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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ctually’에서 찾아본 영국문화와 디자인관련 이야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소식을 전하면서 요즘 들어 자주 화제가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한달 전쯤 개봉된 영화 ‘Love Actually’이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를 앞둔 런던의 모습을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보여준 영국영화인 터라 그런지, 영화보면서 여기 있는 내 생각이 난 모양이다. : ) 작품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 평론가들한테는 혹평을 받았지만, 따스함이 담긴 가벼운 이야기가 그리웠던 일반인에게는 대성공이어서, 역대 영국영화 중 개봉 첫 주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화이야기는 국내리포터란의 최진아님이 미리 영화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셨으니 생략하고, 이 영화 속에 나타난 몇 가지 영국문화와 디자인 관련 정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크리스마스 전쟁

‘Love Actually’는 크리스마스 6주전 런던의 풍경을 시작점으로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벌어지는 10쌍의 커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영화이다. 오후 4시정도 되면 어둑어둑해지고,4시 반에는 깜깜해지는 영국의 기나긴 겨울을 보내는 방법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의 유통 업체들은 크리스마스를 최고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인 기념일이상의, 상업적인 목적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영국의 크리스마스 전쟁(?)은 그 규모와 사회적 반응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하다.

우선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돌입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빠르다. 가을 낙엽이 서서히 지고, 지리상의 특징과 써머타임의 해제 등으로 해지는 시각이 점점 빨라질 때쯤인 10월 중순쯤, 슈퍼마켓에서는 크리스마스 크래커(Cracker : 속에 과자나 초콜렛, 작은 장난감 등이 들어 있으며, 겉 종이는 왕관모양으로 변하여, 크리스마스 만찬 시에 종이왕관을 쓰고 식사하기도 한다. 영국고유의 특이한 크리스마스 용품이라고 생각됨.) 를 팔기 시작하고, 몇몇가게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들을 진열해놓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1월초가 되면, 거의 모든 가게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 놓고, 거리 곳곳에서는 장식등이 설치되어,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풍경이 계속되게 된다.

이 곳 사람들의 유별난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할 때 크리스마스 선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영국 신문 가디언(Guardian)지에 따르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영국인 한 명당 지출하는 평균 소비액이 868파운드(약 160만원정도)정도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에 선물구입에 345.65파운드(약 60만원)가 들어가고 나머지는 식비 114.72파운드(약 20만원), 음료비63.85파운드(약 12만원)에 쓰여지게 된다 하니, 크리스마스 쇼핑을 위한 노력과 정성, 그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짐작할 수 있겠다. 특히 크리스마스 다음날인12월 26일은 복싱데이(boxing day)라 하여, 가족들 이외에도 그 동안 도움 받은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선물박스(box)을 전하는 전통이 있으니, 11월 12월에 런던한복판을 거닐다 보면, 커다란 쇼핑 백들을 몇 개씩 양 옆에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 사진설명 : 고급 식료품점으로 유명한 포츠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의 크리스마스 크래커


2. 웨이트로즈(Waitrose) 슈퍼마켓

‘Love Actually’ 중반부를 보다 보면, 영국 수상의 누나로 나오는 카렌(엠마 톰슨)이 슈퍼마켓에서 사온 음식들을 부엌에서 정리하면서, 남편인 해리(알란 릭만)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등장하는 슈퍼마켓 봉지(^^)가 바로 웨이트로즈 봉지이다. 전에 소개한 ‘이노센트’ 음료처럼 웨이트로즈 슈퍼마켓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라, 영화내용상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숨은 그림을 찾은 기분이 들어 두고두고 인상에 남았다.

웨이트로즈는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점 중 하나이다. 전체 매출1,2위는 테스코(Tesco)와 세인즈베리(Sainsbury’s)등의 정말 대규모의 그룹들인 반면, 웨이트로즈는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영국의 중 상류층이 가장 선호하는 슈퍼마켓이다. 웨이트로즈의 특징으로는 특이한 회사구조를 들 수 있는데,주주에 의해 운영되는 일반 슈퍼마켓 체인점과 달리, 모회사인 존 루이스 파트너쉽(John Lewis Partnership)에서 일하는 전 사원들이 전체 회사 수익을 분배하여 갖는 파트너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웨이트로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회사관련 사항들을 개인의 일처럼 애정을 가지고 일하게 되고, 그에 따른 결과로 존 루이스 파트너쉽은 설립이래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쌓고 있다.

