서 당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드러낸 작품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실제 사람이나 오브제 등의 이미지들 그리고 포스터나 광고지 속의 타이포그라피들을 그대로 작품의 재료로 가져다 재구성하였다. 큰 사이즈로 재구성된 그의 작품들을 보면 포스터의 원색들이 강하게 들어가 리듬감도 느껴진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그의 작품들의 제목은 대부분이 그가 포스터나 광고지를 뜯어내어 온 파리의 골목 이름들이란 것인데, 68혁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60년대 예술의 흐름을 생각해 보면 도시의 무질서함과 시대의 혼란 속에 숨겨진 가장 도시적인 아름다움을 수집해 와 또 다른 느낌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작품들부터 현재 작품까지 시기별로 정리된 전시장을 걸어 다니고 있자면 그 당시의 사회적 이슈들이 강하고 경쾌한 색감들과 이미지들 속에 간략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그 시대 시대마다의 사회 경제적인 리듬마저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꼴라쥬 한 작가 Jacques Villegle의 작품은 2009년 1월 5일까지 퐁피두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