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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을 거는, ‘패션의 정치, 정치의 패션’

 

겨울에 밍크코트를 입지 않는 이유는 경제력 때문만이 아니다. 밍크 털의 탄력과 촉감 유지를 위해 산 채로 털가죽이 벗겨지는 참혹한 과정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밍크를 입지 않는 ‘선택’에 동물 학대 반대라는 태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흔히 패션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한동안 신분의 척도였던 옷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고 이제는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드러내는 기능까지 더해졌다. 일례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2000년에 유리, 플라스틱, 리넨 등으로 만든 퍼 재킷을 선보였는데, 이는 동물 보호 운동가이자 채식주의자인 매카트니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플라스틱, 유리, 리넨 등으로 만든 인조 퍼 재킷 © Design Exchange Museum 

 

 

2013년 니나리찌 패션쇼장을 습격한 Femen 활동가들 © Design Exchange Museum 

 

사회, 정치, 문화 등 수많은 이슈에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패션에 대한 전시가 디자인 미술관, 디자인 익스체인지(Design Exchange)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1월 25일까지 열리는 ‘패션의 정치, 정치의 패션’(Politics of Fashion, Fashion of Politics)이 그것이다.

 

마흔에 돌연 세상을 떠난 영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은 영국 역사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이랜드 강간’(Highland rape, 1995-1996 가을/겨울)과 ‘컬로든의 미망인들’(Widows of Culloden, 2006-2007 가을/겨울) 컬렉션이 대표적인데, 최근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의 디자인 역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이 "컬로드의 미망인"에서 선보인 타탄 체크 드레스.

 

두 컬렉션은 18세기 스코틀랜드 북부 컬로든에서 스튜어트 왕가를 지지하는 스코틀랜드군이 잉글랜드군에 전멸당한 전쟁을 기반으로 한다. 이 전쟁은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인 타탄 체크 무늬의 킬트 착용을 전면 금지 당한 뼈아픈 역사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앵글로색슨족으로 이루어진 잉글랜드와 달리 켈트족에 뿌리를 둔 스코틀랜드인들은 남다른 문화적 자부심으로 영국에서 분리독립을 외치지만 최근에 시행된 독립 투표 역시 부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영국 내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패션계 악동으로 불리는 제레미 스캇은 미국과 끊임없이 대립관계를 이어가는 아랍국가의 이미지를 지난해 ‘아랍의 봄’(Arab Spring) 컬렉션에 투영해냈다. 레오파드 프린트를 입힌 부르카, 달랑거리는 모형 기관총으로 장식된 톱은 민감한 소재인 전쟁과 테러, 이슬람 문화를 도발적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그의 피상적인 아랍 문화 비틀기는 미국 편향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패션이 가진 정치적 코드를 가장 영민하게 이용하는 이들 중 하나인데, 세련된 패션감각으로 유명한 미셸 오바마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입거나 중저가 브랜드를 과감하게 매치하면서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가진 변화와 진보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2008년 NBC의 인기 토크쇼 "제이레노 쇼"에 중저가 브랜드 J크루 제품을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캐나다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며 무려 16년간 수상을 역임했던 피에르 트뤼도와 영부인 마거릿 트뤼도 여사의 의상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피에르 트뤼도는 동성애 합법화, 남성 위주의 이혼법 개정과 더불어 이민 문호를 개방하며 모든 민족이 평등하다는 복합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표방한 진보적인 인물이다. 양복 깃에 꽂은 장미와 수상을 역임하는 동안 걸쳤던 망토는 그의 자유로운 사상과 이상주의를 대변한다. 28세 연하의 마거릿 트뤼도 역시 파격적인 패션으로 유명한데, 공식석상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는 것이 불문율이었던 1970년대 말, 백악관 초청 저녁 식사에서 그녀는 종아리가 보이는 드레스를 입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종이로 만든 드레스에 프린트 한 피에르 트뤼도 전 캐나다 수상 © Design Exchange Museum 

 

유명인의 패션은 그를 추종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1980년대 게이 문화의 아이콘으로 통하던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비드 보위와 독일의 카운터테너 클라우스 노미의 의상도 눈에 띈다. 화려한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부츠와 클라우스 노미의 블랙 앤 화이트의 과장된 삼각형 턱시도가 그것이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데이비드 보위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글램록 스타로, 공연마다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의상을 입었다. 보위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노미는 AIDS로 사망(1983)한 첫 대중인사가 되었지만, 빼어난 가창력과 기괴한 메이크업/의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클라우스 노미의 독특한 메이크업, 헤어, 의상 © Michael Halsband

 

아침마다 무심코 옷을 고른다는 이들에게 이 전시는 말한다. 그 행위조차 이미 하나의 "선택"이며, 심지어 동물보호단체 PETA나 페미니스트 단체 Femen이 반나체로 시위를 하는 것조차 벗음으로써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세상에 외치고 있다고. 

2001년 선보인 캐서린 말란드리노의 성조기 드레스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발표 시기가 9/11 사건과 맞물리면서 미국인들의 격양된 애국심을 대변하는 패션이 되었다 © Pascale Richard

 

 

디자인 익스체인지 뮤지엄 홈페이지: www.dx.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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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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