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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에서 디자인을 본다

## 먼저, 용어를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사전적 정의를 보니.. 애니메이션도 만화에 포함되어 있길래.. 여기서도 애니메이션을 광범위한 뜻을 가진 “만화”라는 용어로 포함하여 정리하여 쓴다.

일본생활에 모든 몸과 마음이 적응되기 전에 “만화”를 둘러싼 기묘한 현상들을 정리해 본다.

1. 일요일 골드타임의 만화 방송
일요일 6시~8시 후지티지는 몇 십년전부터 만화를 방영하고 있다 (치비마르코짱ちびまる子ちゃん, 사자에상サザェさん등). 시청률이 비교적 높다는 이 시간대에 만화를 방영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일본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하는지 잘 알수 있는 증거이다. 지금도 샐러리맨들은 일요일 이 만화들을 보며 다음날의 월요병을 미리 느낀다고 한다.

2. 심야에 방영하는 성인용만화
심야 2시를 넘어서는 각종 채널을 통해 약간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성인용 만화를 볼수 있다. 만화가 어린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점일 것이다. 그래도, 몇 년전과 비교했을때는 그다지 선정적인 부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3. 만화가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언론들의 반응.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철인 28호> <요술공주 샐리> <삼국지> <바벨 2세>의 원작자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4월15 (목)일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날 일본의 언론, 특히 뉴스프로그램에서는 이 만화가의 생을 다룬 뉴스가 많이 방영되었다.

4. 극장용 만화영화가 영화랭킹 1위를..
일본은 어느 때(여름방학, 겨울방학, 골든위크 등)가 되면 티비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만화들을 극장용 만화로 제작, 상영되곤한다. 4월 2째주와 3째주에 걸쳐 일본 한주간 영화랭킹 1위를 모두 만화가 차지했다. 4월 2째주는 “크레용 씬짱 시리즈”, 3째주는 “명탐정 코난”. 지금도 이 두 만화는 영화 순위3위권안에서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경쟁하고 있다.

5. 국회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만화들
모 프로그램에서 국회도서관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국회도서관 지하에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많은 책들과 잡지가 보관되어 있었는데.. 지하 5층인가 한 층을 모두 만화잡지와 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성인용 만화가 창간호부터 차례로 보관되어있었던것이 인상에 남는다. 국가가 이런 만화까지 보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묘한 현상들은, 얼마나 일본사람들이 만화를 사랑하는지 증명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 왜 일본사람들은 만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일본에 와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면서 나조차 “왜 일본사람은 만화를…??” 이라는 부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또한 주위에 이런 얘기를 해 주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그 이유를 찾아보려면, 먼저 일본의 역사적, 문화적 특징, 일본사람들의 습관과 성격, 심리상태등 일본전반을 살펴보아야 하는 광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잠시 이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번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타카하시 슈웨이교수님(타마미술대학 정보디자인과)의 말씀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해 보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원래부터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패전국이라는 역사적 과정이 큰 이유라고 생각듭니다.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또한 만족하지 않으며, 꾸준히 서양, 미국등을 동경하고 그들의 생활과 모습을 따라하려고 했지요..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생머리에 다리는 짧고 얼굴은 오목조목 못생겼으니까.. 이런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옷도 화려하게 입고 장식도 주렁주렁 다는게 아니겠어요.
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사람들의 서양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나타나게 되었고, 또한 만화를 통해 만족을 얻으면서 컴플렉스를 극복하려 했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초기 일본만화를 보면,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서양인의 모습을 한 만화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눈큰 금발의 여자주인공은 항상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곤 했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 동경했던 여러가지 환상들이 만화속에서는 항상 만족을 시켜줍니다. 이런 개개인의 컴플렉스를 발산하는 매개체가 바로 만화로 표현된것 같습니다. 그러한 만화세대가 지금은 어른이 되고 또 다른 만화를 만들고.. 또한 만화업계를 발전시키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일본인의 만화사랑>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닐까요.””

혹자는 젓가락을 많이 쓰는 일본이 젓가락의 손놀림이 손재주를 발달시켰고 또한 만화를 표현하는 능력까지 발달시켰다고 한다. 또 어느 학자는 일본의 언어체계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한문을 같이 쓰는 언어체계가 응용력과 창조력을 발달시켰다는 설이다. 물론, 만화산업을 국가가 보호하고 작가는 자신의 능력만큼 댓가를 받는 시스템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만화산업이 발달된 것은 말할것도 없다. 또한 높은 만화수준과 만화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일본인의 높은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찾아다니며 만화를 즐겨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일본에 와서는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3D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기위해 영화관을 찾은건 내 생애 처음의 일이기도 하다.

