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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율의 집 들여다보기

 

 

핀 율은 20세기 가구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덴마크의 디자이너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가구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는 핀 율은 사실 건축 교육을 받은 건축가이다. 코펜하겐의 왕립 예술학교의 건축학과에서 빌헬름 라우리츤에게 배우고 건축사 협회에 등록하였으며 빌헬름 라우리츤의 건축 사무소에서 무려 11년 동안이나 일하기도 했지만, 그가 설계해서 완성된 건물은 겨우 5채밖에 안된다.  그중에 2채는 개인들의 여름 별장이고 나머지 역시 큰 건물들은 없다.  그런데 그런 5 채중의 하나가 핀 율 자신의 집이다.   어쩌면 핀 율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좀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구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건축 디자인에 힘을 썼다면 어떤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었을 지 궁금하기도 하다.

 

코펜하겐 근교에 위치한 핀율의 집 (사진: 배준향)

 

 

핀율의 집은 코펜하겐 근교의 부유한 중산층 거주지구인 샬롯텐룬의 한적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본래는 독립된 건물이었지만 현재는 주변 다른 건물들과 묶어서 오드룹고 미술관의 한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오드룹고 미술관은 본래 정치인이자 사업가였던 빌헬름 핸슨의 개인 컬렉션으로 시작된 미술관이다. 1918년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본래는 개인 미술관이었지만 빌헬름 핸슨 사후 유언에 의해 국가에 기증하였고 현재는 국립 공공 미술관으로 되어 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덴마크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위주로 컬렉션이 되어 있는데 미술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꽤 훌륭한 편이다.  현재는 특별전으로 고흐, 고갱 그리고 베르나르의 작품들을 위주로한 프랑스 인상주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본관 건물 자체는 1918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2005년 확장공사를 통해 1150 제곱미터의 특별전 공간이 만들어 졌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윙은 하디드 디자인중에서도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만큼 인상적이다. 하디드의 디자인은 많은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검은색 콘크리트와 유리를 사용한 오드룹고 미술관 확장부분은 그녀 특유의 디자인이 살아있으면서 녹색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주변 경관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하나의 동떨어진 건물이 아니라 넓은 정원에 잘 만들어진 조각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오드룹고 미술관 확장부분 (사진: 배준향)

 

오드룹고 미술관 카페 (사진: 배준향)

 

핀율의 집은 핀율이 1989년까지 살던 집으로 미술관 외곽에 있었지만 역시 사후에 국가에 기증되어 현재는 국립 미술관 부속 건물로 바뀌었다.

 

거실의 넓은 창은 서쪽을 향하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여름날 긴 저녁 햇살을 받을 수 있는 남서향 집들이 선호된다. (사진: 배준향)

 

집의 입구. (사진: 배준향)

 

 

1700제곱미터의 넓은 정원에 위치한 직각 구조로 이루어진 건물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핀율이 30세때 지은 건물로 당시의 덴마크 모더니즘건축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는 커다란 거실과 서재가 있고 다른 쪽에는 부엌, 식당, 침실과 욕실이 있는 한가족 단층형 주택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는 집이다.  건물은 벽돌집인데 밝은 회색의 회벽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지만 조금은 건물이 낡아 있다. 미술관 측에서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손대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건물이라는 것이 다른 미술품과 다르게 외부 자연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서 비바람과 햇빛에 손상되어 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채 그대로 놔두면 점점 원형을 잃어 가는 특성을 생각했을 때 약간의 개보수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핀율의 집은 오픈 플랜으로 되어 있는데, 현대 건축양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오픈 플랜은 그 당시만 해도 건축에 새롭게 도입된 양식이었다.  그 이전 근세의 유럽 건축양식에서 집안 구조는 복도를 중심으로 방들이 확연하게 나누어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는데 20세기 중반이 되면서 열린 거실과 연결된 방으로 이루어진 구조가 도입되었는데 핀 율의 집은 이러한 현대적인 양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흰색으로 된 단순하고 모던한 벽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바닥과 햇빛을 집안으로 끌어 들이는 커다란 창은 북유럽 모더니즘 건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집안 곳곳을 보면서 핀 율이 디자인한 가구들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 처럼 흥미롭다. (집안 내부 사진: 옌스 너고 라슨)

조금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평범한 부엌. 핀 율의 집은 건축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다는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어떤 관점에서 가구들을 디자인했을지 바라보는 면이 더 흥미로운 접근법이 될 듯하다. (사진: 옌스 너고 라슨) 

 

 

핀율 자신이 성공한 건축가가 아니었고 핀율의 집역시 시대적 사조를 이끌어간 선구적인 건축이라기 보다는 당시의 건축사조를 반영한 소박한 건축에 가깝기 때문에 핀율의 집에서 건축 디자인은 그다지 인상적이라고 할수는 없다. 오히려 흥미로운 점은 핀율이 디자인한 가구가 그런 집 구조와 분위기에 어떻게 녹아 들어 갔는 가가 훨씬 흥미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4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꽃피어 날때 디자인된 핀율 작품들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곡선은 이처럼 흰벽과 단순한 집구조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디자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핀율의 집에 들어가면서 느낀 첫번째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아 집안 곳곳이 아늑하게 느껴졌고 핀율이 디자인한 자신의 가구로 채워진 거실과 서재의 나무 가구들은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다가왔다.  금색으로 칠해진 두바이의 호화로운 건물들이나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늘어진 베르사이유의 왕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말 바로 몸을 던져 눕고 싶은 편안함을 주는 집이야 말로 진짜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창밖으로는 울창한 숲과 그 앞에 푸른 잔디밭이 편안함을 더해주는데 정원은 조경 디자이너 트룰스 어스탤의 작품이다. 

 

만약 코펜하겐을 찾는다면 코펜하겐 교외에 위치한 오드룹고 미술관에 위치한 핀 율의 집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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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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