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수 없이 회자된 상하이의 더 번드에 오픈된 롱 뮤지엄(Long Museum)도 올해 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하는 올해의 디자인 - 건축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필자는 이 건축물이야 말로 현재 중국 건축의 수준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건축물이 아닐까 한다.

세계 미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재력가들의 개인 미술관이 속속 출범하는 가운데, 금융 자본가 Liu Yiqian, Wang Wei 부부가 상해에 두 번째로 선보인 Long Museum West Bund는 중국 최대 규모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미술계에서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 미술관이 위치한 상해의 Huangpu강변은 석탄 운반 항구로 사용되던 곳으로 1950년대에 지어져 석탄 운반을 담당하던 철거 직전 상태의 다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설계를 맡은 Atelier Deshaus는 역사의 흔적이 담긴 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현대적인 공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고 과거를 되새길 수 있는 매개체로 재탄생시켰다.

Long Museum West Bund © Atelier Deshaus

Long Museum West Bund © Atelier Deshaus

Long Museum West Bund © Atelier Deshaus

Long Museum West Bund © Atelier Deshaus

Long Museum West Bund © Atelier Deshaus

아울러 건축가는 길이 110m, 폭 10m, 높이 8m에 이르는 다리를 감싸고 있는 두 개의 매스를 위해 우산과 같은 아치 형태의 캔틸레버 구조인 Vault-Umbrella를 건축물 전체에 적용했다. 이는 기둥 대신 콘크리트 벽만으로 건물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전단벽 구조로 공간 내 제약 없이 자유로운 레이아웃으로 설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다소 단순한 매스에 아치형 프레임이 돋보이는 파사드를 장식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매스사이 야외 테라스를 두어 견고한 분위기의 건물 사이로 오래된 다리를 유연하게 감싸는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역사와 현대를 아우르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편 내부는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이루어져 있으며, Vault-Umbrella 구조로 각 층과 공간을 구분해 외부와의 통일감이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특히 각각의 구조물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스킵 플로어 구조를 채택해 특유의 곡선 형태가 입체적인 공간을 완성하며 섹션 구성이 중요한 전시 공간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내외장재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벽체와 천장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차분한 그레이 컬러가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에 집중시킨다.

또한 천장의 경우 각 구조물이 만나는 지점에 캐스트 마감된 슬레이트를 설치해 자연광을 내부로 유입시키는 동시에 구조물의 디자인을 유추 할 수 있는 기하학적 분할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건물의 창은 크게 일반 유리로 이루어진 전면창과 스틸 메시 소재로 제작된 패널을 적용해 불투명한 전면창으로 나뉘는데, 후자의 경우 내부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빛이 노출 콘크리트의 라이트한 그레이톤과 어우러져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외에도 미술관 곳곳에 조각 작품을 배치해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위트가 느껴지는 포인트 공간을 연출했고, 2층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Huangpu강과 상해 시내를 전망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처럼 Long Museum West Bund는 예술 작품의 가치를 즐기는 동시에 현대적인 건축 요소를 적용해 우리의 살아온 역사가 깃든 건축물의 가치를 포용하며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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