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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of Design

조용할것 같은 2월 한달 동안 일본에는 많은 일들이 오고 갔다. 매일 터지는 조류독감과 크고작은 사건들. 서민들의 최고 한끼 식사였던 규동이 사라지고, 기므라타쿠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주제곡으로 연 4주째 Queen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나도 이러한 일본에 이리저리 영향을 받으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연일 터지는 조류독감으로 닭구경은 해보지도 못하고 있고, 정말 값싸고 맛나게 먹던 규동이 사라지는 날 나도 긴 줄을 서서 마지막의 규동을 맛보았다. 슈퍼전단지를 보며 겨울 나기 쇼핑물건을 체크하고, 난방비가 너무 비싸 다른 것이라도 조금 아껴보겠다고 전기불을 켜지 않은채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2월달 한달 내내 한국말을 거의 써보지 않은 것 같다. 내 주위의 유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다들 한국으로 떠났고, 그 나마 한국어로 자유롭게 써대던 여기 리포터마저 쉬었으니 말이다. 가끔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본생활속에 새롭고 신기한 디자인이라도 발견하게 될때는 내가 정말 일본에 오길 잘 했다고 생각을 한다.

최근에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 한권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이 책은 개인적으로도 큰 감동(?)을 안겨주었지만, 몇 달째 디자인분야에서도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도서명 - Design of Design
저 자 - Kenya hara

* Design of Design 책 표지.
깨끗한 흰 바탕에 책 제목과 저자만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극도의 심플함와 적절한 타이포를 통해 저자의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 저자 原 研哉 Kenya hara


현재 일본디자인센터 대표이자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인 그래픽디자이너 原 研哉Kenya hara가 이 책의 저자로 그는 디자인을 아주 생활속에 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저자가 느끼고 있는 디자인에 관한 크고작은 생각을 자신들이 참여했던 디자인작업과 함께 기술하고 있다.

제 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1장에서는 정의 내리기 힘든 디자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디자인의 발생을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서 경제적 활동의 과정에서 탄생되었다고 언급하면서 시대에 따른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적절한 물건이나 환경을 재탄생시켜 생활속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초기 디자인의 역할이였다. 새로운 시대의 발생에 따른 아픔과 함께 그 당시의 사상과 감성을 발견하는 시기에 등장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따라서 “종합적 인간학”, “종합조형과학”안에 속한다.

20세기 후반의 세계는 “경제”를 주요한 동력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은 “품질”, “신기성”, “아이덴티티”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써 점점 큰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디자인은 테크놀로지가 주는 “신기한 모습”을 사회에 프레젠테이션하는 역할을 짊어지고 있으며, 그것에 왜곡을 부가하고 있다. “현재 또는 어제의 물건을 옛것으로 만든다”에 힘을 쏟고 있는 디자인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눌러, 너무나 제 값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디자인이 이제 겨우 눈을 뜨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성이 아니다. 익숙한 것을 재발견하는 감성도 창조성에 속한다. 평범하게 보이는 생활의 틈에서 조용히 놀랄 수 있게 하는 발상을 하나하나씩 만들어 내는 창조성 그 자체가 디자인이라 강조하며, 강한 비쥬얼 뿐만아니라 오감을 조용히 침투시키는 디자인이 인간과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한다고 한다.

“생활속의 재발견”이라는 디자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는 2장을 통해 구체적인 예를 선보인다.

제 2장 Re-design, 일상의 21세기

저자인 原 &#30740;哉Kenya hara가 일본 유명 건축가, 디자이너 32명에게 일상품을 새롭게 디자인 해 줄것을 제안하여 열린전시가 2000년 4월 <Re-design, 일상의 21세기>전시이다.

건축가 坂 茂 BAN. Shigeru는 화장실 휴지를 4각의 형태로 디자인 한다. 모두 한번쯤 한번 돌린 휴지가 너무나 많이 나와 곤란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4각은 휴지를 뽑을때 저항을 주기때문에 필요한 양만큼 얻게 해 준다. 또한 휴지의 원과 원 모양으로 생긴 틈을 없애기 때문에 공간활용도 편하다. 이렇게 조금만 시각을 달리 생각하면 편하고 기발한 디자인이 탄생가능하다.


