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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붉은 광장

뇌어브오갤에 위치한 붉은 광장


코펜하겐의 북쪽 지역인 뇌어브오 지역은 저소득층과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코펜하겐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다.  코펜하겐 시에서는 이 뇌어브오 지역에 위치하는 짜투리 공원을 새로 개발하기로 하였는데 이에 따라 수퍼킬른 (수퍼 쐐기라는 뜻이다. 전체 개발지역의 모양이 문짝등을 받치는 쐐기모양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2012년 7월 ‘완공’되었다.  개발은 Superflex에서 진행하였고 BIG와 Topotek1에서 설계를 담당하였다.  수퍼킬른은 여러매체에서 인정을 받았는데 덴마크 신문인 폴리티큰의 2012년 건축상,  미에스 판 데어 로헤상을 수상하였고 2주전인 2013년 1월에는 미국 건축가 협회상과 건축잡지 아키텍트의 2012년 최고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다.

 

붉은 광장의 밤

 

모스크바와 카타르에서 가져온 네온사인이 서있다. 

 

공원의 전체 모양은 쐐기모양으로 기다란 모양인데 이 구역을 세곳으로 나누어서 각각 붉은 광장, 검은 광장, 초록 광장의 세구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광장에 특색을 부여하였다. 먼저 붉은 광장은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각종 운동시설과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공연등을 열수 있도록 한 곳이다. 두번째의 검은 광장은 벤치와 의자 분수등 전통적인 광장의 모습을 갖추어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세번째의 초록 광장은 녹지 공간이다. 낮은 언덕을 만들어서 가족과 어린이들이 뛰어 놀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전통적인 광장의 형태를 띈 검은 광장 

분수대는 광장의 전형적인 요소다. 전형적이지 않은 요소는 덴마크식 분수대대신 모로코 스타일의 분수대가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초록 광장은 본래 계획보다 확장되었다. 지역 주민들이 녹지 공간의 확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퍼킬른 프로젝트의 특징은 전체 공간을 만드는데 있어서 지역적 특색과 사용자들의 요구가 기획단계에서부터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지역적 특색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다양한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수퍼킬른 광장이 위치한 인근 거주자들의 국적이 60개국에 이르고 또한 덴마크 원주민들도 주변과의 문화적 접촉을 통해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점을 반영하여 광장의 상징물을 60여개 나라에서 수집한 물건 혹은 복제품을 사용하여 꾸몄다. 예를 들면 붉은 광장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모스크바에서 가져온 네온 사인을 설치하였다. 또한 그 옆에는 카타르에 가져온 네온 사인이 같이 서있고 초록 광장에는 팔레스타인에서 가져온 흙을 언덕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다. 광장의 맨홀은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프랑스의 파리에서 가져온 것도 있다. 붉은 광장의 음악 설비는 자메이카에서 가져왔고 미국에서 가져온 댄스 파빌리온과 스페인에서 가져온 유명한 스페인의 황소상이 세워졌으며 모로코풍의 분수대가 설치되었고 중국에서 가져온 야자나무가 검은 광장에 심어졌다. 그리고 초록광장에는 일본 벚나무가 심어져서 봄철에 벚꽃을 피울수 있도록 하였다.  아랍어로 씌어진 벤치와 인도네시아 그네가 설치 되고 아랍어로 버스 안내판이 만들어 졌다.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맨홀 뚜껑. 히브리어가 씌어져 있다. 

 

아랍어로 씌어진 버스 정류장 표시

 

 

 

이런 여러 다양한 각국 상징물을 모으는 과정은 Superflex 주관하에 기획단계에서 부터 지역 주민과의 접촉과 투표 참여를 통하여 이루어 졌다. 이를 비디오로 기획하여 유튜브에 올렸는데 아래에서 볼수가 있다. 몇가지 상징물을 모으는 과정은 그 과정부터가 상징적이다. 예를 들면 팔레스타인 출신의 지역 주민 두 사람과 수퍼플렉스의 기획자가 함께 동예루살렘으로 여행하고 그 곳에서 이슬람의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서 흙을 담아와 초록 광장의 언덕에 뿌리는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한다든지 스페인을 여러번 여행하고 그를 통해 추억을 쌓아온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으로 가서 스페인의 언덕에서 볼 수 있는 검은 색 황소상을 가져와 광장에 설치하는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디자인이 최종 결과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담고 있는 전체의 이야기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http://www.youtube.com/embed/a59Ne_DlQ?list=PL0NELEI76Plbx0nEAwKK2StdiiVxhE_HY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민자가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퍼온 흙을 뿌리고 있다. 디자인과 행위예술이 만나는 지점이다. 

