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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우리의 삶은?(월페이퍼특집기사)


영국의 디자인 종합전문지인 월페이퍼(Wallpaper)지는, 12월호 특집으로 10년 안팎의 근 미래에 관한 여러 가지 디자인 관련 예측기사를 다루었다. 상상을 뛰어넘은 첨단사회가 될 것 이라고 기대했던 21세기에 접어든 현재를 살펴보면, 기술의 발달과 인류의 노력으로 우리의 삶이 보다 풍족해지고 편리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실제 삶의 질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계에서도 미래에 대한 기대에 비교적 근접한 것으로 조나단 아이브의 애플컴퓨터 디자인과, 몇 군데의 도시에 세워진 디저이너 부띠끄 호텔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비록 기술이 계속 발전되고 있고, 그 발전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오히려 좀더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어쩌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디자인 접근방식도 자연에 대항해 맞서기보다는 자연과 융화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월페이퍼 12월호에서는 이러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였다. 시내 중심가(High street)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날로 심각해져 가는 주택문제의 해결방안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미래의 쇼핑방법, 직장생활, 휴식방법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각광을 받을 것인지 등 여러 가지 각도에서 앞으로의 우리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진설명 : 12월 월페이퍼지의 표지. 매주 디자인 업계에서 있었던 소식들을 주로 전달하는 디자인위크(Design Week)지와 달리, 몇 가지 흥미 있는 이슈를 인테리어, 건축, 예술, 패션, 엔터테인먼트, 여행 등의 전반적인 주제로 다룬,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종합전문지라고 할 수 있다.



쇼핑을 할 때 모든 물건들이 한군데에 몰려있는 대형백화점에 주로 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아직도 시내 한복판에 전문 초콜렛 가게, 비누가게, 악세서리 가게 등의 독립된 상점들이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몇 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러한 작은 가게들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나라들이 미국과 구별되는 것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한데, 애석하게도 최근 몇 년 동안, 런던을 비롯한 각 도시들에 대형쇼핑상점이 너도나도 생기기 시작했고, 체인점 또한 두 집 건너 한집 식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디자이너의 노력으로 이러한 지루한 거리의 모습이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영국의 상황을 잘 반영한 10년 후의 유통업계와 번화가의 전망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유통업계 전문 컨설팅 회사인 버딕트 리서치(Verdict Research)사는 서양의 유통업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우려하였다. 이미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진 소비자들은 필요 문화(need culture)에서 원하는 문화(want culture)로 이동해가고 있는 반면, 상점들은 기존의 문화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버딕트 사는, 쇼핑이 화장실 휴지나 우유, 비누 같은 필수용품 구입과 관련된 필요에 따른 쇼핑(Needs-based shopping)과 최신유행의 옷, 집의 인테리어 소품 등의 갖고싶은 것을 구입하는 쇼핑(Want-based shopping) 의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질 것이라고 말한다. 전자를 위한 공간은 중심가에서 점점 사라지고, 온라인쇼핑이나 배달서비스, 큰 주차공간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는 대형할인점으로 대체되는 반면, 후자를 위한 공간은 소비자들이 저녁시간이나 주말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도록 하는 색다른 경험과 모험, 스릴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래는 월페이퍼지가 선정한 몇 가지 유통업계의 주요변화 모습이다.

1. 신개념의 집배원(Postman Fat)

특히 요즘 같은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에 런던 한복판을 거닐다 보면, 커다란 쇼핑 백을 양쪽에 몇 개씩 거느리고 다니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무언가를 구입했다는 기분에 양손의 묵직한 느낌이 만족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짐들이 귀찮게 느껴져, 어딘가 맡기고, 다른 볼일을 보고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각각의 가게에서 구입한 물건을 집으로 따로따로 배달시키려면, 배달료 또한 무시하지 못할 일이다. 앞으로는 가게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번거롭게 직접 들고 갈 필요가 없이, 매일 화물차들이 우체국에 쇼핑 품목들을 전달하고, 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고객의 집에 방문해서 여러 곳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한꺼번에 배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우편배달원은 우유,신문배달부등(참고로 영국에서는 신문배달이나 우유배달 등의 활동이 매우 드물다.)의 역할과 합쳐진 여러 가지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미 NPK라는 산업디자인 관련회사는 주문된 식료품 등을 주인이 없을 때에도 신선하게 배달,보관하기 위해 문 옆에 설치할 수 있는 보완용 냉장고 등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2. 쇼핑장소의 종합공간화 (Shopover)

