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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디자인, HUMAN+

 



휴먼+: 우리 종족의 미래HUMAN+: The Future of Our Species/ ©Anouk Nitsche, 2015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전시 '휴먼+: 우리 종족의 미래HUMAN+: The Future of Our Species'가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의 사이언스 갤러리Science Gallery at Trinity College Dublin와 바르셀로나 현대 문화 센터Centre de Cultura Contemporània de Barcelona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자리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사이보그로 알려진 아티스트, 네일 하비슨Neil Harbisson이 연사로 방문하고, 싱가포르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에 처음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딘Nadine'/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에서 나디아 탈만Nadia Thalmann교수의 연구진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딘Nadine'은 피부 조직이나 관절의 움직임이 인간과 흡사하고, 감정을 저장하고 표현할 수도 있다. 2015년에 완성된 이후, 대학 관계자들만 볼 수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전시관 전면에서 관람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나딘은 관람객들의 얼굴을 식별한다. 그래서, 한 번 대화를 나눈 관람객을 다시 만나면, 이전에 나눈 대화를 다시 이어가고, 전시 현장에서 조립된 손으로 관람객들에게 물 잔을 건내기도 한다. 나딘의 남동생 '챨리Charlie'를 조립하는 중간 과정도 곁에서 공개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에서 공개한 또 다른 로봇, '애드가Edgar'/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제럴드 시트Gerald Seet 교수가 3년 동안 개발한 로봇 '애드가Edgar'는 사용자가 특수 웹캠 앞에 서면, 지구 상 어디에서라도 작동된다. 웹캠에 기록되는 사용자의 표정이 애드가의 얼굴에 장착된 프로젝션 스크린에 나타나고, 사용자의 상체 동작도 애드가의 정교한 팔을 이용해서 재현된다.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를 한 단계 높인 경우로, 애드가를 이용한 유명 교수의 원거리 수업 등을 전망해볼 수 있다.

 

 


두개골에 이식한 안테나를 통해, 색상을 소리로 구별하는 네일 하비슨/ ©Hector Adalid

 

 

로봇이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분리되어 인간을 조력한다면, 사이보그는 인간의 몸에 기계가 결합되어 인간의 능력치를 끌어올린다. 네일 하비슨은 색맹으로 태어났지만, 두개골에 이식한 안테나를 통해, 색상을 소리 신호로 듣고 판별한다. (참고 영상) 그는 영국 정부에서도 사이보그로 인정을 받아, 여권사진에도 안테나가 나와있다. 한편, 운동 선수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는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나서, 두 살 때부터 의족을 착용하고 걷는 법을 익혔다. 학창 시절에는 의족과 함께 소프트볼과 다운힐 스키를 즐겼고, 육상선수가 되었다. 1996년 애틀란타 장애인 올림픽 때, 미국의 국가대표로 출전하면서, 치타의 뒷다리의 메커니즘을 본 따서 디자인한 탄소섬유 보철을 착용했다. 그녀가 착용한 혁신적인 의족 디자인은 집중 조명을 받았고,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초대로 런웨이에 데뷔해서, 현재까지도 모델과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미는 어떤 의족을 착용하느냐에 따라 키가 달라진다.

 

 


치타 다리Cheetah Legs, 1996년 실제 공개, 2001년 사진 촬영/ ©Howard Schatz Beverly Ornstein

 

 

일반적 의미의 사이보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만든 작품, '팔 위의 귀Ear on Arm'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호주 예술가 스텔락Stelarc의 로봇을 활용한 퍼포먼스 영상과 아가타 하인스Agatha Haines의 인간의 유전자 변형에 대한 작품은 로봇과 인간의 미래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스텔락은 10년이 넘는 의학적 준비 과정을 거쳐, 연골을 배양해서 귀를 만들고, 자신의 왼쪽 팔에 이식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포가 자라서 신체의 일부가 되었지만, 아직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는 와이파이가 연결된 마이크를 추가해서, 전 세계의 사람들 누구나 접속하면, 스텔락이 24시간 듣고 있는 소리를 함께 듣게 하는 것이다.

