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태리에서 보여지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선물을 사기위해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인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같겠지만 여기 이태리의 경우 로마에 바티칸국이 있어서 크리스마스가 갖는 의미는 어느 나라보다 크다.
연말이 다가오면 여러 채널에서 향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물에 많이 사용되는 향수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각 기업별로 이 시기에 신제품 출시 및 홍보를 위한 전략적 마케팅을 수립해 판매 특수를 위해 노력한다.
이번 연말에 맞춰 많은 향수 업체들이 앞 다투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중에서 디자인적으로 그 특이함이 보이는 제품을 중심으로 새로 출시된 향수병 디자인을 살펴보려 한다.
요즘 이태리 내에서 가장 많은 광고를 하는 제품이라고 하면 EMPORIO ARMANI NIGHT일 것이다. Milla Jovovichi가 출연하는 이 광고는 색채의 사용이 아주 돋 보이는 광고로 ‘ARMANI NIGHT’가 디자인이나 색상에서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제품의 경우 용기 색상을 검정(남성용)과 빨강(여성용)으로 해 색채에서 느끼는 열정과 의문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으며, 향수의 출구 부분이 두 개의 제품이 합쳐졌을 때 보이는 디자인 결합성을 강조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지 마치 사랑하는 두 남녀가 키스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형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디자인적 컨셉은 “Get together in the night”라는 선전문구를 통해 잘 나타내지고 있다.
* ARMANI NIGNT의 지면광고. 모델이 제품과 같은 빨강과 검정색 의상을 입고나와 제품의 이미지를 더욱더 강조하고 있다.
* 사진설명: 남성과 여성제품을 빨강과 검정으로 하여 색채의 대비를 주었으며 향수가 나오는 출구에 있어서도 각각 디자인의 차별화를 주었다.
이 밖에도 눈에 띄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KENZO에서 새로 출시한 ‘AIR’라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이중 포장 기법을 사용해 마치 구름에 쌓인 하늘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아주 특이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자연과 자유에 대한 컨셉은 광고에도 잘 반영돼 어린아이가 맑은 하늘에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맑은 하늘에 KENZO AIR가 나타나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이 제품의 포장디자인을 맞은 Laura de Santillana는 KENZO가 가지고 있는 자연주의와 자유주의를 표현하기 위해 창밖에 비친 맑은 하늘을 형상화해 디자인적 모티브를 잡았다고 한다.
* KENZO에서 출시한 AIR.
* 이중 구조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창을 통해 본 맑은 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BULGARI에서는 기존의 제품과 전혀 다른 형태의 용기 디자인을 가진 ‘OMNIA’를 선보였다. 디자인면에서 이 제품은 일반적으로 향수가 갖고 있던 병 디자인에서 벗어나 두 개의 원이 합쳐지는 형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이 제품이 갖는 형태적 의미는 새로운 공간의 결합과 문화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방문한 후 지속적인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진 것처럼 현재에 있어서 공간의 결합과 무한계의 시각적 표현을 나타내려고 했다. 이 제품은 재료사용에 있어서도 메탈용기가 SAVOIR-FAIR 보석을 둘러싸고 있어 용기가 갖는 고급스러움을 더욱더 강조해 마치 귀금속을 연상시킨다.
* BULGARI에서 새로 출시한 OMNIA.
* 두개의 원이 합쳐진 형태와 재료에 있어서 메탈과 루비를 사용해 제품의 고급스러움이 더욱 강조했다.
이 밖에 GUERLAI에서 새로 출시한 ‘L`INSTANT’, CACHAREL의 ‘AMOR AMOR’, FACO RABANNE ‘POUR ELLE’, AZZARO ‘VISIT FOR MEN’, DIOR ‘HIGHER ENERGY’, DAVIDOFF ‘ECHO’, GIVENCHY ‘POUR HOMMME’ 등이 출시돼 디자인의 우수성과 테마성을 가지고 고객을 상대로 경쟁을 하고 있다.
* AZZARO에서 출시한 VISIT FOR MEN의 지면광고.
* PACO RABANNE에서 출시한 POUR ELLE. 이 제품의 경우 제품중앙에 있는 원형 링이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테마이다. 원형 링은 여성의 배꼽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 GIVENCHY에서 출시한 POUR HOMME. 이 제품의 경우 남자의 사용에 가장 적합하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ARAMIS에서 출시한 ARAMIS LIFE. 이 제품은 테마를 챔피언으로 잡아 어떤 분야에 있어서 항상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품의 홍보 전략으로 잡았다. 광고에 있어서도 테니스 세계 챔피언인 안드레아 아가시를 출연시켜 제품의 홍보성을 높였다.
* DAVIDOFF에서 출시한 ECHO. 금속성의 향수 출구와 자유곡선 형태의 용기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 CACHAREL에서 출시한 AMOR AMOR. 적색의 용기와 금속성 뚜껑이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제품 위에 있는 작은 원형 형태는 사랑의 사과를 의미한다고 한다.
* DIOR에서 출시한 HIGHER ENERGY. 이 제품은 재질에 있어서 투명 녹색 유리를 사용해 제품의 투명성을 더욱 강조하였으며 디자인에 있어서는 도시의 빌딩을 연상시키도록 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나타나는 향수병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테마를 통한 디자인적 모티브를 이용해 타제품과 차별화를 이룬다는 것과 용기 디자인에 있어서 형태의 자유로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일반적 디자인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보다 새로운 스토리나 이슈를 제공해 줌으로써 고객들로 하여금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위한 것이다.
향수의 경우 패션제품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 그 유행성이 빨라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제품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신제품 개발 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당시 소비자의 경향이나 소비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새로운 시도와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디자인이야 말로 향수 병 디자인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이며 디자인적 경쟁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겠다. 요즘과 같이 제품의 품질이 거의 비슷해져 그 우수성을 구분하기 힘들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품의 성격과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포장 디자인이야 말로 제품의 판매율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