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1시간 떨어져 있는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의 산업 디자인학과와 미국 나사의 존슨 스페이스 센터는  나사의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때 룬드대학교의 산업디자인과 학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메다드 마주비는 나사의 스페이스 센터를 견학하던중 우주인들이 사용하는 샤워 시스템에 영감을 받아서 새로운 샤워 시스템을 제안했다. 우주에서는 물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정수해서 재활용을 하는데, 땀과 오줌등도 모두 정수해서 마시는 물로 사용한다. 물론 지구상에서는 그토록 마시는 용도로까지 재사용을 할 필요는 없지만 샤워는 재사용한 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가정에서 물을 사용하는 비율을 보면 5%만이 요리와 마시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반해 화장실에서 25%를 사용하고 35%는 샤워하는데 사용되고 그 이외에는 정원이라든지, 빨래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대 가뭄으로 의무적으로 물사용을 25%줄이는 법안이 통과되고 있고 유럽에서도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수돗물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샤워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대학에서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메다드 마주비는 스웨덴의 창업지원센터의 도움을 통해 아이템을 상업화하기 위해 오비탈 시스템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미래의 샤워”라는 상품을 내놓게 되었다.  아이디어는 우주에서와 마찬가지로 샤워하고 떨어지는 물을 아래에서 받아서 두가지 필터를 통해 정수하는 것이다. 마이크로필터는 때나 머리카락 같은 큰 입자를 걸러내고 나노 필터는 세균과 같은 작은 입자를 걸러내는데 이들 필터는 실시간으로 정수를 하기 때문에 정수한 물은 바로 재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정수된 물은 바로 내장된 전기 펌프를 통해 샤워기로 재주입되어서 이 물로 계속 샤워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물의 온도가 거의 그대로 유지 될 수 있게 되고 물을 약간만 데워주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계속 같은 온도에서 샤워를 할 수 있게 된다.  일반 샤워기를 사용하다보면 찬물과 따뜻한 물이 섞이는 비율이 바뀌면서 물이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같은 물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온도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정수된 물은 스웨덴 식약청의 세균과 오염도 테스트를 통과하였다고 한다.

보통 5분정도 샤워를 하면 70리터정도의 물을 사용하게 되고 수압을 세게 하면 150리터까지 물을 사용하게 되지만 “미래의 샤워”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단 5리터만으로 샤워를 끝마칠수 있다고 한다.

정수필터는 일년에 한번 가는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유지 관리에 어려움은 없지만 샤워기 자체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샤워를 많이 쓰는 헬쓰클럽이나 스포츠 센터 등 다중 이용시설을 주 타겟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첫 모델을 스웨덴 말뫼의 해수욕장에 2014년과 2015년에 적용한 결과 상당한 물 절약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용자들의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스웨덴 육군에서 시스템을 도입해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야전 부대에 보급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코펜하겐에 위치한 프레데릭스베어 수영장에서 처음으로 상업적 용도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는등 점차 보급이 되가고 있는데,  전체 시스템의 디자인과 상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멘터로 조언을 준 덴마크 디자인 센터의 소장이자 디자이너인 닐르 율-쇠언슨은  오비탈 시스템의 “미래의 샤워”시스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다중 샤워 이용시설에 도입이 가능한 모델이고 물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조금더 광범위하게 사용이 가능한 사회에 기여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리포터: 배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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