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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안의 억압과 소외를 다룬 전시, '도시를 길들여라Discipline the City'


싱가포르의 복합 예술공간 서브스테이션The Substation에서 진행한 전시 '도시를 길들여라Discipline the City' 시리즈의 배너 이미지. 배너에 담긴 이미지는 The Substation, Eduap, Qomarul Arifin, Ronald Low의 작품이다. / ©The Substation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도시'는 특별한 화두이다. 복합 예술공간 서브스테이션에서 '도시를 길들여라Discipline the City'라는 제목으로 도시에 관한 세 가지 전시(Act I~III)를 엮어, 지난여름부터 시리즈로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 디자인, 현대 미술, 퍼포먼스, 사진, 영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도시'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전했고, 일반적인 싱가포르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공모전과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번 달에 프로젝트를 총정리하는 책을 출판하면서, 시리즈를 마감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도시 안에서의 통제, 접근성과 공간의 정치'를 다뤘으며, 관람객들에게는 도시 안에서 그들의 권리를 자문해볼 수 있는 코너로 이루어졌다.

 

 


설득 가능한 디자인 에이전시PERSUASIVE DESIGN AGENCY / ©Designforwhat

 

설득 가능한 디자인 에이전시는 서브스테이션에 전시 기간 동안 만들어진 임시 디자인 오피스이다. 일반 관람객이 들어가서, 디자이너에게 자신이 발견한 도시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에 맞는 디자인 솔루션을 드로잉과 3D 프로토 타입으로 제시한다. 큐레이터가 엄선한 디자인과 안전에 관한 책들을 읽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속에는 노년층의 싱가포르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자리는 서브스테이션의 아트디렉터인 알란 외Alan Oei와 싱가포르 기술 디자인 대학Singapore University of Technology and Design의 부교수이자 디자이너인 조슈아 코마로프Joshua Comaroff가 공동 연출했다. 알란은 "싱가포르는 현재 사회 정치적으로 선진화와 문명화를 이루기 위한 대규모의 변화를 거치고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국민이자, 민족이자, 개인으로서, 어렵고 큰 화두를 던지며, 이런 변화들에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싱가포르의 국가 터전을 닦아서, '싱가포르의 건축가'라고도 불리는 리콴유Lee Kuan Yew는 도시 안에서 시각적인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었다. 도시 자체가 수정되고, 다시금 정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화가 필요하다 싶었다. 국가를 선전하고, 상업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도시 안에 디자인을 극대화하고, 모든 것을 큐레이팅하게 되면서, 도시가 우리 마음대로 좌지우지되는 것만 같은 만족감을 느끼겠지만, 이로 인해, 다른 가능성들이 줄어들까 겁이 난다. 과다하게 디자인된 공간에서는, 일등 시민이나 우량 고객이 아닐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에 조슈아는 "건축적인 주제를 거론하자면, 공간이 우리들의 활동 영역을 통제하고 제한한 것을 다뤄야겠죠. 재미난 발전은 건축에 역할에 대한 추측, 즉, '건축이 초창기 현대인들을 위한 점차 급진적이고, 효과적이며, 명료한 기반을 닦는 것'이라는데서 일어났어요. 건축은 공공선이라는 상상이 전제된거죠.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학제적인 디자인(disciplinary design)은 기존의 디자인이 관계된 이상적인 움직임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은 인공적인 기술이자, 광범위한 사회 문제가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지요. 예를 들어, 도시의 노숙인들을 흩어버리기 위해, 보도블록에 징을 박는 것과 같은 행위가 도시 안의 노숙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보이지 않는 도시: 리버풀 탑 9Invisible City: Liverpool Top 9, 쯔이 쾅 유Tsui Kuang Yu / ©Tsui Kuang Yu

 

