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건축디자인 경향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네덜란드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과 정책들이 필요할 것 같다. 간단히 언급하자면, 네덜란드의 주요도시들은 모두 건축디자인 방향이 다른 건축디자인 정책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새로운 건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암스테르담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부산의 본보기가 되어주었던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은 이차세계대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 옛건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도시이다. 그래서 로테르담시 정책사안으로 아주 기하학적이고 비전형적인 건축물을 세우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행정수도인 헤이그는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의 중간 건축정책을 가지고 새로운 건축물과 전통적인 건물축이 모두 공존하고 있는 도시이다.
내가 살고있는 암스테르담은 집을 수리하거나 다시 만들때에도 건물의 파사드는 그대로 남겨두고 파사드를 제외한 나머지 내부를 완전히 부셔서 다시 만들거나, 집안의 뼈대는 그대로 살려두고 난방등의 시설과 인테리어만을 리노베이션하기도 한다. 내가 암스테르담에 처음으로 살았던 집은 학교기숙사아파트의 스튜디오였다. 암스테르담 센트럴의 여느 집처럼 그 건물 역시 지은지 100년이 넘는 집이였지만, 건물의 파사드와 뼈대는 남겨두고 다시 공사를 했었다고 한다. 이 곳 암스테르담에서는 100년된 가옥은 암스테르담 평균의 수명을 가진 가옥으로 여겨질 정도로 산재해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가옥은 이 곳에서는 새집이다.
기후가 온화한 남유럽과는 달리 비가 많이 내리는 네덜란드에서는 지붕에 압력을 주는 눈이나 비를 피하고 견디기위해서 지붕의 경사가 가파르게 디자인되었으며, 전통적인 네덜란드 방식은 가파른 박공을 전면으로 보이고 선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 구조의 가옥들은 암스테르담이나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네덜란드의 마을들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예전 내가 살던 학교기숙사 근처이다.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이렇게 커넬이 지나가는 전형적인 암스테르담의 거주지역이다.
네덜란드의 인테리어 디자인의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본다면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첫 번째로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안락함과 편안함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네덜란드의 인테리어를 비롯한 전반적인 이 나라의 특성과 분위기를 말해준다. 또한 다음 시간에 소개할 대표적인 네덜란드의 droog design도 이러한 네덜란드 고유의 특성을 잘 살려서 만들어진 디자인정신이기도 하다.
암스테르담의 가정집들은 내가 세를 빌려 사는 집이건 아니면 집주인이건간에 아주 적은 비용으로 안락하고 심플하고 편안한 인테리어를 디자인했다. 거대한 리노베이션이나, 화려한 데코레이션 대신에, 벽의 색칠을 다시 해본다던가 저렴한 가구를 들여놓는다던가 직접 집수리를 한다던가 하는 아주 경제적이고 절약적인 접근방법으로 인테리어를 한다.
* 요즘 전형적인 네덜란드 인테리어의 한 디스플레이이다.
* HEMA. 저렴한 데코레이션 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두 번째 특징은 집안에 아주 많은, 우리가 보기에는 좀 도가 지나친 화분들과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는 점이다. 청교도의 영향을 받은 이 곳 암스테르담은 파리나 로마에서 볼 수 있는 로코코스타일의 화려한 장식요소보다 화분들과 식물들로 단아하게 꾸며놓는다.
세 번째 특징이라면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계단을 들 수 있다. 발길이이 반밖에 안되는 계단 폭, 엄청나게 가파른 계단이 특징 예전 좁은 땅에 집짓던 버릇때문에 생겨난 습관. 그런데 요즘 새로 짓는 큰 건물들도 이 곳 전통구조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대체로 계단이 가파르다. 바닥을 보면 카펫을 깔아 놓은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 과거에 창문의 크기와 계단수에 따라 세금을 내던 건축양식에 따라 오늘날처럼 용도에 따라 창문의 위치와 크기를 정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보기에 규칙적이고 일률적으로 보이도록 지었다.
* 예전에 네덜란드는 집의 앞폭이 넓을수록 세금이 높아져서 다들 집 폭이 좁고 안으로 길다고 한다. 또한 창문의 길이와 커튼의 길이, 심지어 계단의 갯수가 많아질수록 세금이 올라가서 이러한 도시풍경이 되었다. 차 한대의 폭도 안되는 집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