세계적으로 백화점등 대형 유통업체 들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점점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나이키타운(Niketown)은 미술 전시회라든가 예술공연 등이 열리는 새로운 개념의 바, 나이트클럽의 역할을 함으로써, 단순히 나이키에서 만드는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닌 종합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실제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쇼핑공간은 다른 곳에 비해 좋은 반응을 받고 있어, 이러한 공간이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 구입한 제품은 후에 집에 배달되어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 없이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 등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3. 요식업체의 성황(On the menu)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에 요식업체(catering business)들이 중심가에 슬금슬금 들어왔으며, 이러한 동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큰 레스토랑 체인점들은 위성타운이나 교외를 잠식할 것이며, 시내중심가는 작은 바(bar)나 레스토랑, 최고급 레스토랑들로 가득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비자(Ibiza)에 있는 밤부다 그로브(Bambuddha Grove) 레스토랑처럼, 음식값에 식사 중 감상한 음악이 녹음된 CD료를 같이 포함하는 방법 등도 이용될 것이다.


4. 커피 전문점 (Coffee Break)

무선네트워크로 무장한 커피 전문점들은 혼자서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대용 사무실 개념으로 변할 것이다. 출판업자들은 이러한 공간을 신개념의 아웃렛스토어(outlet store)로 이용하여, 이월서적이나 잡지 등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보더스(Borders)의 예와 같이, 서점과 커피전문점은 점점 한 개념이 되어 서로 구분불가능해질 것이다. (* 보더스는 대표적인 미국 서점으로, 영국에도 많은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전문점과 제휴하여, 모든 보더스 서점 안에는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으며, 영국의 대표적인 서점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는 커피 리퍼블릭(Coffee Republic)이라는 영국의 대표적인 커피전문점과 제휴하여, 영국과 미국의 은근한 자존심 겨루기를 느낄 수 있다.)

5. 편의점 (The C-Store)

고급스러운 24시간 편의점의 탄생은 집의 대용장소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드라이 클리닝에서부터 마사지, 샤워시설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이곳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6. 휴가백화점 (Holiday In One)

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레저활동의 하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좋지않은 날씨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휴가철만 되면, 태양과 맑은 하늘이 있는 해외로의 도피성 여행이 성황이다. 휴식이나 모험 등의 각기 다른 여행목적에 따라, 휴가백화점에서는 여행사를 알선, 건강체크, 필요 의복 구입 등의 여러 가지 절차들을 이곳에서 가능하게 하게 해준다.

7. 일기예보 (Weather Report)

몇 년 전 한국에서 ‘날씨와 쇼핑의 관계’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거나, 비가 오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집 생각을 하게 되고, 쇼핑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백화점이 유리창을 없애어 외부와의 차단을 유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좀더 정확해진 일기예보와 쇼핑과의 관계를 관찰하는 방법은, 가게들이 날씨에 맞게 물건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더불어, 건물외부의 대형스크린에서는 매시간마다 일기예보가 업데이트 되어, 사람들은 그에 따라 목적지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8. 거리풍경 (Street Life)

포스터나 전광판 등의 각종 광고매체 들을 통해 이루어지던 기존의 브랜드 홍보는, 앞으로는 거리의 악사나 공연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지원하는 것으로 홍보수단을 바꾸게 될 것이다. 길거리의 좌판대 또한 브랜드를 홍보하는 장소로 이용되어, 버즈 아이의 핫도그를 판매하는 좌판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버즈아이(Birds Eye’s) : 영국에서 많이 판매되는 냉동음식 판매회사이다.)


*사진설명 : 위의 내용들을 포함한 월페이퍼지의 일러스트레이션 페이지


먼 훗날이 아니라 당장 10년 후의 모습을 예측한 터에, 몇 가지는 이미 우리가 경험하는 것도 있고, 몇 가지는 현실상의 여러 가지 이유로 10년 안에 이루어지기 힘든 것 같아 보이기도 하였다. 특히 첨단기술과 제품들을 빨리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과거의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때문인지, 변화를 두려워하고, 오래 전통을 중요시하는 영국 사람들임을 기억할 때, 10년 안에 앞에서 열거된 상황들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종합쇼핑공간의 개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몇몇 유통업체에서 추진되어왔지만, 이렇다 할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요즘 몇 년 사이에 창의적인 문화산업의 세계중심점으로 다시 발돋움한 런던의 중심가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주목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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