보이지 않는 도시: 리버풀 탑은 리버폴 비엔날레의 후원을 받아, 도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의도와 다르게 도시민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도시 안의 자투리 공간에 대한 탐험을 기록한 프로젝트이다. 쯔이는 마사지 문화가 있는 대만 출신이다. 그래서 노숙인들을 막기 위해 만들어놓은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자가 발마사지 거리로 만들었다. 노인들이 모여있는 우리나라 공원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영국 거리에서 맨발로 보도블록 위를 반복해서 걷고 있는 사람들은 낯설게 느껴진다. 유머를 담은 결과물 같지만, 사실은 이 과정을 통해, 폐쇄적인 도시 계획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섬팅 나팅Something Nothing, 첸 세 화 콴Chen Sai Hua Kuan / ©Designforwhat

 

섬팅 나팅은 선이 하나도 사용되지 않은 실험적인 공간이다. 콴은 하얀 종이에서 영감을 받아, 삼차원의 백색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공간의 모든 모서리를 곡면 처리하고, 미세한 빛 조정을 해서, 공간에 밝음만 있고 그림자는 드리우지 않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코너이다. 그림자와 모서리로 장소가 구분되지 않아, 감각에 의존한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었으며, 발을 내딛을 때마다 신선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각종 정보와 감각적 요소들이 가득한 도시의 대체제로 자연을 들지만, 이 공간은 인공적이면서도 감각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가져오는 제3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관람객들도 중심을 잃은 느낌이고, 어딘가에 떠있는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섬팅 나팅Something Nothing의 셋팅(위)과 스케일(아래) / ©The Substation

 

 

전시는 기존의 갤러리들에서 볼 수 있는 정돈되고 완성된 느낌이 아니었다. 어딘가 엉성하고 불편했고, 전시가 진행 중, 제일 눈에 띄는 자리에 기이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펑크족(*기존의 일등 국민들을 위한 도시 건축에서는 소외되기 쉬운)들의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일반적인 싱가포르의 정부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인형들로 자신의 미적 관점으로는 아름다운 탑을 쌓아, 제재를 받았던 사람의 인형 탑이 자리해있었고, 가장 정돈되고 전열을 갖춘 도시에서 웅장한 퍼레이드가 이뤄지는 건국일의 별반 달라지지 않은 옛날과 오늘 날의 행사 모습을 기록한 영상, 사회자만 신이 난 고속도로 개통식을 보여주는 영상, 비좁은 동물원 수영장 아래에서 북극곰이 한 자리를 돌고 도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영상이 틀어졌다. 또, '싱가포르 베니스 파빌리온(은 아니고)(NOT THE) SINGAPORE VENICE PAVILION'라는 상금이 걸린 일반인 대상 건축 공모전에서는 일반적인 비엔날레의 국가관에서 자국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콘텐츠를 뽐내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 안의 생태적 재앙, 난민 문제, 정치적 실패를 다루는 작품들을 모았다. 멋들어지게 포장된 디자인, 불필요한 것을 배제한 미니멀한 디자인에서는 타깃 고객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은 소외될 때가 많다. 그렇지만, 도시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도 함께하는 삶의 공간이 아닌가? 싱가포르는 안전하고, 깨끗한 곳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도시국가이다. 그렇지만, 그 깨끗함과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 안에 의도적으로 격리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리고 그 수단으로 디자인이 이용되고 있다면? 이 또한, 디자인의 영역에서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읽다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했던 큐레이팅 노트 한 쪽을 공유하면서, 글을 마감한다.

 

 


전시 '도시를 길들여라Discipline the City'의 큐레이팅 노트 중에서 / ©Designforwhat

 

'비둘기들은 비싼 건물이라고 우러러보지 않아. 그게 자하 하디드나 조수아 코마로프의 건물인지가 무슨 상관이야, 그저 그 위에 똥을 옴팡 쌀 뿐이지. 그래서 조류 방지 스파이크는 진짜 획기적이었던 거야. 그런데, 이걸 인간의 영역으로 확장해도 말이 된다는 사실. 요새 건축 공사인부들이 위로 뻗어 나가지 않고, 점차 건물 밖으로 넓게 확장하는 조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네가 알려줬잖아. 그래야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물 앞에 앉아 쉬지 않는다고. 정말 끔찍해. 우리가 신 비둘기인 거지. 8월 23일'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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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디자인 #도시 건축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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