* 坂 茂 BAN. Shigeru의 휴지를 비쥬얼로 한 Re-design 전시 포스터


광고디렉터이자 영화감독 인 佐藤 雅彦 Masahiko SATO은 출입국도장을 테마로 디자인한다. 출입국도장은 그 나라를 방문해서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인상이자 두고두고 여권에 남는 기념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Masahiko SATO는 도장을 비행기모양으로 디자인하여, 입국자는 왼편으로 향한 비행기를, 출입자는 오른편으로 향한 비행기를 받는다.

건축가인 &#38536;&#30740;吾Kengo Kuma는 부엌의 전체 분위기를 고려한 투명 롤 형태의 바퀴벌레접착제, 조명 디자이너인 面出 &#34219;Kaoru Mende는 나무 재질을 그대로 살린 나무모양의 성냥, 일전 핸드폰INFOBAR로 소개한 적이 있는 프로덕트디자이너 深澤直人 Naoto Fukasawa는 사람모양을 한 티백을 디자인했다.

이 전시는 지금 해외에 순회전을 계속하며 세계 각지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책에는 이 전시가 서울에서도 열린 예정이라고 적혀 있으나, 언제 서울에서 열릴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제 3장 정보의 건축이라는 생각

저자는 최근 넘쳐나고 있는 “정보”를 건축화(도식화)하여 설명한다. 정보처리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감각(오감)을 통해 이루어져 머리속에서 정리한다고 한다. 또한 병원의 사인을 예로 들면서 오감중 촉감과 디자인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 저자가 디자인한 병원의 사인.
천으로 만든 이 사인은 언제나 세탁이 가능하다. 흰색이 자칫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눈에 띄게 하긴 하지만, 오히려 이것 때문에 병원이라는 위생적인 이미지와 흰색의 고급레스토랑 테이블과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병원(이 병원은 산부인과가 중심)의 손님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감촉을 전한다고 한다.


제 4장 아무것도 없는 것이 전부 있는 것이다.

저자는 돌아가신 田中一光의 뒤를 이어, 예전 소개한 적이 있는 無印良品 디자인의 리뉴얼을 맡고 있다. 無印良品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저자는 無印良品를 세계화시키기 위해 [EMPTINESS]을 컨셉으로 한 광고를 전개한다.

일본 국기의 빨간동그라미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경험이나 주위 환경에 의해 달리 해석된다. 無印良品의 광고 컨셉 [EMPTINESS]도 광고를 보는 사람이 無印良品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의도된다.

無印良品에 대해 잠재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으며, 그 이유는 각기 다르다. 광고는 無印良品의 한 장점만을 밝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전부 집어 넣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無印良品는 광고카피나 특별한 메세지가 필요없다. 無印良品라는 로고타입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

* 저자는 사진가 藤井 保 Tamotsu Fujii와 함께, 이 지평선을 찾아다닌 로케 뒷 이야기도 재미있게 언급한다.

제 5장 욕망의 에듀케이션

5장에서는 글로벌 경제활동속에 속한 디자인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소비자와의 관계를 저자의 날카로운 관점으로 집어내고 있다.

현재, 시장에 있는 고객의 욕망이나 희구는 마케팅에 의해 정밀하게 스캔되어 있다. 스캔이란 단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한 것은, 대상이 되는 것을 일률적으로 정밀하게 읽어내는 스캐닝 작업과 소비자의 실체를 정밀하게 조사하는 시장조사와는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현재 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자동차는 “일본인의 자동차에 대한 욕망”을 몇번이고 몇번이나 스캐닝을 계속하면서 나온 결과가 제품으로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좋든 아니든, 일본 자동차는 일본인의 자동차에 대한 욕망의 수준 그 자체를 나타낸다. 한 제품은 그 시장의 의식을 반영하고 욕망의 수준,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센스가 없는 나라에서는 센스가 나쁜 상품이 만들어지고 그 나라에는 잘 팔린다. 하지만 센스가 좋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센스가 좋은 제품이자 다른 나라에서도 팔린다. 센스가 없는 나라의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상품에 자극을 가해 눈을 깨우고 나아가 더 큰 욕망을 심는다.

