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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졸업작품전>

개인적으로 너무나 정신없는 한달이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4월에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난 4월 한달 동안 새로운 학교생활에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새롭다고 하기에는 이 학교에 벌써 1년 반이나 있었지만 이제는 학교를 바라보고 경험하는 신분이 달라졌기 때문인가, 마치 이 학교에 새롭게 들어온 신입생과 같은 기분이다.
수업도 꼬박꼬박 들어가야 하고, 세미나 발표 준비도 시작해야 한다. 학위를 제대로 받으려면, 외부 학회지에 논문발표와 학회발표도 올해 안으로 하나씩 해야 한다.

내가 갑자기 연구원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박사과정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특히, 나랑 가장 친한 일본인 교수님은 연구원이나 박사과정은 연구하는 환경도 같고 거의 비슷한 조건에 있는데 왜 굳이 비싼 학비를 내어가며 학교에 소속하려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난 학생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를 따르고 배우기에는 아무래도 학생의 입장이 최고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에 있어서 “배움”이라는 시선을 갖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몇년간의 다양한 경험들은 때로는 과만한, 때로는 무감각한 나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겸허한 반성과 자극이 필요한 지금 이 순간, 나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디자이너 학생분들이 계시다면, 지금이 아니면 세상의 넓음과 다양하고 무한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기가 없음을 꼭 알려두고 싶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또.. 하나 학생으로 돌아간 이유를 꼽자면, 일본 미술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었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일본의 미술관련 교육기관들은 대부분 예술학교, 미술학교로 독립되어 있다. 난 한국에서 종합대학(대부분이 그럴것이라 생각들지만..)의 조형학부 출신으로 처음 일본의 학교를 왔을 때 미술대학교만의 그 독특한 분위기에 참으로 매료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캠퍼스를 거닐고 있자면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조금 이상한 사람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친구들도 많고 멋진 패션감각(난 거지패션이라고 부르지만)을 가진 친구들도 눈에 띈다.
특히, 디자인과 안에서는 디자인인지 아트인지 구별이 안 가는 작품을 그려내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큰 캔버스를 들고 다니며 물감칠을 해 대는 친구들을 보며 여기가 디자인 전공인지 아닌지 헷갈린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난 손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해요”라고 쉽게 대답한다.
디자인 작업을 한다고 해서 컴퓨터 앞에 그래픽 프로그램을 펼쳐놓고 디자인을 시작하는 친구들보다 흰 백지 위에 펜으로 끄적대는 친구들이 더 많은 일본의 미술 교육 환경을 보며, 이것은 “미술대학(예술대학)”이라는 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집합체이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조금 때가 늦긴 했지만, 일본의 대표적 학교의 졸업작품전을 통해 일본 미술대학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았다. 동경을 중심으로 동경예술대학, 무사시노미술대학, 타마미술대학을 통해 그 수준과 정도를 가늠해 보자.


동경예술대학 (http://www.geidai.ac.jp)

동경예술대학은 전체 음악학부와 미술학부로 나뉘어져 있는 일본 국립예술대학으로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미술학부는 다시 회화과, 조각과, 디자인과, 공예과, 건축과, 첨단예술표현과, 예술학과로 나뉘어져 있다.
2004년 2월 21일부터26일까지 동경도미술관과 동경예술대학관 내에서 제 52회 동경예술대학졸업작품전이 개최되었다.
디자인과의 특징이라고 하면, 실용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과 독자적인 표현이 요구되는 작품이 눈에 띈다. 또한 공예과는 섬세하고 정밀한 작품부터 다이나믹한 작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고 건축과는 거대한 모형의 작품들이 많았다.

「Green Pocket」
한장의 시트에 오려접혀진 포켓에 식물을 넣어 창과 벽에 부착가능하여 어디에서든 식물을 즐길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또한 칸막기의 기능도 동시에 가능하다. (디자인과)

「bump-bump」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잠시만” 쓰고 싶을때, 그때 사용가능한 의자이다. 펴는것 만으로 간단히 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납의 장소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수고도 덜어준다. (디자인과)

「Rest drop」
칼라풀한 유리구슬의 많은 알갱이가 모여있는 방석과 같은 가구. 앉거나 기대거나 자유롭게 쉴수 있다는 점 자체에 중점, 입체적으로도 사용가능하다. (디자인과)

「손으로 배우자」
평면적인 표현에는 느끼기 곤란한 문자의 억양을 실제로 접촉해봄으로써 느끼게 한 새로운 학습방법을 제안하였다. (디자인과)

「집」
종이에 검은 펜만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은 심플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린아이의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디자인과)

「느낌이 좋은 의자」
의자는 각기 다른 감촉을 각지고 있고, 사람이 앉으면 그 감촉에 맞게 각각 다른 색의 빛이 난다. 자신만 느낄 수 있는 감촉을 빛에 의해 다른 사람도 공유하게 한 작품이다. (디자인과)

