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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이미지 - 한국산 진로, 일본산DHC


유명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청바지는 작업용 바지였던것이 물을 건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젊은이들의 상징으로, 때로는 비싼 가격에 팔리는 고급품이 되었다. 제품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 또는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이미지에 의해 아주 고가의 제품 혹은 저가의 제품, 가격에 맞는 제품, 좋은 제품 아니면 택도 안되는 제품이 되곤 한다. 보통은 시장환경과 그 사회의 경제배경에 따라 이러한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되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회사들이 제품을 포지셔닝할때부터 대표이미지를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어 이것저것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밀어넣기도 한다.

이럴때 보통 광고와 같은 마케팅수단을 이용하는데, 나자신도 이렇게 말도 안되는 제품을 아주 말이 되는 제품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다는 데에 매력을 느껴 광고를 시작한 만큼, 이러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은 가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니, 딱 잘라 마케팅이라든지 또는 광고라든지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無의 이미지를 어떠한 有의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수법들이 좀더 교묘하게, 광범위하게, 또한 다양해져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건 가까운 한국과 일본의 두 나라만 비교해봐도 충분히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좋다고 알려져있는 제품이 여기서는 그럭저럭 팔리는 제품으로, 일본에서는 고급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제품이 사실 알고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보통의 서민적인 제품이라든지.. 비행기로 2시간 남짓한 거리의 두 나라가 정말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품의 이미지가 이렇게 다르게 알려져 있는것은, 그래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힘은 강하다”고 할뿐 표현 할 길이 없다.

오늘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기 다른 이미지로 포지셔닝되고 있는 제품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가고 있는 마케팅, 광고, 디자인의 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일본의 고급 소주 - 진로

(앞서 언급하지만, 여기에서의 소주는 안동소주와 같은 특산품 소주가 아니라, 우리가 즐겨 마시는 브랜드소주를 의미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시 늘어놓자면, 누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언니는 족발이나 닭발 안주에 소주 같은 것 못먹을것 같아요.” 근데, 나랑 데이트를 해본 정말 손에 꼽히는 몇 분(?)은 아시겠지만, 나에게 1차는 무조건 감자탕,삽겹살에 소주뿐이다. 사실, 소주를 그냥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소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은 아주 평범하게 부담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어려움과 기쁨을 같이 나눌수 있는 것으로 통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의 소주의 이미지다. 물론, 소주가 다른 맥주나 양주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소주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우리나라에선 서민적이란 느낌이 큰 터라 이젠 더이상 소주에 몇배의 가격을 매길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일본에 와서 놀란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서민적인 이미지를 갖는 소주가 양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잭다니얼 375ml가 1800엔이면 진로는 700ml에 800엔정도. 이는 일본 일반소주가 900ml 600엔가량 하는것을 생각해도 가히 싼 편에 속하지는 않는다. 이는 진로가 처음 일본에 진출할때부터 고급화를 추진했다는 설이 가장 강하다. 신문기사를 인용하자면, <자칫 안이해지기 쉽던 상황에서 진로는 처음부터 시장 전략을 ‘고가격 정책'으로 선정한 뒤 꾸준히 밀고 나갔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산 제품을 싼 가격에서 전시, 판매하는 행사에 출품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한 것이 훌륭한 예다..>라고 진로의 일본성공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는 진로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일본성공기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가격 저항을 없앨수 있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진로의 마케팅 전략이 젊은 사람들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저씨가 구멍가게에 들러 어슬렁거리며 소주를 사는 이미지가 있는데 일본에서의 진로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소주로 포지셔닝되어 있다.


* 일본진로 공식 사이트. Let’s JINRO가 공식 슬로건으로, 젊은 외국인을 모델로 하고 있다.

젊은이를 타겟으로 한 것은 광고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래의 광고는 작년 소비자가 뽑은 광고베스트10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는 JINRO라고 외치는 경쾌한 음악과 진로를 손에 들고 흔드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주었다는 증거이다.


* 진로 광고-1.
http://www.jinro.co.jp/jinro/rm/video_cm_11.rm
늦은 퇴근 시간, 한 사람이 건물안을 바라보고 있다. 건물안 사무실은 진로를 흔들고 사람들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 진로 광고-2
http://www.jinro.co.jp/jinro/rm/video_cm_09.rm
어느 파티장의 모습. 창문너머 많은 사람들이 진로를 들고 춤을 추고 있다.


정말 일본에서의 진로는 고급 칵테일 소주류에 속한다. 물론, 진로 자체가 일본에서 고가격정책을 추진했다고해서 무조건 진로가 고급화된 이미지를 가질수는 없다. 이것은 일본의 음주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주에 콜라를 타서 마시는 것처럼, 일본의 대부분 사람들은 술이 약해서 그런지, 소주에 물을 타거나 과일 액기스를 첨가하여 칵테일화해서 마시는 경향이 있다. 젊은 사람들의 술문화에 진로는 칵테일에 적합한 술로 포지셔닝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일본 진로의 공식사이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사이트 내에서 투표를 통하여 칵테일 순위를 매기고 있다. 또한 순위를 클릭하면, 칵테일 제조법의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 진로를 맛있게 마시는 칵테일순위.
1위는 물을 타서, 2위는 오이소주, 3위는 녹차소주, 4위는 후르츠 소주, 5위는 복숭아 주스 칵테일, 6위는 유산균음료를 타서, 7위는 라임과 얼음 칵테일, 8위는 우롱차를 타서, 9위는 파인애플주스 칵테일, 10위는 스트레이트


* 이러한 진로와 칵테일의 만남은 레몬을 첨가한 진로캔의 탄생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레몬소주??. 그러나 알콜 도수는 7도에 밖에 안된다.


