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안전과 관계된 문제는 환경문제와 더불어 모든 이들의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이다.  북유럽 역시 예외가 아닌데, 최근에는 간 쇠고기에 말고기가 섞인 스캔달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커다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녹색 열쇠. 열쇠구멍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1980년대 후반 스웨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정부간 협정을 통해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북유럽의 슈퍼마켓을 보면 이러한 식품과 환경과 관계된 문제에 있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디자인이 이런 문제에 깊게 관련되어 있기때문이다.  한국에도 크게 유행한 운동이 신토불이 운동이었고 최근에는 각종 식품류 특히 고기류의 원산지가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물론 국산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원산지를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북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은 바로 국기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시각적 방법을 사용하여 원산지가 어느곳인지를 알려주는 방법은 국산이라고 작은 글씨로 적는 방법보다 훨씬 강력한 의미 전달을 할수 있는데, 특히 국기 사용이 일상적인 북유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적자면 북유럽은 아마도 미국과 더불어 국기 사용이 가장 일상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같은 경우 국가 경축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생일 잔치를 할 때도 집주위를 국기로 장식하고 생일상에도 국기를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국기 사용이 훨씬 더 일상적이다.

국기 디자인을 통해 국산품임을 알리고 있다. 글로 작게 적은 국내산이라는 문구보다 시각적인 국기를 사용함으로써 훨씬 더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다. (사진: 뱌크 올슨)

덴마크의 대표적 유가공 업체인 아를라의 저지방 우유제품. 역시 덴마크 국기를 사용하여 국산임을 표기하고 있다. 또한 녹색 열쇠가 같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 아를라)

생일 케익. 국기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가장 일상화된 디자인중의 하나이다.  

국기를 사용하여 원산지를 표시하는 방법이외에 식품과 관련된 가장 일상적인 표기는 유기농 표기이다.  덴마크의 경우는 정부 공인의 유기농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의 유기농 표기. 유기농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의 첫글자의 모양을 이용하고 있다. 

유기농 심볼이 사용된 우유팩. (이미지: 이마)

그밖에 식품과 관련되 심볼중 가장 흥미로운 표기는 소개할 녹색 열쇠구멍이다. 이 표기는 본래 스웨덴에서 약 20년전에 도입된 표기인데, 최근에 북유럽 식품관계 장관 회의에서 노르웨이와 덴마크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공동으로 도입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들 마크는 각국 정부의 식품 관리청에서 공식으로 인증하는 마크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공동으로 통용된다.

녹색 열쇠가 사용된 제품 포장. 슈퍼마켓에서는 녹색 열쇠인증 상품임을 홍보한다. (이미지: 이마)

녹색 열쇠는 식품이 건강에 좋은지를 알려주는 마크이다. 예를 들면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지방과 설탕 함량이 낮은 식품,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 등이 녹색 열쇠 마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많은 북유럽 식품 포장지에 녹색 열쇠 마크를 사용하고 있고 슈퍼마켓 전단지에도 녹색 열쇠 마크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이용하고 있다.  녹색 열쇠가 도입된 목표는 접근성이다. 사실 식품 섭취에 있어서 많은 경우 어떤 식품이 좋은지 나쁜지 소비자들이 손쉽게 알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광고에서 정보를 얻는데 광고에 의존하는 정보는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이기가 쉽다.  좀더 의식있는 소비자는 식품 표기를 보기도 하지만 수많은 화학 용어들이 씌어 있는 성분 표기를 전문지식없이 해독하기도 쉽지 않고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는 동안 영양 정보를 볼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녹색 열쇠 심볼은 이렇게 복잡한 프로세스를 단순화 시켜 하나의 심볼에 담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디자인 심볼을 사용자들은 어떻게 받아 들일까?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서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상당히 많은 소비자들이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한다.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녹색 열쇠가 있는 상품을 더 구입하고 실제 식생활 역시 훨씬 더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녹색 열쇠의 의미를 이해하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더 날씬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또한 교육수준이 낮은 그룹의 경우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는데, 이는 유기농에 대한 조사와도 통하는 바가 있다. 유기농의 의미 역시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기농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서 유기농 식품과 저지방, 저염 식품등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사되었다.  최근 덴마크에서 행해진 조사에 따르면 역시 90%가량의 사람들이 대체적 의미를 이해하고 있으며 75%정도가 제품 구매시에 녹색 열쇠를 염두에 두고 구매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40%정도는 제품 구매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대답했다.  최근에는 이 심볼이 레스토랑에도 사용되고 있다. 메뉴가 건강한 식사 기준에 맞을 경우 메뉴에 부여하게 된다.  

녹색 열쇠 인증을 받은 건강 식단 메뉴들. 식당에 가서 메뉴를 선택할 때도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본래의 심볼과 디자인 의도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변형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이러한 의도 변형이 넓은 의미의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볼 수도 있다. 본래 의도하지 않았던 의미가 추가 되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그것에 대비한 디자인을 미리 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의도되었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볼때 녹색 열쇠는 충분히 명확하고 상징적인 심볼로서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주변 사람들을 보더라도 덴마크의 경우 스웨덴에 비해 녹색 열쇠가 도입된 시기가 비교적 최근이지만 제품을 살때 녹색 열쇠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의미를 몰랐던 외국인들도 녹색과 연관되어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