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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없는 디자인 - 無印良品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엄마, 아빠의 품에서 자란 나는 대학교 합격과 동시에 처음 서울로 상경했다. 이때부터 나는 비로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허기를 굶지 않기 위해 밥을 해야 하고, 추위에 떨지 않기 위해 옷을 사야 하고, 외로움과 철저하게 싸워야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오버겠지만.. ^^ 하여튼,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에、 이것이 어른이 되는 가장 큰 일이구나 하고 느낀적이 있다.

외로움에 떨기도 했다고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불안감이나 외로움같은 것보다 기대감과 즐거움을 더 만끽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조그마한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일...

이뿐 것을 보면 집에 어디다가 장식할까를 생각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싶으면 나중에 필요하겠지 하는 생각에 지갑을 꺼내어 사고야 말았다. 미대생에 걸맞게 나는 나만의 공간 꾸미기에 여렴이 없었다. 줄자를 재어 맞춤 책상을 주문하고, 인테리어를 위해 의자와 책장의 기능이 동시에 가능한 사각수랍도 맞추었다. 그릇하나에 집안의 색에 맞추고, 심지어 휴지통도 파란뚜껑이 달린 철제 휴지통을 거금을 투자하여 구입했다.

그때 당시 연대근처(독수리다방 옆, 지금은 모 휴대폰대리점)에 생활잡화를 파는 한 브랜드 상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곳은 정말 깔끔하고 심플한 각종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물건들은 철제와 재생지를 소재로 한것들로 가격의 저항감이 없지 않았지만, 모든 생활용품이 통일된 느낌을 주고, 왠지 디자인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그곳에서 조그만한 물건들을 사곤했다. (아직도 집에는 그때 산 빗과 연필꽂이통이 있다.)

일본에 와서 그때 내가 그렇게 자주 가던 연대근처의 그 브랜드가 혹시 無印良品가 아닌가 놀란적이 있다. (無印良品가 초기 한국에 진출했다 실패했다고 했는데.. 정말 같은 브랜드일지도. 정말 상품의 소재나 포장, 로고가 희미한 기억이지만 동일한 것으로 확신한다.) 더 하나 無印良品는 일본에서 거대한 브랜드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無印良品의 상품을 찾고있다는데, 각 동네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無印良品의 점포를 보며 놀란적이 있다.


* 無印良品로고


초기 無印良品은 마크가 없다고 단언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자어를 풀이하면 無印은 印(마크, 심볼)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로고는 영문이랑 한자가 동시에 씌여져있는데 이는 일본어를 영어로 발음하면 MUJIRUSHI가 되어 쓰기에도 발음하기에도 힘들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영문은 앞 2글자만 따서MUJI라고 쓰고 있다. 또한 일본 발음의MUJI역시 無地라는 발음도 동시에 가능한데, 이건 無印良品의 심플한 이미지도 일치되는 것이다.



* 각 제품의 로고들. 無印良品의 고유 색과 굵은 볼드체로 통일되어 있다.


無印良品 점포에 들어가면 옷, 가구, 문구, 각종 생활잡화 뿐만 아니라 빵, 과자까지 없는것이 없다. 의류품이 30%, 식료품(과자와 음료등)이 10%, 생활잡화가 60%를 차지하고 있고, 문구류의 노트는 일본의 1위를 차지하고, 그 외 자전거, 침대의 전국 점유률도 가장 높다.



* 점포내 인테리어. 대형마트의 진열처럼 특별히 좋게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간결하게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고객은 침대에 누워보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보기도 하면서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의류


* 의류잡화


* 각종 가구


* 카펫, 커튼, 커버류의 패턴

* 전자제품


* 식기, 부엌용품


* 청소용품


* 욕실용품

* 화장품


1980년 당시, 상품의 판매가격은 생산회사의해 좌우되었고, 소매점이 마음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즉 <상품이 강한>시대였다. 이러한 속박에서 도망칠수 밖에 없는 소매점의 대명사인 PB(private brand)이 아예, 새로운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제2차 오일쇼크직후, 소비자는 싼 상품을 찾고 있었다. 또한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끝나고 소비자가 <심플> <자원의 활용>등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배경 안에 1980년 12월 <사정이 있기에 싸다>라는 카피와 함께PB의 無印良品가 스타트했다. 현재는 5300품목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나 당시에는 겨우 40품목에 지나지않았다. 식용유등의 식품이 31품목, 세제등의 생활잡화가 9품목, 당초의 無印良品에는 패션의 “패”자도 없는 소박한 브랜드였다.

