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해리티지를 해석한 패턴으로 스카프를 생산하는 바이너리 스타일Binary Style의 스카프 착용 모습, 티옹 바루Tiong Bahru, 95x95cm / ©Binary Style

티옹 바루Tiong Bahru, 95x95cm. 티옹 바루는 아기자기한 독립서점과 카페들이 몰려있는 서촌 같은 동네이다. / ©Binary Style

싱가포르의 바이너리 스타일Binary Style은 싱가포르의 해리티지를 담은 스카프를 생산하는 디자인 회사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해봤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상징들을 강렬한 패턴과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디자인 이야기를 전한다.

바이너리 스타일의 충성 고객이자 모델인 70대 여성. 사실, 바이너리 스타일의 공동 창립자, 산티 투나스Santhi Tunas와 사리 투나스Sari Tunas 쌍둥이 자매의 어머님이다. / ©Binary Style

바이너리 스타일은 건축 디자인 배경을 가진 산티 투나스Santhi Tunas와 사리 투나스Sari Tunas 쌍둥이 자매가 운영한다. 둘은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싱가포르로 이주한 지 오래다. 산티가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데 비해, 사리는 싱가포르의 건축물과 식물을 이용한 패턴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한다. 자매의 첫 작품이자 대표 컬렉션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스토리The Singapore Stories'에서 싱가포르 안에서 수집한 잘 알려지지 않은 민담들과 싱가포르의 특별한 건축 아이콘과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착용감이 편하면서도, 독특하고 의미가 있어서, 마주친 사람이 스카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 바이너리 스타일의 목표이자 디자인 철학이다.

멋진 하지레인 산책Cool Stroll Along Haji Lane, 95x95cm. 하지레인은 규모가 작은 홍대 앞 거리 같은 이미지이다. 하지레인을 활기차게 걷는 걸음걸이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 ©Binary Style

잎새 사이의 날개 달린 친구들Winged Friends in the Foliage, 95x95cm. 싱가포르에서는 울창한 열대의 나무들과 그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를 볼 수 있다. / ©Binary Style

플라잉 하이Flying High, 115x115cm. 싱가포르 항공 창립 70주년 기념 디자인으로, 싱가포르 항공 승무원의 유니폼이자 싱가포르 전통 의상인 사롱 께바야Sarong Kebayas와 비행기 아이콘을 패턴에 활용했다. / ©Binary Style

바이너리 스타일은 최근에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싱가포르 항공을 위한 스카프 디자인을 했고, 지난달까지 기내와 온라인숍에서 특별 한정 판매되었다. 싱가포르 국가유산위원회(NHB; National Heritage Board)가 운영하는 샵, 뮤지엄 라벨the Museum Label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컬렉션은 싱가포르에 있는 박물관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행사 싱가포르: 인사이드 아웃Singapore: Inside Out (SG:IO)을 위해서는 시드니의 신발 브랜드 EOD와 협업한 컬렉션도 선보였다.

“바이너리 스타일이 쌍둥이 자매 두 분이 운영하는 스카프 디자인 회사라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두 분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네요.”

우리 둘 다 디자인을 해요. 어쩔 때는 5분 언니인 제(산티)가 아이디어를 내고, 동생 사리가 가시화시킬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스타일이 달라도 디자인 과정을 같이 해요. 저는 그 외에도 마케팅, 제작, 회계 업무에 사무실 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지만요.

“싱가포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스카프를 디자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리 둘 다 스카프를 즐겨하고, 그래픽 패턴을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바이너리 스타일이 생겼네요. 우리는 싱가포르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싱가포르는 할 이야기가 정말 많은 나라예요. 오래 살면 살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나라예요. 시장에는 예쁜 스카프들이 널려있지만, 싱가포르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사실이 우리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지요.

“바이너리 스타일의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싱가포르 사람들 외에도 스카프를 구매하는 외국인이 많나요?”

싱가포르 국민들과 싱가포르 거주민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 모두 저희의 고객층입니다. 싱가포르 사람들 외에도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해요. 저희 제품은 굉장히 싱가포르스럽지만, 원색의 색상과 흥미로운 패턴을 이용해서 싱가포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호감이 가게끔 디자인을 해요. 스카프로 전달하는 이야기도 싱가포르에서 유래되었지만,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아주 잘 알려진 유명한 소재를 활용하기도 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해서 디자인에 적용하지요. 여행객들은 한눈에 띄는 상품들을 주로 선택하고, 싱가포르 사람들이나 거주자들은 그들이 경험을 통해 아는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것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습니까?”

건축, 문화유산, 자연, 역사 등, 싱가포르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현재 하시는 일의 비즈니스 측면은 어떻습니까? 다른 나라나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

바이너리 스타일이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싱가포르 정부와 공공단체, 주변의 디자이너들과 의리 있는 고객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최근 들어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이 싱가포르를 주제로 한 디자인에 굉장히 애정을 쏟고 있어요. 진심으로 감사하게도 좋은 때를 만난 거죠.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요즘 같은 때에 우선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세 제품들을 꾸준히 만드는 게 저희가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싱가포르 밖의 해외 시장도 꿈꿔보고 싶고, 패션이나 홈웨어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볼 수도 있겠지요.

싱가포르 강 위의 범보트Bumboats-on-SIngapore-River, 95x95cm / ©Binary Style

싱가포르 강 위의 범보트Bumboats-on-SIngapore-River 착용 모습. 범보트는 싱가포르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식 나무 배다. / ©Binary Style

싱가포르에서는 역사적 상징이나 문화적 특성을 다룬 디자인 상품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2015년에 건국 50주년을 넘기면서 생산된 기획 상품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이후에도 새로운 디자인이 심심치 않게 출시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권이 섞이고, 피부색이 다른 여러 민족들로 구성된 나라이다. 그에 새로운 이민자들이 더해지면서, 싱가포르 안에서는 자국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어지는 추세이다. 국가 상징이나 민족성을 담은 디자인은 쉽지 않은 주제이다. 일차적으로 세련된 결과물로 다듬어내고, 이차적으로는 시대가 변해도 본래의 의도와 취지가 다르게 해석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따라야 해서 기피하기 쉬운데,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이런 디자인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잡는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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