내가 본「CASSHERN(キャシャ&#12540;ン)」영화는 최근 일본내에서 여러모로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 CASSHERN의 두 주인공.
인조인간이 된 강렬한 인상의 남자주인공과 그를 감싸는 듯한 여자주인공의 표정이 이 영화의 스토리를 짐작하게 한다.


CASSHERN은 실제 연기자와 배경의 애니메이션이 합성된 3D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따라서, 사실적인 표현력과 감각적인 영상처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차지한다. CASSHERN의 각본, 촬영, 편집, 총감독을 맡은 紀里谷和明(Kazuaki Kiriya)감독은 원래 포토그래퍼출신으로 최근에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감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이제까지의 작업에 나타난 독특한 색감처리와 영상미를 이 영화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紀里谷和明(Kazuaki Kiriya) 가 작업한 잡지 패션사진

## 紀里谷和明(Kazuaki Kiriya)감독

CASSHERN은 1974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키리야감독이 어렸을때부터 이 만화를 무척 좋아했었다고 한다. 주인공(테츠야)의 아버지가 신조인간을 연구하는 과정에 무언가의 이유로 신조인간이 탄생되었고 이 신조인간이 지구를 파괴하자, 그의 아들인 자신도 신조인간(Casshern)이 되어 지구를 위해 싸운다는 기본 줄거리는CASSHERN 영화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영화속 스토리는 왜 주인공(테츠야)의 아버지가 신조인간을 연구하게되었는지... 왜 신조인간은 지구를 향해 싸워야 했는지.. 또 신조인간과Casshern과의 피할수 없는 운명등 그 인과성이 자연스럽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그 속에 숨겨있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전쟁이라는 피할수 없는 운명과 사랑이라는 인생철학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극적 반전부분은 재미있었지만, 감독의 욕심이 지나쳤는지 다소 스토리가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많은 나레이션과 많은 회상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런 철학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너무나 빼앗은 건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분명 영화속의 많은 장면들은 두고두고 인상에 남을만한 수작들이었다. 특히,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색감의 처리와, 인물을 보는 시선등은 영상이 아니라 예술작품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엄청난 스케일의 배경, 조그마한 소품 하나하나의 섬세한 처리등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많은 분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것들이었다.

CASSHERN의 좋은 영상장면들을 스토리별로 소개하기보다, 여기서는 장면별로 모아 각 화면들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따라서 각 장면의 설명은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한다.)

## 인물의 색감처리에 주목하고 싶다. 인물에 다소 밝은 빛을 두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첫 장면. 동북아세계라는 제국의 모습을 웅장한 스케일로 보여준다. 웅장함 속에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 달빛아래의 신조인간과 Casshern의 모습. 달빛 아래 인물의 레이아웃이 부각된다.

## 각 등장인물의 인물장면. 섬세한 심리묘사가 한장면 한장면마다 정성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또한 다소 위를 처다보는 시선처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Casshern가 여주인공을 구하는 전투장면. 만화책속에 등장하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들이나 그 속에 리얼리티가 숨어있다.

## 신조인간들이 자신의 성을 찾아 헤매는 길을 묘사한 장면. 어려움과 희망을 찾아헤매는 신조인간들을 회화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 각종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면. 각 장소에 맞는 색감과 디테일에 주목해 보자.

또한, CASSHERN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테마음악이기도 하다. 주제곡 [誰かの願いが&#21494;うころ]로 이 영화의 테마음악을 작사, 열창한 가수는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가수 宇多田ヒカル(우타다히카루)로, 그녀는 CASSHERN의 키리야감독과 결혼한 것으로도 유명하기도 하다. 14년이란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무명(?)의 포토그래퍼와의 결혼발표를 했을때는 일본 전역이 떠들썩 했었다. 뮤직비디오의 제작자로 만난 스토리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었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宇多田ヒカル(우타다히카루)가 왜 이리 어린나이에 결혼을 결심했는지 이 영화를 보고 조금 알 수 있을듯 했다.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宇多田ヒカル(우타다히카루)의 남편이 만든 영화라고 떠들썩하던 일본 언론들도 차츰 이 영화의 작품성에 논하기 시작하고 있다. 감독의 욕심이 넘쳐흐르는 이 작품은 영화라는 매체보다 오히려 영화미술이라는 장르에 비추어 더 높은 평가를 하고싶다.

덧붙이는 글: 이 영화가 더욱 감동으로 느낄수 있었던 것은, 영화 자막이 올라가는 그 시간을 테마음악과 함께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었다. 일본은 영화자막이 다 끝이 나야 극장 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자리를 뜬다. 영화를 마지막까지 감상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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