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대신, 또는 사용하기 쉽거나 소비하기 쉽도록 만드는 대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언어를 이용해 우리의 상상력을 기술과 함께 평행이동 시켜 가능한 세계를 고민하기 위한 질문을 제시하면 어떠한가. 디자인을 시장에서 분리시키면 어떠한가.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의 표현적, 기능적, 의사소통적 가능성 뿐 아니라, 갈수록 진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의 기술이 삶에 미칠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충격들이기도 하다.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는 오브제, 사진, 시나리오, 비디오, 3D텍스트를 통해 표현된 다수의 디자인 제안들로 이루어져있다. 이것은 미래를 예측 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기술적으로 매개된 미래의 유형을 상상하고, 반영을 현재에 끌어내어 촉진시키는 프로젝트다. 쉽게 만족하는 소비자들과 사용자들로서의 우리가 아닌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는 우리들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약탈자들 Foragers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RCA 디자인 인터랙션과 학과장 앤서니 던 Anthony Dunne 과 피오나 라비 Fiona Raby 는 1994년부터 던 앤 라비 Dunne & Raby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비평적 디자인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디자인이 기술에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추가하거나,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의 탄생을 추구하지만은 않는다는 신념을 표방하고 있다. 

던은 학과장으로 취임한 후 과 명칭을 인터랙션 디자인 Interaction Design에서 디자인 인터랙션 Design Interaction으로 바꾸었다. 그는 현대 인터렉션 디자인이라는 명제가 전자제품이나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데 너무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생각하며,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그들이 추구하는 행위 중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름을 변경한 가장 주된 목적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디지털과 전자공학에서 분리함과 동시에, 다른 기술들(예를 들어 생명 공학, 미생물 공학 등)과 접합을 시도한 후 새로운 화두를 만들어내 사회적, 문화적 진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그들의 목적은 기술의 발전에 집중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의 조류를 융합, 가능성, 다른 관점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맥락의 방법론으로 돌려서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있다.


생테티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 Saint Etienne International Design Biennale에서의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전시,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약탈자들 Foragers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던 앤 라비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디자인이 미래 시나리오에 적용되는 것이 가능한가, 사회적 쟁점이 되는 기술들과 접목 되는가, 이론적으로 완성될 수 있는가, 지속 가능한가 등에 놓여있다. 2004년 런던의 과학 박물관 Science Museum 에서 미래 에너지에 대한 흥미로운 작업들을 발표하였는데 예를 들어, 인분이 새로운 대안 에너지가 되고, 테디베어 모양의 혈액 주머니라는 대체 자원으로 작동하는 라디오 모듈이 그렇다. 2005년 퐁피두 센터에서 소개된 증거인형 Evidence Dolls 은 유전학의 발전이 얼마나 미혼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냈다.

던 앤 라비는 디자인이 우리에게 생각하게하며, 산업에 대해서 더 많은 질문을 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있어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색과 질문들이라고 역설한다. 디자인의 가장 큰 필요성은 사회와 산업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진정한 필요를 고민하고 탐구하게 한 후, 이를 성취하도록 도와주어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약탈자들 Foragers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약탈자들 Foragers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약탈자들 Foragers
전 세계에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UN에 의하면, 40년 안에 우리는 현재보다 70%이상의 식량을 더 생산해 내야 한다. 인구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고, 자원을 무분별로 소모하며 경고의 징후들을 무시하고 있다. 이것은 완벽한 인류의 지속 불 가능성을 뜻한다. 이 시나리오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DIY 장치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시 환경의 영양적 가치를 최대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상업적으로 유효하지만 점점 더 한정적으로 변해가는 식량의 결함들을 메우기 위해 그들은 전자적, 기계적인 장치와 더불어 인공 생물학을 이용하여 미생물 박테리아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새로운 도시의 약탈자이다.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약탈자들 Foragers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EM 청취자들 EM Listeners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EM 청취자들
EM ListenersEM청취자들은 공공장소를 넘나들며 전화, 이메일등의 스펙트럼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것들을 스캔한다. 그들의 매우 가시적인 안테나는 모든 체제 전복적인 활동들을 방해한다. 그들의 존재는 곧 테러리스트의 위험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며 한편으로는 불편하지만 결국 모두에게 용인된다.


실재와 불가능 사이 Between Reality and Impossible 중 사후세계 Afterlife
2010, Dunne & Raby, image copyright © Dunne & Raby

사후세계 Afterlife
이 자살기계는 안락사가 지금보다 더욱 일반화 되었을 시대를 위한 것이다. 의학적 기술은 수명을 연장시켰을지 몰라도 삶의 질을 높일 수는 없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절한 순간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한 감정적, 심리적 상황들에 대응하기 위해 온 갖 다양한 종류의 자살기계들이 진화할 것이다. 의사들이 새롭고 인도적인 죽음을 발전시키기 위해 결국 기술자들과 협력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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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필립스 암스테르담(Philips Amsterdam)에서 수석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Senior User Experience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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