최근 참이슬이 일본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진로는 어느정도 한국과 비슷한 로고와 타이포를 쓰고 있으나, 참이슬은 하얀병에 영문 타이포, 한국과 전혀 다른 디자인을 보여준다


* 일본참이슬



2. 평범한 화장품 - DHC

작년 여름인가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가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다. 여자들끼리 만나게 되면, 나누는 얘기가 남자친구 흉보기.. 누구누구 결혼얘기… 어디가 성형수술 잘한다더라..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더라.. 등등 맥주 한잔씩 시켜놓고 3시간째 얘기하다.. 자연스럽게 화장품 얘기가 화제거리로 등장했다.
그 때 한 친구가..

“일본에 DHC란 화장품이 있다는데.. 어떤 화장품이야??”라고 물어봤다.

그 뒤, 친구들에게 한국에서의 DHC에 관한 포지셔닝이 어떠한지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희선이 광고모델 한다더라.. 일본에서는 판매1위를 한다고 광고하더라.. 샘플을 많이 나눠주고 있다더라.. 가격도 꽤나 한다더라 등등. 클렌징오일이란 제품군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DHC화장품이 꽤 매력있는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일본에서의 DHC는 어떠한 제품일까?

자세한 이야기를 펼치려면 먼저 일본의 화장품업계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시세이도, 코세, 가네보등이 큰 화장품브랜드로 자칫 이들 화장품은 꽤 비싼것으로 인식되기 쉬우나, 화장품할인점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의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부분 고가브랜드와 저가브랜드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세이도의 화장품을 공항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사려면 4000엔을 휠씬 뛰어넘는다. (공항면세점에서 잠시 살펴 본 적이 있는데, 샤넬이나 랑콤보다 더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일본의 할인매장에 가면 시세이도 스킨, 로션 하나를 1000엔이 안 되는 돈으로 살 수 있다. 물론, 브랜드에 따라 그 차이가 있겠지만, 중간가격대의 화장품이 없고 아예 비싸화장품, 싼 화장품으로 나눠진 것이 일본의 화장품 구조의 특징이다.

DHC의 경우, 시세이도나 가네보, 코세에 비하면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다. 대부분이 1000엔에서 2000엔 정도로, 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한달 분의 비타민제와 건강보조식품은 몇백엔으로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수 있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저가 취급을 받는 화장품이 한국에서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고가와 저가의 차이는 같은 제품의 가격을 통해 비교가능하다. 한국의 DHC스베스베세트는 클린징제품으로써는 꽤 비싼편인 85000원이나 한다. 이와 똑같은 제품이 일본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7500엔으로 이름도 스베스베세트로 같다. 그러나 가격은 한국이 훨씬 비싸다. 일본의 물가가 한국의 2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의DHC는 꽤 고가의 제품으로 포지셔닝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 한국 스베스베세트와 일본스베스베세트


광고를 살펴보더라도, 이미지면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한국은 김희선과 지진희라는 톱모델전략을 쓰고 있다. 톱모델을 내세운 만큼 분위기도 세련되고 깔끔하다. 또한 <일본 통판1위DHC>를 강조, 일본의 다른 고급화장품에서 차용(?)한 고급이미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저가를 내세운 가격광고와 <통판 화장품NO.1>을 컨셉으로 한 광고가 주를 이룬다. NO.1도NO.1이긴 한데.. “이것이 좋았다 설문조사 1위”, “소비자 평가가 좋은 1위”, ”지금 가지고 싶은 화장품 1위” 이런것들이다.


* 저가를 컨셉으로한 DHC광고


* <통판 화장품NO.1>을 컨셉으로 한DHC광고


그럼, 한국의 광고에서 눈길을 끄는 <일본 통판 1위 DHC>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통판1위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판이라고 하면.. 전화나 인터넷등을 이용하는 통신판매의 줄임말이다. DHC는 일본의 일반 화장품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 볼수 없는 제품이다. 만약 내가 DHC를 구입하고 싶으면,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제품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통신판매에서 1위를 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오해가 있을까봐 밝혀둔다. 나역시 DHC클렌징 오일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제품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 DHC에 대해 나쁜 감정이나 좋지 않는 이미지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밝혀둔다. (혹시, DHC관계자 분이 이 글을 보고 기분나빠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두 제품 모두 가격전략, 광고전략에 따른 철저한 이미지 전략에 따라 각 나라의 소비자의 인식속에 각기 다른 제품으로 포지셔닝을 형성했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각 나라의 산업구조와 소비자의 행동특성, 심리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이것은 글로벌기업의 마케팅전략으로써의 디자인, 광고가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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