「Gigantic mobile」
디자이너가 느끼고 있는 현대라는 시대의 이미지를 비쥬얼로 표현한 작품이다. 휴대폰은 현대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형태가 다른 두개의 인물상이 데이터화되어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공예과)

「9개의 창이 있는 탑」
작가가 디자인한 도자기에 심어진 실제 식물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예과)

무사시노 미술대학 (http://www.musabi.ac.jp)

무사시노 미술대학은 타마 미술대학과 함께 미술대학으로 양축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최대의 사립미술대학이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졸업작품전은 2004년 1월 30일부터 2월 2일, 4일간 무사시노 미술대학 캠퍼스 내에서 개최되었다. 전시된 작품의 수는 하루동안 다 볼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작품 수를 자랑하고 있다. 작품에는 각각의 개성이 넘치고, 한 장르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가 인상적인 전시였다. 특히, 디자인정보학과는 독자적으로 「百貨展(백화전)」이라는 전시를 펼쳐, “약 100명의 졸업생에 의한 백인백색의 폭넓은 테마”를 컨셉으로 독자적인 전시도 선보였다.

「韻(운) 비쥬얼의 억양」
가시적이지 않은 억양(intonation)을 어떻게 비쥬얼로 표현이 가능할까. 청각적인 아름다움을 비쥬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시각전달 디자인학과)

「TINY HAPPINESS」
영상을 합성한 큰 그림책. 하나의 에니메이션이 끝나면 스위치를 눌러 페이지를 넘겨 다음의 스토리를 보는 형식이다. 이런 흐름은 다음의 장면을 기대하게 하는 효과와 천천히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템포를 만들어 낸다. 찬찬히 드려다보면, 스크린의 역할을 하는 각각의 페이지에는 연필로 섬세하게 터치된 배경이 그려져있다. 이것은 그 안에는 비춰지는 영상과 함께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느끼게 한다. (시각전달 디자인학과)

「nap*cot」
수면을 위한 기능성과 합리성 뿐만 아니라, 편안한 상태로 잠 들고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공예공업디자인학과, 인테리어 디자인코스)

「CANTIMOCK」
나무와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든 의자이다. (공예공업디자인학과, 인테리어 디자인코스)

「동경집합체~」
동경에 있는 많은 집합체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흰 기둥에는 눈높이와 맞는 구멍이 있다. 그 구멍 안을 보면, 예를 들어 자동판매기, 전선줄 등이 위, 아래 등의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게 콜라쥬되어 있다. (공간 연출 디자인학과)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옆에 상영된 설치작품. 비춰진 것은 둘다 영상작품으로 왼편의 어두운 부분이 실제 엘리베이터이다. 전시실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실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오른편의 영상이 더욱 리얼리틱하게 여겨진다. (공간 연출 디자인학과)

「자화상」
타이틀 때문인가 5개 전부가 제작자 자신으로 마치 조각작품처럼 보여진다. 모두 같은 소재로 만들어 졌다. (공간 연출 디자인학과)

「press」
머리 위에 설치된 입체로부터 영상이 나온다. 이 영상은 몇개의 틈새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투영으로 신비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영상학과)


타마미술대학 (http://www.tamabi.ac.jp)

타마미술대학은 비교적 늦은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학교 캠퍼스에서 졸업작품전이 개최되었다. 각 학과의 다양한 힘이 작품에 녹아있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없다. 지구와 태양의 관계를 기록하다」
조립하면 텐트와 같은 형태가 나타나는 텍스타일 작품이다. 지구와 태양의 관계를 기록한 사진으로 제작되었다. (생산 디자인학과 텍스타일전공)

「일본술을 마시기 위한 그릇」
용기 안의 술을 볼 수는 없지만, 용기 안에 들어있는 술이 적어지면 점차적으로 수면으로부터 그 용기의 얼굴을 내미는 형태이다. (생산 디자인학과 프로덕트전공)

「청소 로봇」
좁은 장소부터 넓은 장소까지 청소가 가능하다. 청소하는 장소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로봇. (생산 디자인학과 프로덕트전공)

「사운드 피커딜리 (런던의 Hyde Park Corner와 Haymarket 간의 번화가)」
“소리, 빛, 움직임을 발산하는 간이판매점”이 테마이다. 안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픽 디자인학과)

「거리문자」
여러가지 형태가 존재하는 거리에서 시선을 바꿔가며 다양한 문자를 발견, “거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그래픽 디자인학과)

「Plants Light」
보는 사람은 아크릴 박스의 각 면에 좋아하는 부품을 골라 자유롭게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측면과 바닥면의 조명을 이용하여 빛을 이용한 연출도 가능하게 한 작품이다. (환경 디자인학과)

「SHIKIRI, 칸막이(파티션)의 제안」
하부에 있는 조명의 빛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칸막이는 조절가능하기에 조명의 빛도 이 조절에 의해 바뀔 수 있다. (환경 디자인학과)


덧붙이는 글:
각 작품의 원제목과 디자이너의 이름도 밝혀두고 싶었지만, 일본어 문자가 웹상에 지원이 되지 않는 문제로.. 필자가 제목만 번역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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