고용자의 이익을 위하여 불공정거래를 할 필요가 없는 깨끗한 회사구조가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이는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공급을 가능하게 해 주어, 웨이트로즈에서 판매되는 어떤 식료품이든지 신선하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최저가격을 경쟁력으로 하는 여느 슈퍼마켓 체인처럼 이코노미 제품(economy product : 학생들이나 서민들을 타켓으로 하는 아주 저렴한 제품군)들 보다는 비싸지만,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는 저렴하고, 유기농산물 등의 양질의 식료품 등을 다양하게 판매하여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한 왕실에도 오랫동안 식료품을 공급하여 왕실 인증(Royal Warrant)을 갖고 있기도 하니,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준다.

웨이트로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여러 곳곳에서 일관되게 보여진다. 핵심 색상인 진녹색과 베이지를 주요 색상으로 한 각 체인점의 깔끔한 인테리어 디자인도 인상적이지만, 매달 회원들에게 무료로 발행되는 음식과 건강, 생활관련 웨이트로즈 잡지는, 시중의 여느 음식관련 잡지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잘 정리된 기사와 레이아웃 디자인,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재활용 차원에서 기획된 (Bags for life)쇼핑 백, 계산대 벽면에 전시된 사진들 또한 예술작품 수준이어서, 기회만 된다면 띄어다가 집에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 사진설명 : 웨이트로즈 로고와 슈퍼마켓 전경과 분주한 내부 모습


* 사진설명 : 슈퍼마켓 한켠에 걸려있는 홍보사진들

3. 런던의 건축들

최근 몇 년 사이에 런던을 방문한 사람들은 발견했겠지만, 건물하나 짓는데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오래 걸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런던의 풍경은 많이 변하고 있다. 우선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세워진 영국항공사(British Airways)의 대관람차 런던아이(London Eye)가 템즈 강 한복판에 거대하게 들어서서 랜드마크(Landmark)의 역할을 당당히 하고있고, 역시 밀레니엄을 기념하며 지어진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가 강의 남북을 가로지르며, 세인트 폴 성당과 테이트 모던 뮤지엄을 연결한다.






* 사진설명 : 런던 아이의 모습과, 그 위에서 내려다본 런던의 서쪽(West end)과 동쪽(East end). 서쪽에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의 고건물들이 보이는 반면, 동쪽에는 고층빌딩등과 공사중임을 보여주는 크레인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Love Actually’에서도 런던 전망이 몇 차례 보여졌는데,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런던의 중심에 해당하는 서쪽(Westend)의 비교적 낮은 고건물들과, 동쪽에 해당하는 씨티(City)지역과 카나리 워프(Canary Warf) 지역의 고층 현대 건축물의 대조이다. 한때는 버려진 땅이었던 런던의 동쪽지역은 현재는 금융, 법조계통의 전문직종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어, 앞으로도 계속 개발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을 디자인한 리차드 로저스의 로이드 빌딩이나 노먼 포스터의 스위스 RE 빌딩 등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세인트 폴 성당 같은 역사적인 건물과 함께 런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로 자리잡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현대건축물들이 런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설명 : 리차드 로저스의 로이드 빌딩


* 사진설명 : 노먼 포스터의 스위스 RE 건물



4. 월리스 시월(wallace+Sewell)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졸업생이었던 해리엇 월리스-존스(Harriet Wallace-Jones)와 엠마 시월(Emma Sewell)은 새로운 직조기법을 개발하여,이를 목도리와 소파 쿠션 같은 인테리어 제품을 만드는 데 적용하는 월리스 시월(Wallace +Sewell)이라는 디자인 스투디오를 만들었다.