저자는 글로벌 시장환경에서는, 수준 높은 욕망을 갖도록 사람들을 일깨워야하고, 그것은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충분히 활용할때 가능하다고, 일본의 생활환경의 예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제 6장 일본에 있는 나

저자는 세계 100개 도시를 다녀본 경험이 있으나, 언제나 동경을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지도를 오른쪽으로 돌려 보면 일본은 지리적으로 대륙의 가장 아래부분에 위치한다. 저자는 이를 빠징코기계에 비유하여, 기계 안에 굴러다닌 구슬들을 모아두는 그릇의 위치와 일본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같다고 지적한다. 이로인해 일본은 대륙에서 흘러내려온 각종 문화와 정보를 가장 많이 수용가능하다는 지리적 잇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포지션과 그곳에 독자적으로 발생한 문화적 감수성, 그리고 근대화 과정에서 겪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세계를 바라보는 스타일”이 일본의 미의식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그는 일본 전통의 여관(우리나라의 일반 여관과는 달리 일본 전통미와 고급미를 함께 갖추고 있는 숙박시설)을 예를 들며 일본 美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제 7장 있었을지도 모르는 박람회

저자는 아이치현에서 개최될 예정인 <일본 국제 박람회EXPO 2005>의 프리젠테이션과 포스터 디자인 디렉터를 맡고 있다. 7장에서는 <일본 국제 박람회EXPO 2005>의 프리젠테이션 참가 과정과 포스터 제작 과정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 저자 原 &#30740;哉Kenya hara 가 제작한 <일본 국제 박람회EXPO 2005> PR 포스터.
300년 전 에도시대에 그려진 [本草圖說]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제작되었다. 저자는 옛 것 중 현재에 있어 중요한 가치관을 적출하여 이것을 미래를 얘기하는 메세지로서 활용하는 것이 신선하다고 한다. 이것으로 과거에서 미래를 관통하는 장대한 시야가 형성, 표현된다.


제 8장 디자인의 영역을 재배치한다

2002년10월 나고야에서 <세계그래픽디자인 회의>가 개최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때는 2002년 2월로 어떤 이벤트가 될지 모르겠다가 하나, <세계그래픽디자인 회의>로 인해 디자인과 사회에 새로운 관계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먼저 디자이너 자신이 디자인의 본질을 확인하고 그 역할을 새로운 사회상황안에 파악하는 것이 이 회의의 목적이라고 했다.

디자이너가 관여하는 부분은 정보의 “질質”로서, 이 “질質”을 제어하는 것으로 “힘力”이 생겨난다. “어떻게 알기 쉽게”, “어떻게 쾌적하게”, ”어떻게 감동적으로”의 척도에서 정보를 보는 시점 그 자체가 디자이너가 정보를 접촉하는 포인트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정보의 미美”라는 <세계그래픽디자인 회의>테마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정보의 미”를 향해서는 “알기쉽게”, “독창성”, “유머”라는 3가지 경로가 필요하다

1. 알기쉽게 : “알기쉽게”라는 것은 정보의 질의 기본이다. 이를 침착냉정하게 구축해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2. 독창성: “독창성”은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것이다.

3. 유머: “유머”라는 것은 극도의 “이해”가 형성되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 “정보의 미美”를 향한 도식


'Design of Design' 책은 읽기 편하게 아주 쉬운 단어와 적절한 예를 제시하면서 저자의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은 최근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이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디자이너로써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디자인을 접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디자인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 덧붙이는 글

이 책은 비교적 외국인인 나에게도 읽기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혹시 일본어를 공부하는 디자이너가 계시다면 일본어와 일본디자인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듭니다. 제가 요즘 이 책의 매니아가 되어 가고 있거든요.. 정말 강추!!

책은 외국 서점을 주문판매하는 대형서점에서 구입가능하고, 개인적으로 얻고 싶으신 분은 저에게도 멜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앗! 전 아직 이분 뵌 적이 없습니다. 책 외판원 아니니 오해마시구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무사비 다니시는 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原 &#30740;哉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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