 

http://www.youtube.com/embed/Z-E9XF9Kki4

 

 

그렇다면 이 수퍼킬른 프로젝트는 수상 실적에 걸맞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일까? 현실은 광고 전단의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 

 

먼저 설계단계에서 안전상의 문제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할수 있다. 수퍼킬른 광장은 전반적으로 자전거친화를 모토로 내걸었는데 광장을 붉은 색 페인트로 칠하는 과정에서 자전거길까지 페인트칠이 되었고 페인트칠이 된 자전거 길은 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굉장히 위험하게 된다. 따라서 비가 올때마다 자전거 길이 폐쇄되게 되었다.  다른 안전상의 문제로 짐이나 그네등 놀이 시설이 바로 시멘트 위에 설치된 점이다. 만약 이런 시설이 어린이 놀이 시설로 기획되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어린이 놀이시설 규정을 지켜서 만들어져야 한다. 바닥은 모래나 우레탄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규정이다. 그러나 수퍼킬른의 놀이 시설은 어린이 시설이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시설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그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들이 놀기에 매우 위험한 시설이 되고 말았다.  또한 자전거 도로 바로 옆에 농구장을 만들어서 위험하게 되었고 결국 중간에 펜스를 설치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미관적으로 처음부터 고려되었어야 할 사항이다.

자전거 길은 비가 오면 폐쇄된다. 미끄러워서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배준향) 

 

어린이들이 놀기에는 위험함다. 바닥이 콘크리트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제는 시설의 파손이다. 실제로 광장이 젊은이들의 모임과 소공연등의 장소로 사용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시설의 파손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그 장소가 젊은이들이 술마시며 과격하게 노는 장소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60개국에서 가져온 상징물들은 교체가 불가능한 물건들이 많고 파손되면 고칠수가 없게 된다. 외국에서 가져온 나무들은 죽어서 잘려나가고 네온사인등 시설물은 파손되었다. 이것은 실제로 심각한 문제로 이미 공사가 완공되기 전부터 시설 파손이 시작되어서 완공후 불과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어서 제대로 남아 있는 시설물이 거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나무는 뽑혀져 있고 네온사인은 없어졌다. (이미지: 배준향)

 

세번째로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처음부터 공간 개념이 잘못 설정되었다는데에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젊은 “공연” 공간을 만들고 이 프로젝트를 후원한 레알다니아에서는 디스토션 축제등 각종 축제를 열었다. 그렇지만 이런 축제는 필연적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변 아파트 거주 주민들과 마찰이 일게 되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연과 모임을 갖는 젊은이들과 주민들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집을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자 집값이 하락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청에서도 음악 공연 시설을 폐쇄하는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지만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민원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코펜하겐의 거리축제인 디스토션 축제 당시의 붉은 광장. 소음과 쓰레기는 주변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골치거리가 되었다. (이미지: 애니타 그애버슨) 

 

또다른 문제는 이러한 다문화 공간의 설계가 가져온 이념적 갈등요소이다.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 그 특색을 인위적으로 더하는 것이 과연 사회 갈등요소를 더 할지 줄일지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나라말로 씌어진 문구들. 각국 조형물들의 단순 배열이 통일된 정체성으로 연결될수 있을까? (이미지: 배준향)

 

디자인 면에서는 수퍼킬른은 특히 무엇보다도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전혀 찾아 볼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과감한 도전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북유럽의 색깔을 잃어버린 디자인이라고도 할수 있다.

60여개 나라의 상징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요소들을 볼때 미국 건축가 협회상등은 상당히 의외인데 아마도 상을 주는 측에서 실제 현장 실사를 하지 않고 참고 자료만을 보고 판단한 듯하다.

 

그렇다면 수퍼킬른 프로젝트는 실패했을까? 아직 6개월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공간이 앞으로 이용자들에 의해 어떤 특성을 가지도록 진화할지 더 지켜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여러 논란 거리에도 불구하고 이런 새로운 실험을 허용한 코펜하겐 시의 정책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봄이 오면 이렇게 일본 벚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출처가 별도로 표시되지 않은 이미지: BIG

Tag
#광장 #공공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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