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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1 : Mido café

Mido Café (美都餐室)

예술이 발달한 도시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유서 깊은 카페가 하나씩 있기 마련입니다. 홍콩에는 Mido Café가 아마도 예술가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카페일 것입니다. 홍콩 아트 디렉터들의 사랑을 받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곳에서 촬영이 되었고 카페 벽 곳곳에서는 이곳을 찾은 배우들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 이어 소개해 드릴 Stella So의 일러스트 속에서도 이 찻집이 등장합니다. 또한, 홍콩 건축 센터(Hong Kong Architecture Centre)에서 2005년에 발표한 이라는 논문의 주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카페라고 기대를 했다면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실망할 것입니다. 그저 오래되고 낡았을 뿐 특별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청킹 맨션 만만치 않게 허름한 이 카페의 무엇이 이곳을 유명하게 만들었을까요?
 
 
식민지가 낳은 문화, 차찬텡
 
1950-60년대 홍콩에서는 식사를 제공하는 카페가 유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제조업 붐이 일기 시작하였고 노동자들은 싼 가격에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 함박 스테이크가 들어온 때처럼 홍콩 스타일로 개량된 ‘웨스턴 푸드’가 일종의 세련된 메뉴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랜 영국의 지배로 서양의 음식에 익숙해졌지만 영국인들이 이용하는 고급 레스토랑은 부담스러웠던 노동계층을 타깃으로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이 생겨났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된 Mido Cafe
 
프랜치 토스트와 스파게티, 완탕면을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으면서 주머니가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점이었습니다. 스파게티, 스테이크 같은 음식들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홍콩식 소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퓨전 로컬 푸드로 재탄생 하였습니다. 커피와 홍차를 4:6으로 섞은 원양차, 그리고 생강을 넣고 끓인 콜라와 같은 기상천외한 음료들이 발명되었습니다.
 
 
Holy Place No.1
 
식민지 풍 타일. 앤틱한 계산대. 100년 동안 서비스했을 찻잔. 바깥으로 시원하게 뚫린 녹색 창문. 그리고 그 옆 명당자리라는 딱딱한 소파석.
 
1950년 설계할 당시 이미 이 5층 건물의 3층을 카페 용으로 임대한 상태여서 식당이 들어설 것을 고려해 일반 빌딩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어진 카페의 2층이 다른 카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업 이래 반세기의 시간 동안 처음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려 애써온 주인덕분에 이 곳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평면도 <Cha-Chan-Teng Workship, 2005(Hong Kong Architecture Centre)>
 
1층은 홍콩의 여느 로컬 식당처럼 밖으로 오픈 되어 길가에 테이블을 놓고 노천 식당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1층이 번잡한 주변 환경과 어울려 있는데 반해, 2층은 길 건너의 반얀트리 녹음이 시야에 들어오며 머리위로 느릿하게 돌아가는 실링 팬처럼 여유롭고 한적한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링 팬과 선풍기만이 있어 이 창이 항상 열려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에어컨을 설치해서 그런 모습은 구경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대신 지금은 낡은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이 맑은 날에도 비가 오는 듯한 운치 있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창을 통해서 틴하우 사원과 노인들이 체조와 수다를 떠는 공원, 그리고 미도 카페보다도 나이를 먹었을 법한 반얀 트리가 보이면서 카페 안에 따사로운 햇살을 가져옵니다.
 

(다음 장에 계속)

 
 
식민지 시대 주 인테리어 소품이었던 정사각형 타일. 한국 사람들에겐 카페 전체에서 어딘가 화장실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위)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다른 건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로, 건물을 지을때 처음부터 카페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결과. (아래) 계단을 배경으로 찍은 화보.
 
 
Mido Cafe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Mido Café는 1950년 개업한 이래 2대에 걸쳐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는 홍콩의 전통 있는 차찬텡입니다. 이곳에 손님이 끊이지 않고 점점 더 유명해진 진짜 이유는 50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맛입니다.
 
메뉴판 빼곡히 메뉴들이 적혀있지만 이 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유명한 음식은 마실거리로는 원앙차와 홍콩식 팥빙수입니다. 원앙차(鴛鴦茶)는 홍차와 커피를 6대 4로 섞은 차입니다. 홍콩에서만 마실 수 있는 이 차는 커피와 홍차를 섞는다는 기발한 발상 때문에 서양사람들은 기겁을 하지만 퓨전의 도시 홍콩에서는 꽤나 대중적인 음료입니다. 홍콩식 팥빙수는 우유 반, 팥 반으로 얼음을 동동 띄운 음료수입니다. 여기에 버터와 시럽이 잔뜩 들어간 홍콩식 프랜치 토스트가 이 곳의 단골 메뉴입니다.
 
 
옛날식 수동 계산기.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 데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다음 장에 계속)

 
Mido Cafe의 프랜치 토스토와 원앙차와 함께 우유 광고를 싣은 광고판.
 
 
에어컨이 없던 시절, 더위를 식혀주던 유일한 기구, 실링 팬.
 
 
 
Mido Cafe와 함께 세월을 함께한 Black & White라는 우유회사의 광고. 광고판 뿐 아니라 메뉴판, 커피잔 등에서도 볼 수 있다.
 
 
Mido Cafe의 명함.
 
 
안타깝게도 홍콩 정부의 도로 공사 계획에 의해 이 건물과 함께 이 곳 Mido Café 또한 머지않아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Mido Café 뿐 아니라 100년이 넘은 버스터미널과 같은 홍콩 시민들의 추억이 가득한 장소가 하나 둘씩 사라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Mido Café 에서 우연히 합석한 홍콩 청년의 말에 의하면 시민들이 공사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공사를 중단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기억들을 안타까워하는 아티스트 Stella So가 기록하는 홍콩의 모습을 소개할까 합니다.


Tag
#홍콩 #Mido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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