無印의 컨셉을 만든것은 2002년 세상을 떠난 田中一光와 원セゾン그룹대표로 현재 시인, 작가인 提淸二였다. 당초의 생각은 과증한 포장과 쓸데없는 공정을 생략하는 것으로 코스트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생활자의 시점에서 본 합리적인 생산방법이였다. 물론 그 속에는 자원의 유효이용이나 환경에의 배려라는 의식도 있었다. 쓸데없는 요소를 배제한 결과가 이런 심플한 형태, 자연스러운 색의 지금의 無印良品 디자인으로까지 이르렀다.

쓸데없는 것을 생략하여 코스트의 다운을 추구하는 생활자중심의 상품은 각종 장르와 관계없는 無印良品 공통의 정신이고 현재도 계속해서 無印良品의 3가지의 개발정신(소재의 재점검, 공정의 재점검, 포장의 간결화)은 지속되고 있다. 이 3가지의 정신이 결과적으로 無印良品의 심플함과 네츄럴한 디자인에 연결되었다. 예를 들어, 제품화의 공정과정에는 상품에 의해 여러자기 방법이 있으나, 어떤 상품에도 착색공정이란것은 빠질수 없다. 無印良品는 이런 공정을 다시 바꾸었다. 즉, 안료의 절약, 마무리 생략에 의한 코스트 대폭의 삭감이였다. 기능과 무관계의 착색은 불필요한 것으로, 그 결과 無印良品의 상품은 인공적인 색을 부정하는 소재색이 그대로 살아나는 상품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바퀴벌레약 하나에도100퍼센트 재생지사용하는 無印良品의 심플, 네츄럴의 컨셉은 철저하다. 먼저 고객을 잡기위함이 우선인 번쩍번쩍, 울긋불긋 화려한 색이 뒤덮고 있는 다른 제품과는 분명히 차별된다.


* 제품의 소재는 재생지, 철제, 흰색 플라스틱으로 오히려 통일감과 심플함을 주고 있다.



* 포장역시 재생지와 얇은 비닐커버를 쓰고 있다.


점포안을 돌아다니면, 카테고리에 관계없이 상품의 하나하나가 아주 심플하고 세련되어 있다. 無印良品의 디자인은 뚜렷한 컨셉이 드러남에도 無印良品에는 특별히 전속디자이너가 없고, 어떨때는 외부의 디자이너를 기용하거나 또는 작은 회사에 디자인을 의탁한다고 한다. 여러 사람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고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통일감을 주는 것은 쓸데없는 장식을 배제한 기능, 생활자에 입장에서 보는 無印良品의 디자인 정신이 보통의 디자이너들이 생각하고 있는 <형태는 기능을 따라간다>는 모던디자인의 美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無印良品의 회사소개 카다로그


* 無印良品포스터. 이 포스터는 올해 일본 아트디렉터크럽(ADC)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역시 자연과 심플함을 추구하는 無印良品의 정신을 표현해 준다.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디자인에 관한 하나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디자인이 없는 디자인 -無印良品>

그때는 無印良品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었고, 단지 無印良品 상품만을 보고 생각한 말이였다. 너무나 심플하고 단순한 모양, 색상들의 물건들은 자칫 디자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더 큰 디자인의 컨셉이 숨어있다는 생각에서 이런 말을 칭했었다. 어쩌면 이러한 無印良品의 디자인 정신을 보며 별 지식없이 無印良品를 본 나의 눈이 맞았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디자인이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하는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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