* 사진설명 : 월리스 시월 디자인 스투디오 모습과 제품들, ‘Love Actually’에 나온 사진을 진열해 놓은 모습. 왼쪽 중간 부분의 사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월리스 시월 목도리을 찍은 것이랍니다.: )



월리스 시월은 사실 그다지 대중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다. 그러나,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학교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일을 사업화 시킨 스투디오 형식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작은 디자인 스투디오들의 제품은 리버티(Liberty) 백화점 등의 유명브랜드제품의 일괄적인 공급보다는 장인정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예술작품의 개념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들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들의 가게 및 작업실에 가면, 엠마 톰슨이 영화에서 착용한 머플러가 전시되어 있다.

5. Selfridges 백화점

영화 중반부를 지날 무렵, 광고에이전시의 매니저로 있는 해리(알란 릭만)와 그의 아내 카렌(엠마 톰슨)은 함께 만나 크리스마스 쇼핑에 나서게 된다. 회사 비서의 유혹에 은근히 끌리는 해리는,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선물할 목걸이 팬던트를 고르느라 고생하게 되는데, 이때 이들의 쇼핑장소는 바로 ‘셀프리지(Selfridge’s) 백화점이다. 화려한 장식과 전통을 자랑하는 해로즈 백화점과 함께, 셀프리지는 영국 대중에게 가장 사랑 받는 백화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설명 : 런던 옥스포드 스트리트에 있는 셀프리지 백화점 전경과 노란색 셀프리지 쇼핑백을 들고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거리풍경, 셀프리지 로고


셀프리지 백화점은 십여 년 전만해도, 지루한 종합쇼핑센터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이 같은 명성을 갖게 된 것은, 지금은 막스앤스팬서(Marks & Spencer)사로 그야말로 고액의 제의를 받고 스카우트된 이탈리아 디자인 매니저 빅토리오 래디치(Vittorio Radice)의 업적이라고 한다.

보수적인 영국에서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누드 사진촬영 이벤트 같은 갖가지 아트전시회, 이벤트를 치루면서 셀프리지는 점점 실험적인 현대 쇼핑장소의 모습을 갖추어갔다. 매번 여러 가지 테마로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쇼윈도우를 이용한 전시회 또한 셀프리지의 종합예술 공간화를 지향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지난번 런던 디자인 축제 때에도, 쇼윈도우에 촉망 받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투표하도록 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미키 마우스의 75주년 탄생을 기념하여 의상,신발디자이너등 여러 분야의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미키 마우스를 접속시킨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 사진설명 : 셀프리지 백화점 내부에서 열린 일반인들의 나체모습을 찍은 사진이벤트

특히 올 가을에 완공된, 디자인 회사인 퓨처시스템(Future system)의 작품인 셀프리지 버밍험 지점의 혁신적인 건축디자인은 각종 매스컴의 집중을 받기도 했다. 은색의 유기형상을 띄는 셀프리지 건물은, 이미 버밍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어, 사람들이 사진배경으로 많이 이용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 사진설명 : 이번에 개장한 셀프리지 버밍험지점


6. 미국에 대한 경쟁의식

극 중에서 영국 수상으로 나오는 휴 그랜트는, 미국대통령의 영국방문당시 동시연설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영국 국민들의 환성을 받았다. 영화는 그보다 오래 전에 제작되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기 며칠 전에 실제 조지 부시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던 터라, 이 장면을 보면서 실제상황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일랜드와의 종교적 정치적 갈등으로 IRA의 테러위협을 항상 느끼고 있던 영국은, 특히 9.11 사건과 영국군의 이라크 파병 등으로 하루건너 한번씩 뉴스에서 테러관련 경고를 하고 있다. 영국의 일반인들의 반전시위 또한 대단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조지 부시미국대통령의 영국방문은, 언론의 표현에 의하면 ‘가장 반갑지 않은 손님의 초대 받지 않은 방문’이 된 것이다. 엄청난 경호 속에서 이루어진 동시연설에서, 실제 영국 수상인 토니 블레어는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못해보고, 미국대통령을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실제 모습을 보고서 이 영화를 보니, 영국인들이 미국이란 나라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크리스마스도 지나갈 것이고, 다시 춥고 어두운 겨울이 되돌아 올 테니 이제는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2탄을 기다리며 지내야 할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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