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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시티, 벽화와 퍼블릭 아트로 도시를 디자인하다.

 

“Bonjour, Hi”

 

북미의 유럽, 퀘벡 주 몬트리올에서는 어느 상점에 들어가든 불어와 영어 인사말을 동시에 들을 수 있다. 물론 온타리오 주의 토론토 역시 마찬가지인데, “Hi, Bonjour”로 순서가 바뀌는 걸 보면 캐나다 어느 지역보다 퀘벡 주에 프랑스의 문화가 짙게 배어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퀘벡 주에서도 프랑스 문화가 가장 뿌리 깊이 박힌 곳은 몬트리올에서 기차로 4시간 떨어진 퀘벡 시티다. 퀘벡 주의 주도인 이곳은 미국과 캐나다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유럽인 정착지 중 하나로,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구시가지의 성벽과 건축물이 여전히 잘 보존되어 있어 북미대륙에서 유럽의 정취를 느끼려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그와 비슷한 이유로 이 작은 도시를 찾은 때는 지난 9월 초. 그러나 퀘벡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에서 무엇보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숨은그림찾기 같은 벽화와 퍼블릭 아트 전시였다.

 

 

 

사진: 풀누들(Pool noodle)이 마치 동물의 내장 혹은 거인의 두피처럼 보인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퀘벡 시티에 벽화 작업이 시작된 건 약 15년 전. 퀘벡 시티 탄생 4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졌지만 미래를 위한 문화유산 프로젝트로 계속 진행 중이다. 그중 몇몇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사고,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옛 퀘벡의 풍경이 실사로 보듯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가장 처음 완성된 작품은 로얄 광장 옆 ‘라 프레스크 데 퀘벡쿠아’(La Fresque des Québécois, 퀘벡사람들의 벽화)라고 알려진 그림이다. 12명의 화가가 5층 높이 건물에 완성한 작품 속에는 로얄 광장의 역사적인 주택, 절벽을 기준으로 나뉜 어퍼타운(Upper town)과 로워타운(Lower town)을 잇는 계단, 구시 가지를 감싸는 성벽 등이 보인다. 물론 지금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십여 명의 인물도 그려졌는데, 퀘벡 주에 식민지 토대를 마련한 사뮈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과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여학교를 설립한 마리 귀야(Marie Guyart) 수녀 등이다. 보고 있자면 어디부터 그림이고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생생한 풍경과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듯한 인물 묘사가 일품이다.

 

 

사진: 지역주민들의 합창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들 너머에 "퀘벡사람들의 벽화"가 보인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줄지어 선 북미의 가장 오래된 상업지구, 쁘띠 샹플랭(Petit-Champlain) 거리의 벽화 앞에서도 좀처럼 발길을 떼기 어렵다. 건물 내부를 투시하듯 층별로 구성된 그림 속엔 한때 지역경제의 핵심이었던 어업을 그물로 상징하고 있다. 퀘벡 출신의 탐험가, 퀘벡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영국의 관료 등 실존 인물 외에도 1682년의 큰 화재, 1759년 영국 프랑스 간의 격전, 1889년 산사태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그림을 통해 훑어낸다.

 

 

사진: 역사적 사실의 재치 있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퀘벡 시티는 벽화 프로젝트뿐 아니라 매년 1~2차례씩 퍼블릭 아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10월, 2007년 이후 12번째 열린 거리 전시에는 여섯 개 작품이 도심 곳곳에 설치됐다. ‘파사지 앵솔리트’(Passages Insolites, 독특한 거리)란 이름의 이번 전시에는 비주얼 아티스트뿐 아니라 조각가와 건축과 졸업생들도 참여해 다양한 예술적 안목을 담아냈다.

 

쁘띠 샹플랭 벽화 바로 옆 작은 휴식 공간에 거대한 비둘기 세 마리와 캠벨 수프캔 조형물이 들어섰다. 어른 키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로 커졌을 뿐 실물과 똑같아 마치 소인국에 내려앉은 비둘기와 캔처럼 보인다.

 

 

사진: 캠벨 수프와 비둘기의 조화가 흥미롭다. 

 

 

또 다른 길에서 만난 한 무더기의 플라스틱 묶음. 무채색의 석조 건물에 알록달록한 색채의 플라스틱 덩어리가 마치 혹처럼 달려있다. 다가가 보니 물뿌리개부터 실내용 미끄럼틀, 보트까지 다양한 일상의 물건들이 엮였다. 대조적인 색채와 소재뿐 아니라 건물의 각진 모서리와 플라스틱의 매끄러운 마무리까지 마치 이 도시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의 미묘한 공존을 대변하는 듯했다.

 

 

사진: 과거와 현대의 묘한 공존을 보여주는 듯한 플라스틱 조형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 가보니 나무판에 빽빽이 꽂힌 나무 막대를 앞뒤로 움직이며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트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몸으로 막대를 눌러 실루엣을 찍어내기도 했다.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는 후미진 골목길엔 수백 개의 풀누들(Pool noodle, 수영할 때 사용하는 스티로폼 막대)이 양쪽 벽면을 생기 있게 채우고 있다. 부드러운 풀누들(Pool noodle)이 피부로 느껴지는 그 길을 지나보니 마치 거대한 동물의 뱃속에 들어온 듯 짜릿하다.

 

‘손대면 안 되는 예술품’이 아니라 어른들의 놀이터 혹은 일상의 물건처럼 만지고 교감할 수 있는 예술과의 만남은 퀘벡이기에 더 반갑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는 하나 화석화되지 않은,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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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시티 #퍼블릭 아트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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