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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디자인 전 - iichiko design 전

동경은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유독 많다. 지하철을 타면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잔뜩 구겨진 양복을 입은 중년 샐러리맨들이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란, 어떤 의미로 애수를 느끼게 한다. 그런 이들이 지하철과 역에서 자주 접하고 일상의 피곤함을 잊게하는, 20년 이상 한결같은 광고가 있다. 변함없는 스타일과 개성을 가지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며시 들어오는 그런 광고. iichiko라는 일본소주의 광고이다. 지난 4월11일부터 24일까지 동경예술대학 미술관에서 열린iichiko design의 전시에서 TV CF, 포스터, 패키지, 잡지광고, 기업문화지 등을 통해 iichiko 디자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다.



좋은 기업, 좋은 브랜드가 지니는 이미지에 대한 열쇠는 기업의 디자인 전개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경예술대학 디자인과에서는 올해부터 기업의 디자인전 시리즈를 기획, 전시하게 되었는데, 그 1회를 동경예대 디자인과의 교수이기도 한 일본 베리엘 아트 센터의 카와키타 히데야 (河北秀也)가 전개해나가고 있는 산와주류의 이이치코(iichiko)가 장식하였다. 종래의 소주의 이미지를 뒤엎는 신선한 컨셉과 표현에 의해 지방의 소규모 술 회사에 지나지 않았던 이이치코를 일본을 넘어 세계 유수의 일본주 브랜드로 성장하게 한 디자인 전개의 일단을 한 눈에 볼 수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시는 그동안의TV CF, 포스터, 패키지, 잡지광고, 기업문화지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이치코는 총 5종류의 라인업을 지니는데, 각각 포스터, 잡지 등을 통해 광고를 전개하고 있다. 이이치코의 포스터 광고에 대해서는 1기 리포터였던 이정윤씨의 글에서 소개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이치코 300ml 시리즈를 중심으로 전체적 라인 업과 광고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왼쪽부터) 국내용, 미국용, 태국용 이이치코 [1985년 7월]

(왼쪽부터) 이이치코 라이트 [1987년], 이이치코 퍼슨300ml [1990년], 이이치코 슈퍼 [1992년]

이이치코 플라스코 보틀 [1998년]
재팬 패키징 컨페티션 그랑프리, 굿디자인상, 일본패키지디자인대상 대상

이이치코 포스터 [1984~]
1979년에 발매된 보리소주 이이치코의 광고. 1984년4월부터 두 달에 한번으로 시작해서 같은 해 9월부터 매달 하나씩 개제하게 되었다. 그 후, 일년 12달과 크리스마스의 총 13점이 매년 제작되고 있다. 2005년 5월 현재 지금까지 만들어진 포스터는 총 273점이다.

(1989년 5월)

(1998년 5월)

이이치코 실루엣 잡지광고 [1993~]
음식점 벽장에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병을 만들려고 높이가 낮은 불투명 유리를 썼다. 친근한 식자재의 사진과 그것으로부터 이이치코에 이어가는 끝말잇기 놀이의 카피로 만든 시리즈. 매월 1점씩 전개한다.

이이치코 라이트 잡지광고 [1987~1995]
이이치코의 시리즈 상품으로서 처음으로 발표한「iichiko light」. 에도시대의 서민으로 분장한 모델을 기용한 시리즈를 비롯해서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과 아시아 사람들의 웃는 얼굴 시리즈가 있다.

이이치코 슈퍼 잡지광고 [1994~]
파랑 빨강 노랑의 색이 인상적인 상품이다. 병을 주역으로 만들어 병에다 색칠을 하거나 끈으로 묶는 등 다양한 표현을 한 시리즈. 매월 한점씩 전개하고 있다.

1998년 2월

1998년 3월

1998년 4월

1998년 5월


-이이치코 300ml 전철 내 포스터 [1991~], 잡지광고 [1995~]
포켓병 사이즈의 이이치코이다. 카와키타가 2년 걸려서 디자인을 완성한 작품. 사진도 카와키타 자신이손수 찍어서 시리즈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전철 내 포스터)

2002년 5월 (잡지 광고)

2002년 6월

2003년 5월

2003년 6월

2004년 3월

2004년 4월

2004년 5월

2004년 6월

모든 디자인 전개는 카와키다가 이끌고 있는 일본베리엘아트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카와키타는 자신이 산와주류(三和酒類株式会社)의 선전부장이자 마케팅부장, 상품기획부장, 그리고 디자이너이다, 라고 말한다. 광고뿐만 아니라 신상품의 개발, 패키지 디자인까지도 일본베리엘아트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지금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통일성이나 브랜드의 일관성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그것을 20여년 전부터 실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사진 촬영은 거의 다 35mm 카메라로 이루어진다. 폴라로이드도 찍지않고 삼각대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기동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상품사진에서 볼수있는 딱 떨어진 계산된 사진이 아니라 그 장소의 공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러한 이이치코 포스터의 회화적 분위기와 아날로그성은 인쇄에서 완성된다. DTP로 간단히 관리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보고 온 풍경과 비슷한 색을 평면 종이에 재현해 내기 위해 매번 10번 이상의 교정을 본다고 한다. 새롭거나 독특한 표현기법을 쓰지는 않지만, 눈에 띄고 가슴에 남는 까닭은 이런데서도 비롯되는 것 같다.

발단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의 소규모 술 제조회사였던 산와주류에서 사운을 걸고 만들어 낸 소주를, 당시 지하철 매너 포스터로 유명했던 카와키타에게 보냈다. 산와주류에서는 당시의 소주 붐이 가기 전에 이이치코의 위치를 확고한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카와키타의 힘을 빌리게 된 것이다. 카와키타는 광고를 맡게 된 시점에서 한가지 제안을 했다. 광고 전개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일임해 달라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이다. 회사 측에서는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납득하고 승낙했다고 한다. 포스터는 TV 광고에 비해서 굉장히 약한 미디어이지만 계속해 나감으로써 강한 심볼효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으로 포스터 광고에 주력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상품의 품질을 이어나가면서 다른 상품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도 포함된다. 이렇듯 광고주인 산와주류 측에서는 포스터 한장 한장 더해가는 것이 CI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카와키타를 신뢰하고 전면적으로 일임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광고주인 회장까지도 기획이나 교정과정에 일체 관계하지 않고 역에 붙여진 포스터를 보고 비로소 아, 이것이 이번 달 포스터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그 자리에서 존재를 어필하고 있는 광고.
자극적이고 현란한 광고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20년도 넘게 같은 광고를 고수하는 고집스러움이 빠른 사회 속에서 예전의 느린 시간성을 되돌아보게 하면서 지친 샐러리맨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음이 틀림없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시대를 뒤좇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착실하게 생활과 문화를 마주보려고 하는 자세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닐까. 세계를 보고 돌아다닌 술병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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