 

 


팔 위의 귀Ear on Arm/ ©STELARC

 

 


스틱맨StickMan, 3분 42초 영상, 2017년 퍼포먼스/ ©STELARC

스텔락의 몸이 관성이 있는 특수한 기기로 로봇과 연결되어 있고, 로봇이 64종류의 몸동작 조합을 선택하여, 그의 움직임을 연출한다. 몸동작에 따라 변하는 사운드의 파장이 완성한 퍼포먼스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윤리의 문제는 유독 로봇에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그로 인한 축소되는 노동력을 외국인 노동자들로 보충하고 있다. 그렇기에 로봇이 노동력 보강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게 되는 날이 오면, 제조업의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장시간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아동과 노인들 곁에서도 로봇을 보게 될 것이다.

 

 

전시 벽면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증강된 능력Augmented Abilities' 코너에서는 '인간? 또는, 초인간? 당신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다면, 시도해보실 건가요?Human? Or Super Human? If you could enhance your abilities, would you?', '다른 이들과 마주함Encountering Others' 코너에서는 '어떤 개조까지가 사회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수용 가능한가요?What enhancements are socially and ethically acceptable?', '삶과 경계들Life at the Edges' 코너에서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의 유전적 특성을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할까요?Should parents be allowed to choose their children's genetic traits?', '나딘과 찰리Nadine and Charlie' 코너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당신이 미처 깨닫기 전에, 로봇이 알고 있다면 어떨까요?What if a robot knew what you wanted before you did?'. 로봇과 사이보그, 인공지능 등의 다른 수단으로 인간 능력의 한계치를 극복하는 것은 지구 상에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사회적, 윤리적, 그리고 환경적 관점에서 검토해봐야 할 질문이다.

 

 


변형Transfigurations/ ©Agatha Haines, 2013

 

 

아가타 하인스Agatha Haines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에 관한 이슈를 다루기 위해, 똑같이 생긴 아기 로봇들을 만들었다. 이 아기들은 앞에 서 있거나 요람을 흔들어주는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아기들마다 현시대의 문제에 시사하는 신체적 특징이 있다. 한 아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열기에 강하도록, 두피에 주름이 잡혀있고, 다른 아기는 머리 뒤쪽에 구멍이 나있어서, 의약품을 몸에 빨리 흡수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의 유전자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인간 본래의 모습에 대한 도전인 성형과 능력의 한계를 높히기 위한 콘택트렌즈나 인공 심장 등, 인위적인 행위는 우리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로 생존해온 지난 20만 년간 인간의 몸에 일어난 진화보다, 과학기술과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진화의 속도가 더 빠른지도 모른다.

 

 


나딘과 나디아 탈만 교수/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싱가포르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딘은 개발자 나디아 탈만 교수의 겉모습을 닮았다. 만화가들의 캐릭터가 만화가의 생김새를 닮는 것은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나딘의 경우는 과학자 본인의 의도를 따른 경우이다. 앞으로도 로봇 기술은 점차 고도화될 것이고, 디자인은 로봇의 능력치를 높이고, 더욱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로봇은 인간미가 없어서 싫다는 사람들에게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선사하는 삶의 편의는 매력적이지 않을까? 반복되는 일상과 바쁜 사회 시스템 안에서 로봇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을 닮은 로봇이 주어지고, 로봇들이 하기 싫은 일들을 대신 맡아해주면, 늘어나는 자유시간만큼 더욱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될까? 순수한 의도와 공익을 추구하며, 개발된 기술도 어느 순간에 보면 복제되고 다른 용도로 악용될 때가 있다. 사회적 규제망이 촘촘한 싱가포르의 경우, 로보틱 기술의 개발과 이를 둘러싼 사회 윤리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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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디자인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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