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실험건축의 각축장인 로테르담에 들어선 신개념 재래시장 마르크탈(Markthal) 역시 이번 런던 디자인 뮤지엄 올해의 디자인 건축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남서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인구는 약 60만 명 정도, 인근 메트로권 까지 합산하면 약 160만 명 정도에 이르는 작은 도시임에도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 다음으로 큰 두 번째 도시다.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듯이 니우 마스(Nieuwe Maas) 강을 끼고 운하가 발달되어 있고, 컨테이너 부두가 크게 발달한 유럽 최대의 무역항이다. 과거에는 세계 4대 무역항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밀려 세계 7대 항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로테르담은 1700년대부터 네덜란드 자본주의의 표본 이었던 "동인도회사" 본부가 있었던 곳이고,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아이엔지(ING)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한 유서 깊은 도시다.


Markthal Rotterdam © MVRDV


Markthal Rotterdam © MVRDV

로테르담은 르네상스시대를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하였던 철학자인 "에라스무스"의 고향이기도 해서, 에라스무스를 기념하는 각종 랜드마크와 대학, 건물 등이 들어서 있다.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거의 폐허가 된 상태에서 치열한 재건 작업을 통해 현대 도시로 거듭났다. 로테르담은 최고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에라스무스 다리, 몬테비디오(Montevideo) 건물, 유로마스트(Euromast), 독특한 모양의 큐브 하우스(Cube House)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이 많아 네덜란드 건축수도로 불린다. 네덜란드 건축가협회를 포함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로테르담에서 활동 중이고, 그에 걸맞게 시대를 선도하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건축물이 도시에 가득하다.

이런 로테르담에 새롭고 흥미로운 건축물을 추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건립된 수많은 현대 건축의 대작들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건축물이 최근 완공되었는데, 엠브이알디브이(MVRDV)가 설계한 마켓홀이 그 주인공이다. 로테르담 시내 중심부의 블라크 광장에 들어선 마켓홀은 높이 40미터, 길이 165미터의 거대한 터널 안에 재래시장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거대한 말발굽처럼 생긴 아치형의 건물에는 288채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그 안쪽에는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주거 공간과 재래시장을 합쳐 주상복합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안쪽에 자리한 아파트에서는 창을 통해 재래시장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반대로 바깥쪽 아파트에서는 도시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저층부에는 상가와 식당을 포함한 각종 편의 시설을 들임으로써 재래시장과 현대식 백화점의 장점을 모두 살려놓았다. 그야말로 현대판 재래시장과 마을을 탄생시킨 것이다.

말발굽 모양을 한 주상복합아파트 안에 시장이 있는 이 마르크탈(Markthal)은 228채의 주택과 96곳의 식품점과 20곳의 상점이 들어서있다. 내부의 그림은 미술가 아르노코넨(Arno Coenen),이리스 로스캄(Iris Roskam), 코르누코피아(Cornucopia)의 ‘풍요의 뿔’이라는 작품으로 시장의 물품들이 그려져 있다.


Markthal Rotterdam © MVRDV


Markthal Rotterdam © MVRDV


Markthal Rotterdam © MVRDV

MVRDV는 젊은 건축가의 등용문이라 부르는 공모전 유로판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30세 전후였던 뷔니 마스(Wini Maas), 야콥 판레이스(Jacob Van 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로 이루어진 MVRDV는 그 후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설계 방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MVRDV는 자신들의 건축 방법을 ‘데이터스케이프(Datascape)’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건물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정보, 관련 법규, 경제성, 환경적 요구 사항 등을 조사해 데이터화하고 그 결과를 집으로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